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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미 대사관 기밀문건

‘한국 군부 내 주요 파벌 분석 및 구성원 명단’

1962년 미 대사관 기밀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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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밀전문

수신 : 워싱턴 국무장관

발신 : 서울 미대사관

일시 : 1962년 8월17일

제목 : 한국 군부 내 파벌주의



요약

1. 한국 군부 내 파벌주의(factionalism)는 대한민국 내부에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정치 군사적인 사안 중 하나로서, 그 역사는 1945년 조선경비대 창설 혹은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북한 출신 장교들의 유대가 약해지고 있으며, 현 정부 및 정부 내 최근 선임자들은 초기의 한국인 장교 선임자 집단 중 하나만을 제외하고 모두 해체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1945년에서 1960년을 특징짓는 일종의 파벌주의가 점차 변화하고 약화하는 경향을 잘 설명해준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현상이 이들 세력을 대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임 및 기타 장교들이 제거되고 군부가 정치에 깊이 관여하는 과정은 심각한 파벌투쟁에 새로운 지점을 마련했다. 심지어 경제 분야에서는 국영기업의 주요 간부 상당수가 전·현직 장교들로 채워지면서 군의 파벌주의가 경제 분야와 긴밀하게 연결되기에 이르렀다. 민간인 집단이 현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서 스스로 군내 파벌에 유착하려고 시도할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군부의 무력에 의한 현 정부의 타도 현 상황에서 실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일한 전복의 수단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 정권 타도세력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파벌적인 기반에서 조직될 것이기 때문에, 군부의 파벌주의에 대한 연구는 한국의 정치 군사적인 미래를 전망하는데 매우 중요하며 심지어 경제적인 분야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주제다.

역사적 배경

2. 파벌주의는 16세기 초반 혹은 이전부터 한국에 광범위하게 존재해왔다. 파벌주의를 규정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파벌주의는 비교적 통신이 양호한 작은 나라에서 고도로 집중된 통치형태 및 권위적인 정부의 전통, 그리고 적은 수의 주요 관직에 대한 심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 중앙정부는 한국 내 모든 것을 통제하되 심지어는 서울 밖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까지 간섭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및 지방의 주도권은 발휘될 수 없고 야심의 목표는 막강한 권력을 쥔 중앙정부를 통제하는 데 집중돼 있다. 이러한 욕망은 관료 특히 인사권 중에서도 관직 분배권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세력 및 파벌의 조직 형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인의 삶에서 매우 끈질기게 존재하는 현상 중 하나인 파벌적 형태는 이씨 왕조의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일본이 자신의 통치기구를 통해 이용했으며, 지난 4세기의 상당기간에 그러했던 것처럼 1945년 이래 군과 민의 삶에서 중요했다. 현재 상황에서 파벌주의는 가까운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62년 미 대사관 기밀문건

5·16군사정변의 주도세력. 가운데 선글라스를 쓴 인물이 박정희 당시 육군 소장이다.

3. 대부분 한국 파벌주의는 전통적으로 문관 계급 내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군-민 파벌주의는 한국에서 뿌리 깊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뿌리는 한국의 근대 혹은 중세 역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군사 쿠데타인 1170~80년 정중부의 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사건은 문관이 지배적인 이전 정부의 일시적인 붕괴 및 두 차례에 걸친 문관에 대한 대량학살을 초래했다. 비록 이씨 왕조가 한 장군에 의해 수립되었지만, 조선은 문관들에 의해 강력하고 철저하게 518년간 지배되었다. 이 시기 전체를 통틀어 상급 관료는 문관과 무관 사이에 불화가 있었고, 일부 가문들은 현명하지 못한 문관의 지배에 분노했을 뿐 아니라 문관 파벌이 전통적인 조선의 군부세계에 상습적으로 침투하는 것에 분개하면서 ‘무관의 가문’을 선택했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의 상황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가문들의 일부, 특히 유재흥 예비역 중장, 김정열 전 공군참모총장 및 국방장관, 신응균 예비역 중장(현 독일대사)과 같이 유명한 인물들이 속한 가문은 자신의 군사적 전통을 조선왕조에서 일본 정부로 옮겼고, 이후에는 새롭게 창설된 한국군 내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들 소수 집단은 과거와 연약하지만 배타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본질적으로는 현재 한국군의 가장 중요한 세력집단의 중심인 소위 ‘일본파’와 긴밀한 유대를 맺고 있다. 이러한 파벌의 지도자는 조선왕조에서 외무대신을 역임한 고 이하영 자작의 손자로 국방장관을 지낸 이종찬 예비역 중장인데, 그는 문관 가문 출신으로 앞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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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번역·최요섭│서울대 국사학과 석사·한미관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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