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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법무관리관 인사파행 내막

“무늬만 민간 공모(公募), 돌고 돌아 결국 군 출신으로”

국방부 법무관리관 인사파행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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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관리관 1차 공모는 지난 5월 실시됐다. 전임자인 박동수 법무관리관의 임기가 6월 말까지였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모두 8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김창해 변호사(전 육군 준장, 전 법무관리관)와 조동양 고등군사법원장이 선발시험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상희 장관은 김창해 변호사를 1순위로, 조 법원장을 2순위로 정했다.

그런데 김 변호사가 1순위로 낙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 법무병과 장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김 변호사의 비리 전력 탓이었다. 김 변호사는 2002~2003년에 법무관리관을 지냈다. 당시 계급은 준장. 2003년 7월 그는 육군 법무감 재직 중 변호사들한테 금품을 받은 혐의로 보직 해임됐다. 전역 후 서울지검에 의해 구속됐고, 2006년 6월 대법원에서 뇌물수수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2007년 말 노무현 정부는 그를 사면복권했다. 그는 올 3월 변호사 등록을 했다.

법무병과 장교들은 군 내부통신망을 통해 김창해 변호사의 법무관리관 임용에 반대 의사를 천명하면서 국방부의 ‘도덕 불감증’에 항의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등 파문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국방부는 김 변호사 임용 방침을 철회했다.

국방부는 김 변호사에게 사퇴서를 요구했고, 그는 이에 동의했다. 김 변호사의 판단으로는 억울할 만도 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지언정 법적으로는 사면복권 된 만큼 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순위로 선발된 만큼 임용이 확정적이었다. 실제로 당시 그는 국방부를 비롯해 청와대, 국정원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사면이 된 만큼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장관의 인사부담 해소하려 자진사퇴”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상식적으로 1순위 후보가 탈락하면 2순위 후보가 돼야 한다. 그런데 김 변호사가 물러난 후 조동양 고등군사법원장이 덩달아 사퇴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김 변호사의 측근인 군 관계자는 “국방부 측에서 김 변호사한테 사퇴 요구를 하면서 ‘조동양도 안 된다’며 재공모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에 3차 공모를 통해 조 법원장이 법무관리관에 임명되자 국방부에 대한 강한 배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겉모양만 봐서는 국방부가 1차 때 밀어냈던 사람을 3차 때 다시 불러들인 셈이다.

국방부는 1차 공모 당시 김 변호사와 조 법원장의 사퇴 경위에 대한 ‘신동아’ 질의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2008년 5월 1차 공모결과 선발된 2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고위공무원 임용절차를 진행하던 중 당시 언론 동향 등과 관련해 김창해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했으며, 조동양 후보도 본인의 판단에 따라 장관의 인사부담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임용의사를 자진 철회하였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의 측근인 군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허허 웃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로부터 사퇴를 요구받았다. ‘당신을 임명하면 시끄러우니 스스로 철회한 걸로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뜻을 품고 지원했던 사람이 자진사퇴를 왜 하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국방부가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하자 “국방부가 노무현 좌파세력에 휘둘린다”며 울분을 터뜨렸다고 한다. 김 변호사가 법무관리관을 지원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잘못된’ 군 사법개혁안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서였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일찍이 이상희 장관과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군 사법개혁안의 핵심은 군 사법기관의 독립성 획득이다. 군 검찰관과 군 판사가 지휘관에게 예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권 및 사법권을 행사하게 하자는 취지다. 그러자면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이 확보돼야 한다.

군 사법개혁안을 두고 군은 홍역을 치렀다. 장성들이 군의 특수성과 지휘권 약화를 이유로 법안에 반대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상희 당시 합참의장도 직속상관인 윤광웅 장관과 의견을 달리해 국방부와 여당이 추진한 군 사법개혁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윤 장관 후임인 김장수(현 한나라당 의원) 장관은 각 군 총장한테 동의서를 받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하는 등 사법개혁안 입법을 위해 애썼다.

현 정부에서 군 사법개혁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국방부는 지난 8월1일 이상희 장관 주재로 열린 ‘대장급 콘퍼런스’ 결과를 토대로 개혁안의 주요 의제인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를 유지하기로 하는 등 군 사법개혁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관할관 확인조치권이란 군사재판에서 선고된 형을 일선 지휘관이 직권으로 감경(減輕)하는 것으로, 감경의 특별한 기준이 없어 군의 사법질서를 해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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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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