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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동 연발’ 청와대·총리실 정무라인

인맥도, 실탄(활동비)도, 전략도 없는 역대 최약체

‘오작동 연발’ 청와대·총리실 정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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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7일 정 총리는 대구·경북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대구·경북은 세종시 수정에 따른 ‘역차별’ 여론으로 들끓고 있는 지역이다. 이날 오찬에 경북 출신 의원은 15명 가운데 13명이 참석했지만 친박계가 많은 대구 출신 의원 12명 중에는 박종근 의원 한 사람만 달랑 나왔다. 박 의원도 “쓴소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했다. 총리실 측은 “세종시 문제 설득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정현안을 논의해보자고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사전정지(整地)’가 업무의 기본인 정무기능의 문제점을 노출한 일이었다.

정무기능이 오작동하기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많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통령이 ‘탈(脫)여의도’를 선언했으면 청와대 정무라인이라도 여의도에 보여야 뭔가 일이 되는 것 아니냐. 막후정치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고 답답해했다. 세종시 수정 문제가 정국의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5개월이 지나면서 사실상 정치가 올 스톱된 상태임에도 문제를 푸는 방식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에서 소통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여·야 사이에는 물론이고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서 정무 역할을 담당했던 민주당 당직자의 말이다.

“이 정부의 정무라인은 죽었다. 이렇게 야당과 소통이 없는 정권은 처음 봤다. 당직을 맡은 지 꽤 됐지만 청와대 박형준 수석에게서 전화 한 통이 온 적이 없다. 주호영 특임장관과 두어 차례 만난 게 전부다.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여당이 (원활한 국정수행을 위해서 야당에) 여러 가지 부탁을 할 것이 있지 않나. 원칙을 정해놓았더라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그대로 밀어붙이려고만 한다. 야당은 (정부 정책에) 일단 반대하게 돼 있다. 그러면 설득을 해야지…. 그런 노력이 없다.”

“얼굴 한 번 못 봤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 정치인은 청와대 정무라인의 ‘현장경험 부족’을 거론했다. “현장경험이 없으면 마음을 터놓고 상대할 인맥도 없지 않겠나. 그런 상태에서 탁상공론 기획으로 오히려 일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가 순진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도덕적 판단만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가지 사례를 들었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기 훨씬 전 충청권의 정치지도자로서 세종시 수정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한 사람을 만났을 때 “행정도시보다 기업도시가 지역발전을 위해 낫다”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다. 현지에서부터 수정론이 제기되도록 유도해나갔으면 이 같은 분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정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실탄(활동자금) 부족’을 꼽았다. “움직이면 비용이 든다. 넉넉하게 지원을 받아야 야당 의원과 만나 식사라도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여건이 안 돼 있다”고 했다.

한 친이계 의원도 비슷한 인식이었다. “밑에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정무수석 한 달 활동비가 500만원 정도밖에 안 되니 실무자들은 오죽하겠나. 나도 아직 비서관 얼굴 한 번 못 봤다. 그는 청와대 일에 매달리고 경조사 다니는 데 바빠 정치인과 만날 여건이 안 된다고 하더라. 바쁘기도 하겠지만 비용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정무수석 활동비가 500만원이라는 것은 과거 청와대 정무 책임자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청와대에는 수석비서관(박형준) 산하에 정무1비서관(옛 정무기획비서관·김해수), 정무2비서관(손교명), 시민사회비서관(현진권), 행정자치비서관(백운현)이 있다. 실제 발로 뛰는 사람들은 정무1·2비서관 산하 22명의 3~5급 행정관이다. 이들은 여당과 야당을 분담해 접촉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쟁점 현안에 대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들의 대화 상대는 국회의원보다는 의원 보좌관·비서관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만나는 데는 비용이 든다. 그러나 이들 행정관은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서관실별로 전체 인원이 나눠 사용하도록 월 150만~160만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용카드도 물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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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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