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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충청 잠룡’ 양승조, 생환 후 승천할까

[2024 총선_판 뒤집기 노리는 사람 15人] 홍성·예산으로 간 ‘천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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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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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조 충남 홍성·예산(이하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민주당계 정당에서 최초로 충남 연속 4선(17~20대)을 달성했다. 기세를 몰아 2018년 충남지사에도 당선했다. 5번의 선거에서 연전연승했다. ‘충남의 맹주’라고 불렸다. ‘충청 대망론’을 타고 대권 잠룡 반열에 올랐다.

    ‘무패 신화’는 여기서 멈췄다. 2021년 5월 “2022년 20대 대선에 출마하겠다”며 대권에 도전했으나 경선에서 컷오프됐다. 2022년엔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배하며 충남지사 재선에 실패했다. 정치적으로 큰 내상을 입었다.

    잠룡은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충남 천안에 상처 입은 몸을 누였다. 17대부터 19대까진 천안갑, 20대엔 천안병. 그가 달성한 4선이 모두 천안에서 이뤄졌다. 올해 총선에선 천안을에 깃발을 꽂음으로써 재기를 노리려 했다. 1월 8일 출마 선언을 하고 지역 관리에 나섰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주민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다. 과정은 순탄해 보였다.

    일이 꼬였다. 2월 23일 당의 결정으로 홍성·예산으로 보내졌다. 17대 총선부터 여태껏 단 한 번도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한 적 없는 험지 가운데 험지다. 양 후보는 사지(死地)에서 생환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위기는 이겨내면 기회, 그러지 못하면 실패가 된다. 충청의 잠룡은 승천(昇天)하느냐 심해(深海)로 빠지느냐 갈림길에 놓였다.

    “불만이 없겠냐마는 당을 위해”

    3월 5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소재 선거캠프에서 양승조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3월 5일 충남 홍성군 홍성읍 소재 선거캠프에서 양승조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지역구 의원이 선거구를 옮기는 것은 그간 쌓은 터전을 모두 잃음을 의미한다. 특히 지역 연고가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비수도권 의원에겐 타격이 더 크다. 3월 11일 충남 홍성군을 찾은 이재명 대표도 주민들에게 “(양 후보를) 천안에 공천했으면 100% 당선했을 것”이라며 “양 후보에게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홍성·예산으로 가달라고 부탁할 때 입이 안 떨어져 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은 그러지 못하게 마련이다. 양 후보의 마음이 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천안이 양지냐 험지냐를 떠나 내 고향이다. 사회활동도, 일도, 정치도 다 그곳에서 시작했다. 떠나는 게 얼마나 아쉽겠나.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가. 공천에 불만이 없을 리 없다. 굉장히 당황스럽기도 했다. 4선 의원이자 도지사를 지낸 중진으로서 ‘험지에 출마해 당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당의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불만이 있되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다. 과거는 잊고, 가능성을 보며 몸을 일으키는 그에겐 중진의 원숙함과 단단함이 느껴진다.

    “홍성·예산은 40년 가까이 민주당 의원이 당선하지 못한 지역이다. 정당 지지율로 치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상당한 격차가 있다. 험지 가운데 험지 맞지만 나를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다르다.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사람으로서 알 수 있다. 주민들이 내게 많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체감온도상 굉장히 따뜻하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

    양 후보는 충남지사 임기 4년간 홍성에서 생활했다. 충남도청이 홍성군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 출신으로서 홍성·예산 토박이가 아니라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그는 돌파구로 ‘검증된 능력’을 택했다.

    “홍성·예산엔 토박이 주민이 많고, 이들이 연고를 중시하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내가 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다른 지역 사람이어도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믿는다. 홍성·예산은 도청 소재지인 데다가 내포 신도시가 조성된 곳이기도 하다.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뤄낼 적임자는 4선 의원에 도지사를 지내며 풍부한 경력과 능력을 갖춘 나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 경륜을 갖춘 사람은 양당을 합쳐도 많지 않다고 본다. 충남지사를 지낼 때 이 지역을 위해 만든 정책도 많다. 이 점을 주민들도 알아줄 것이다.”

    “이곳을 정치 인생 종착점 삼을 것”

    3월 4일 양승조 충남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성군 홍성읍 부영아파트 입구에서 아내와 함께 지역 주민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3월 4일 양승조 충남 홍성·예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성군 홍성읍 부영아파트 입구에서 아내와 함께 지역 주민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

    홍성·예산 현역의원은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곳에서 4선(17대, 19~21대)을 달성했다. 22대 총선에선 불출마하고, 18대 국회의원(서울 마포갑, 한나라당)을 지낸 강승규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다. 윤석열 정부 첫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며 예산군에서 태어났다. 지역 터줏대감의 공백은 양 후보가 노릴 틈이다.

    “홍문표 의원은 홍성 출신으로서 정치 인생을 시작한 이래 줄곧 이곳에서만 출마하며 4선을 이뤘다. 그가 쌓은 아성(牙城)이 얼마나 단단하겠나. 홍 의원의 불출마는 그 아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호재냐, 악재냐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그 점에선 내게 유리한 일이라고 본다.”

    맞수 강승규 후보에 대해선 부드러운 말 속에 칼을 숨겼다. 상대를 인정하면서도 약점을 꼬집는 화법이다.

    “강승규 후보와는 18대 국회에서 같이 일한 적 있다. 그가 천안 북일고 출신이다. 당이 달랐어도 내 고향 지역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고 해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갖고 있었다. 또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 마포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고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멋진 경쟁을 펼치고 싶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은 상황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라면 그 과오에도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현 정권 잘못, 낮은 지지율엔 그의 몫도 있다. 향후 선거 운동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할 것이다.”

    양 후보는 홍성·예산에 뼈를 묻을 각오로 승부에 임하겠다는 마음이다. “홍성·예산을 내 정치적 종착점으로 삼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도 “더 큰 선거”라는 말로 대망(大望)을 버리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적어도 내 정치 인생 마지막 지역구, 종착점은 홍성·예산이다. 지금 상황에 내가 천안 등 다른 지역구로 다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가능성은 ‘0%’다.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이곳에 계속 남아 새 터전으로 삼겠다. 물론 지역을 넘어서는, ‘더 큰 선거’가 있거나 당의 명령에 따라 다른 지역에 가라고 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내 의지, 내 판단에 따른 마지막 지역구는 이곳이다. 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군 단위 지역 험지에 보내졌다. 이례적 일이라고 보지만 굴하지 않겠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심전력을 다해 승리하겠다.”

    대전MBC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4월 4일 이후) 이전인 3월 30일~4월 1일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홍성‧예산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에게 무선 전화면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은 24.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결과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38%, 강승규 국민의힘 후보가 52% 지지율을 기록했다.



    2024 총선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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