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등한 관계 됐다… 받은 혜택만큼 기여해야
한미일 정상회의는 中에 대응하는 협력체… 세 번째 ‘경제 도약’ 기회
中 눈치 보면 韓만 외톨이 될 뿐
日이 안보협력 나선 이유는 생존… 中 군사력에 위기의식 느껴
中이 분쟁 일으킨다면 日이 첫 타깃 될 수도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은 물론 광물과 배터리 공급망 등 경제 안보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합의했는데 이는 앞으로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게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성과는 무엇이며 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들었다.
이용준 이사장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새 시대 문을 연 역사적 사건”이라며 “아시아 동맹국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묶기를 희망해 온 미국의 꿈이 이제 막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근식 교수는 “탈냉전에서 신냉전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한국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미일이라는 확고한 안보 협력체를 만들어낸 것은 안보를 위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오른쪽)과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왼쪽) 모두 한미일 3국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안보와 자율성의 딜레마
올해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된다. 한국에 미국은 어떤 존재인가.이용준_ “미국은 지난 70년간 한국에 대해 일방적 보호자 역할을 했다. 안보뿐 아니라 1980년대 초까지 무상으로 경제원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한국 상황이 변했다. 우리는 더는 약소국이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중견국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우리가 조약에 따라 상호 방위를 해야 할 때다. 우리가 받은 혜택만큼 미국과 자유 민주 진영에 기여해야 한다.”
김근식_ “약소국과 강대국이 동맹을 맺으면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자율성을 훼손당한다는 안보와 자율성의 딜레마가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안보와 자율성의 딜레마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동등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국제사회 일원으로 어떻게 하면 세계 규범과 국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대등한 관계가 됐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호영 기자]
이용준_ “한미일 3국이 새로운 협력 시대의 문을 연 역사적 사건이다. 아시아 동맹국을 나토처럼 하나로 묶기를 희망한 미국의 꿈이 이제 막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안보 협력체가 한국 안보에도 좋은 것인가.
이용준_ “동아시아 미국 동맹 체제는 한반도 상황 때문에 맺은 것이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때 이승만 대통령이 원해서 만들어졌고, 미일동맹은 한반도 유사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우리는 미일동맹의 사실상 수혜자다. 최근 대만이 새로운 위험 지역으로 떠올랐지만 이전까지 70년 동안 한반도가 유일한 위협 대상이었다.”
김근식_ “한미일 3국 협력체 구성으로 미국은 호주·영국과 맺은 ‘오커스’, 미국·인도·일본·호주 4자 안보 대화인 ‘쿼드’에 이어 인도 태평양 지역에 탄탄한 다층 안보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번 선택은 한국과 미국이 윈-윈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김근식_ “1990년대 이후 30년간 지속된 탈냉전이 끝나고 현재 신냉전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 한국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미일 간 확고한 안보 협력체를 만들어낸 것은 안보를 위한 중요한 보험에 든 것과 같다.”
이용준_ “과거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한반도 방어 중심이었다. 그렇기에 한미동맹, 미일동맹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이 북한을 훨씬 능가하는 커다란 안보 위협으로 떠올랐고, 러시아도 가세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에 북·중·러 세 나라 위협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3국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용준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라고 부연했다.
“만일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또는 중국과 대만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 간 무슨 일이 생겨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중국 눈치를 보면서 한미일 협조를 등한시한다면 우리만 외톨이가 될 뿐이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지호영 기자]
3대 3 균형 깨진 적 없다
일본이 한미일 3국 협력에 적극적인데….이용준_ “일본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자국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중국의 군사력이 커진 이후 일본은 굉장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중국이 만일 동아시아에서 분쟁을 일으킨다면 일본이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다.”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북·중·러와 대결할 가능성을 키우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근식_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한국이 자동 개입하는 동맹에 따른 연루 위험을 걱정하는 얘기다. 동북아 질서 변화를 우리가 주도할 수 없고 그 같은 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우리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전략을 선택해야만 한다.”
김근식 교수는 구한말을 예로 들었다.
“19세기 말 동아시아에 엄청난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상황에 조선 왕조는 그것도 모르고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다 결국 식민지로 전락했다. 지금 세계적으로 국제 규범과 인권을 무시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인가. 세계 시민 다수는 중국, 러시아, 북한 세 나라가 민주화되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이들 세 나라는 오히려 똘똘 뭉쳐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지키려면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냉전 시기에는 6자회담이 가능했고, 중국하고도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신냉전 체제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우리가 북한 문제를 언제까지 안고 갈 것인가. 결론을 내야 한다. 북한 문제가 결론 나는 시점에 한반도 통일 문제도 매듭지어질 것이다. 지금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과정에 있지만 그 끝에는 모든 질서가 한꺼번에 변화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큰 틀에서 국제질서 변화를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용준_ “한미일 협력에 대한 대응으로 북·중·러가 결속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가정에 기초한 얘기다. 냉전 이후 현재까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한미일 대 북·중·러 세력 균형은 계속돼 왔다.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관계가 흔들렸을 때에도 북·중·러는 건재했다. 북핵 6자회담 때를 보면 중국 러시아는 항상 북한 편을 들었고, 미국과 일본은 우리 편을 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사태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때에도 항상 3대 3으로 나뉘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3대 3 균형은 깨진 적이 없다.”
한미일 3국 협력 강화가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이용준_ “북·중·러가 동아시아에서 평화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지금처럼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강건하게 유지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이 견고하다면 북한이든 중국이든 도발로 현상을 타파하려는 시도는 감히 못 할 것이다.”
김근식_ “북핵이나 미사일 위협을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강력한 억지력과 안보 태세 강화로 제도적으로 막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한미일 3국 정상이 합의한 것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연합훈련을 하는 것이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이용준_ “아주 간단하다. 주권국가로서 할 말을 떳떳하게 다 하면서 유지되는 관계가 건전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다. 중국의 대외관계 행태를 보면 이웃 국가의 주권을 무시하고 지배-복종 관계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과거처럼 상하관계 복원을 추구하는 한 주변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중국이 만약 그렇게 나온다면 갈등을 피할 방법은 없다. 대중관계에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국가 주권을 양보할 수는 없다. 우리 국민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향후 한중관계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태도 변화 여하에 달린 문제다.”
세 번째 경제 도약 기회 삼자
김근식_ “중국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이 높지만 내실 있는 관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중국이 곶감 빼먹듯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빼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얘기도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 치우쳐 있는 경제적 이익의 균형추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이용준_ “김 교수 얘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중관계 회복을 기다리기보다 변화한 국제질서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힘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중국 따돌리기’를 미국과 일본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1970년대 중동 특수와 1990년대 중국 특수에 이은 세 번째 경제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북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이용준_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비난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와서 위협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북한이 우리 안보를 흔들어댄다면 우리도 북한 체제를 흔드는 것으로 정면 대응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나.
이용준_ “몇 가지 레버리지가 있다. 우선 북한 실상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그에 비례해 휴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얻는 이익보다 상실하는 이익이 훨씬 크도록 해야 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군사적으로 평양과 모스크바가 더욱 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근식_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하고 서로 무기를 거래하는 게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 북·중·러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면 그에 상응해 한미일 3국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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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10월호 표지 B컷]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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