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경쟁력이 모여 국가 경쟁력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방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체화(體化)한 시·도지사들이 필요하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그런 마인드를 가진 친이 직계가 한나라당 공천을 많이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가용인력에 대한 총동원령. 청와대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명박 정권 운명 가를 전환점
그는 “만일 해당 지역에 대중성을 가진 친이 직계 정치인이 없다면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현직 장·차관급을 차출해서라도 지방선거에 올인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넘어 보수세력의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인물들이 시·도지사가 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2012년 19대 총선은 물론 18대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디딤돌이 된다는 논리였다. 그 자신도 고향의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시·도)와 232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제5회 동시지방선거는 내년 6월2일 실시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중반에 돌입한 시점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이 19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2년 4월까지 정국주도권을 쥐고 나갈지, 아니면 일찌감치 레임덕에 빠져 혼란수습에만 급급해야 할지 판가름 난다. 지방선거를 1년 이상 남겨놓은 시점임에도 정가의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더구나 지방선거 결과 이 대통령의 힘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순식간에 ‘박근혜 당’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직후인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친박(親朴)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총선의 공천권도 사실상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점을 잘 아는 친이 핵심에서 ‘지방정부에도 친정체제를 구축한 뒤 임기 막바지까지 레임덕 없이 가자’는 구상을 하고 있고, 그 수단이 ‘친이 직계 총동원령’이라고 볼 수 있다. 친이 진영이 지방선거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징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앞서 대통령 핵심 측근의 말처럼 시·도지사 선거 총동원령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선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이미 각 지역에선 전초전 성격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각 시·도에서 거론되는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친이 계열 인사가 상당히 많다.
친박은 친이로, 친이는 더 센 친이로?
친이 진영의 이 같은 기류를 읽다 보면 노무현 정권의 ‘선거 올인’을 떠올리게 된다. 노무현 정권은 출범 초부터 청와대뿐 아니라 의회권력과 지방권력도 장악해야 진정한 국정개혁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각종 선거 때마다 현직 장·차관 등 가용인력을 총동원했다.
이를 현 집권세력인 친이 진영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현재 여권은 청와대, 정부, 국회, 지방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겉으로는 모든 권력을 갖고 있으므로 국정 수행에 제약이 없다. 그러나 친이 진영 일각에서는 국회와 지방정부에서 친박계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2명의 한나라당 광역단체장(전체 16개 시·도 가운데 광주·전남·전북은 민주당, 제주도는 무소속)의 성향을 분석한 결과, 친박계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친이계는 4명, 중립은 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한나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있는 곳에선 친이와 친박 진영 사이에 자리다툼 양상이 나타난다. 특히 시·도지사가 친박 계열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MB맨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해 4·9 총선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친이와 친박 진영이 공천 문제를 놓고 한바탕 전면전을 치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친이계 일각에선 친박 성향 자치단체장들이 포진한 지역은 친이 사람들로의 물갈이가 필요하고 친이 성향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충성도가 약하거나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역엔 ‘더욱 강력한 친이’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