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이 열리고 있는 부산 앞바다에서 7일 대한민국 이지스급 세종대왕함(맨 앞) 등이 해상사열을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미동맹의 기초는 북한이라는 위협에 대한 공동의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인식이 다르다면 두 나라 사이 정보의 공조체계에는 균열이 발생하고, 한미관계는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미사일 논란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의 재래식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 첫 번째 정황이 국방부가 지난 2월 발간한 2008년판 ‘국방백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 발간된 이번 백서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위협, 그중에서도 특히 특수부대의 위협을 2년 전에 비해 대폭 상향 평가했다. 북한의 총 병력이 100만명에서 102만명으로 증가했고, 특수부대는 12만명에서 18만명으로 6만명이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한군 제2제대에 속해 있던 특수부대가 제1제대로 통합됨으로써 경보병 위주의 특수부대로 재편되었다는 게 그 골자다.

2월23일 국방부가 배포한 ‘국방백서2008’.
한국과 미국의 판단 불일치
그러나 미 정보당국이나 주한미군 관계자 누구에게 물어도 “북한의 재래식 위협은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새로운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미연합사가 작성하는 한반도 정보판단서(PIE)에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전면전의 위협은 감소하고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 정보판단서는 한미 공동으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3월10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마이클 네이플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전진배치하고 있지만 장비가 부실하고 훈련이 부족해 남한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 그는 “이러한 한계 때문에 북한은, 주권을 보장받고 기술적 우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핵 능력과 탄도미사일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반도에서 더는 재래식 전면전쟁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직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비대칭전쟁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상희 국방장관은 한국군이 작전적으로 대비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북한의 현존위협은 바로 재래식 지상전력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백서에서 부각시킨 북한의 경보병부대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한국군 지상전력이 아직도 북한군에 비해 열세라는 인식아래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신형 전차, 자주포, 장갑차, 다연장로켓을 앞세운 ‘기동군단’ 창설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네이플스 국장의 말은 이러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각에는 한미 양국의 이러한 인식 차이가 원래 1월로 예정돼 있던 ‘국방백서’의 발간시기를 2월로 늦추게 된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가 접촉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초를 목표로 진행되던 백서 발간이 늦어진 것은 북한의 위협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한미 정보당국 사이에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발간 직전까지 한미 군 당국의 정보 관계자들이 이 부분을 두고 옥신각신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