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승부수’ 이혜훈 파격 발탁에 ‘1일 1의혹’ 확산
‘친명 핵심’ 김병기, 공천헌금에 갑질·특혜 논란까지 겹쳐
강선우 공천헌금 사건으로 제명, 김병기는 버티기 돌입
김병기, 타 의원과 대화 전부 녹음한 ‘황금폰’ 있다?
역대급 쌍끌이 악재에도 침묵하는 대통령
60%대 지지율 믿고 있으나, “李 비호감 이미지 여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이다 화법’이 트레이드마크인 이 대통령은 현 상황에 대해 전략적 침묵을 선택했다. 의혹 확산과 세간의 비판 여론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주목할 점은 지지율이다. 메가톤급 쌍끌이 악재에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 고공 행진이다. 한미·한중·한일 회담 등 무난한 외교 성적표, 박스피의 오명을 벗어던진 ‘진격의 코스피’, 대선 참패에도 혼돈의 대질주를 이어온 야권의 몰락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다.
실용주의 내세운 파격 인사…李 대통령의 꽃놀이패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격언이 있다.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적시에 쓰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난 연말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국민의힘 3선 중진인 이혜훈 전 의원을 파격 발탁했다. 이념과 관계없이 운동장을 넓게 쓰겠다는 의지다. 이 후보자 역시 대의명분이 지배하는 정치 현실에서 ‘철새 배신자’라는 도박을 수용했다. 여야는 뒤집어졌다. ‘이혜훈 카드’는 긍정적으로 본다면 ‘통합과 협치’, 부정적으로 본다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흔들기’다.이 대통령의 인사 철학은 ‘실용주의(實用主義)’다.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비슷하다. 조각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고위공직자였던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안전의약처장 유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념보다는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더 신뢰한 것이다.
실패했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유승민 경제부총리, 심상정 노동부 장관 카드 검토나 직전 윤석열 정부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임설이 대표적이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혜훈 영입은 위기 타개책이 아닌 실용주의적 국정 운영 의지”라면서 “향후 개혁중도 성향의 보수 인사 영입이 추가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실 이혜훈 카드는 일종의 꽃놀이패다. 현실화한다면 통합과 협치라는 정치적 상징 자본을 획득한다. 만일 임명이 좌절된다 해도 잃을 게 거의 없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보수진영의 일부 정치인들이 청와대 전화를 기다리며 스마트폰만 바라본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전문가 평가도 유사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상대를 흔드는 전법이다. 대통령의 보수 인사 영입 시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 같다”며 “청와대가 중도로 나아갈수록 ‘국민의힘은 더 오른쪽’이라는 낙인효과가 발생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정치적 이익만 놓고 본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라며 “부적격자 논쟁은 대통령의 배려에도 이 후보자 본인이 허들을 못 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인사도 비판하는 이혜훈 지명
다만 이 대통령의 실험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에 대한 즉각적인 제명과 더불어 대규모 폭로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 환영에도 수면 아래 불편한 시선이 가득하다.국민의힘은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배현진 의원은 “출세를 위해 양심과 영혼을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계엄 옹호, 윤 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가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외치는 구호)’ 하는 사람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힐난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1월 18일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자가 최소한의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인사도 이 후보자 발탁을 비판했다. 이석연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2025년 12월 13일 관훈토론회에서 “폭언이나 투기 등을 떠나 탄핵 반대 삭발 강요나 ‘윤 어게인’ 집회 참석 등 내란 세력에 동조한 이력이 있다”며 “청문회까지 지켜본다는 것이 국민을 피곤하게 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촉구했다.
더 큰 문제는 이 후보자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다. △보좌진 폭언·갑질 의혹 △35억 원 시세차익 아파트 로또 청약 의혹 △거액의 재산 형성 논란 △아들 국회 인턴 엄마 찬스 의혹 등 한둘이 아니다.
관건은 여론이다. 1월 9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1월 2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 수준)에 따르면,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반대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47%로 3배가량 많았다(의견 유보층 37%).
전문가 평가는 엇갈린다. 김진욱 신한대 특임교수는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자진 사퇴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라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미달해 여당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나오면 임명 강행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악재는 또 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다. 김 전 원내대표는 친명 핵심 인사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자검증위원장과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간사로 대승을 이끌었다. 특히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의 칼잡이로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을 높였다. 지난 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조직본부장으로 활약한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더불어 여당 원내 사령탑을 맡았다.
공천헌금과 연루된 김 전 원내대표 관련 이슈는 이 후보자 사안보다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사실상 패닉 상황이다. 총선 압승,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선거 싹쓸이를 노리는 와중에 대형 악재를 만났다. ‘도덕성은 진보가 보수보다 우위’라는 낡은 공식도 완벽하게 깨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5월 30일 서울 강서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왼쪽)이 김경 서울시의원(오른쪽)의 유세 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강선우 의원 블로그
이재명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 의원은 탈당 4시간 만에 거짓말 해명으로 제명당했다. 강 의원은 줄곧 “(김경 시의원의) 공천 논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2022년 4월 22일 공관위 회의록에는 “김경 시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 전 원내대표 역시 공천헌금 묵인 논란 끝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전 원내대표의 구의원 공천헌금 수수 논란도 불거졌다.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구 전·현직 구의원들이 공천 편의를 봐달라며 건넨 금품 3000만 원을 수수했다가 수개월 뒤에 돌려줬다는 의혹이다. 또 해당 구의원들은 이수진 전 의원을 통해 김 전 원내대표의 배우자와 최측근이 공천헌금 수수와 반환에 관여했다는 탄원서를 2023년 12월 당시 이재명 대표실에 제출했다. 자칫하면 이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친명 핵심’ 김병기 제명, 野 “솜방망이 징계쇼”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거 보좌진이 폭로 공세에 나서면서 △차남의 숭실대 편입 개입 의혹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배우자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 등 권력형 갑질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다급해진 민주당은 칼을 빼들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1월 12일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당 안팎에서는 탈당 권유가 쏟아졌다. 박지원 의원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자진 탈당하고 경찰 수사를 받은 뒤 돌아와야 한다”고 권유했다. 다만 김 전 원내대표는 “탈당은 없다”며 제명 결정에 재심을 청구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일주일만인 1월 19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저로 인해 당 안에 이견이 생기고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이 된다면 그 부담만큼은 제가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당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6월 지방선거 전망은 물론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시스템 문제가 아닌 특정 인사의 일탈이라고 방어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은 총공세에 나섰다. 특히 강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의 제명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 쇼”라며 연일 “특검이 필요하다”는 압박을 이어갔다. 우군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마저 “서울시의원 단독 공천 대가가 1억 원이었던 것”이라면서 “13일간의 단식으로 지방자치를 도입하게 만든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곡을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월 1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소명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혜훈 의혹보다 파급력이 더 큰 게 김병기 논란이다. 단순히 돈과 연결된 비리로만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며 “여론이 극도로 부정적인데도 김 전 원내대표의 끝없는 버티기는 모종의 이유가 있다. 여권 내부의 파워 게임이나 권력투쟁의 성격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윤희웅 대표는 “공천헌금 의혹이 과거에 발생했다면 민주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들 사안”이라면서도 “의외로 민주당에 대한 역풍이나 타격이 크지 않은 건 공세를 주도하는 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현 정치 지형의 특수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49.42%였다.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역대 대선마다 민주당을 괴롭혔던 진보정당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보수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열됐다는 점에서 구도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특히 12·3비상계엄이라는 초대형 자충수에 따른 보수 야권의 몰락과 ‘윤 어게인’이라는 퇴행적 주장이 난무한 대선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성적표다. 이는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20대 대선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1월 13일 일본 나라현 한 호텔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환담에서 드럼 합주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혜훈·김병기 악재에도 끄떡없는 李, ‘지지율 고공 행진’
이 대통령은 지지층을 다지면서 중도층 외연 확장을 반드시 해내야 하는 형국이다. 6월 지방선거 승리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카드다. 다만 이 후보자의 각종 의혹은 의도치 않게 중도층 외연 확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공천헌금 및 특혜·갑질 의혹은 꽤나 복잡 미묘한 사안이다.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와 김 전 원내대표의 각종 의혹에 말을 아끼고 있다. 당정 분리 원칙상 이 대통령의 적극적 개입과 언급이 어려운 구조다. 물론 청와대의 시그널, 다시 말해 ‘명심(明心)’이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흐름은 없다. 사실상 전략적 침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략적 침묵을 선택할 수 있던 원동력은 60%가 넘는 지지율이다. 이 후보자 자질 논란과 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지지율 상승세는 세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외교 성과 △코스피 질주 △보수 궤멸 현상이다.
취임 이후 외교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었다. 한미 관계는 반미친중(反美親中) 우려에도 한미 관세 협상의 성공 타결, 한미 조선 협력을 상징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추진, 핵추진잠수함 개발 허가 등의 성과를 냈다.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냉랭했던 한중 관계는 무뚝뚝한 시진핑 주석과 ‘샤오미폰 셀카’라는 화제를 만들었다. 과거사 파열음이 우려됐던 한일 관계는 셔틀 외교 복원과 함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드럼 합주’라는 이색적 장면까지 연출했다.
박스피를 탈출한 ‘진격의 코스피’는 “국장 복귀는 지능순”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1400만여 동학개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비상계엄·탄핵사태 이후 극한의 지리멸렬을 이어온 국민의힘은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반사이익으로 귀결된다.
지지율 세부 지표도 나쁘지 않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보다 대략 15%포인트 가까이 높다. 당청·당정 관계에서 청와대의 우위가 가능한 맥락이다. 정당 지지율 역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더블스코어 수준으로 앞서고 있다.
악재에도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굳건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 진단도 비슷했다. 최진 원장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중도층의 지지”라면서 “중도층은 정치 현안보다는 민생경제나 외교안보 성과에 더 점수를 준다. 좀 더 잘해 달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홍형식 소장은 “이혜훈·김병기 논란은 작은 문제”라면서 “국민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민생경제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성과에 ‘경제도 앞으로 잘 풀어가겠지’하는 민심의 기대치 반영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교수는 “이 대통령의 60%대 지지율은 내란 덕이다. 윤 전 대통령은 안 된다는 보편적 인식에 국민의힘의 자충수 악재가 결합된 것”라면서 “다만 이 대통령의 비호감적 이미지도 여전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란몰이 약발이 떨어진다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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