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혐의로 고발…“책임 있을 시 정치 그만둬”
‘동작의 김건희’ 배우자 이 씨, 구의회 법카 사용 의혹
“이 씨 취미 당구라 당구대 구해 왔는데, 중고라 질책만…”
“합법·불법 넘나든 부탁”…지역구 구의원 ‘전원’ 비리 의혹
“가장 문제적 집단 정치인…부패에 브레이크 없어”

김병기 의원(무소속) 1월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심판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월 13일 구의원을 지낸 A씨가 “공천헌금이라고 말하는데, 뇌물이 정확한 표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구의원을 지낸 곳은 서울 동작갑. 김병기 의원(무소속)의 지역구다. 그는 “김 의원 측이 구의원 2명에게서 총 3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액수가 적었으니 그랬지 많았다면 돌려줬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작의 김건희’ 배우자 이 씨, 구의회 법카 사용 의혹
현재 김 의원은 13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2020),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수령을 묵인한 의혹(2022),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2024) 등 시기와 내용도 제각각이다. 이외에도 그는 차남의 숭실대 편입과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제기된 의혹 가운데 하나라도 법적 책임이 있을 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1월 12일 김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고, 김 의원은 19일 탈당했다.이번 사태에서 김 의원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사람은 그의 배우자 이모 씨다. 이 씨는 구의원에게서 선거자금을 수수한 것은 물론 조진희 전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대신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보좌진에게 ‘사모총장’으로 불릴 정도로 의원실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사적 지시를 일삼는 것은 물론 채용 면접에 함께했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이 같은 행보가 전해지면서 ‘동작의 김건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지역구에서도 이 씨를 둘러싼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여의도에서는 김병기가 국회의원이고, 동작구에서는 이 씨가 국회의원이다”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A씨는 “하루는 김 의원의 배우자가 당구를 좋아한다면서 지역사무실에 당구대를 들여놓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당시 시의원 B씨가 당구대를 마련했는데, 중고 제품으로 구해와 호된 질책만 들었고, 얄궂게도 이후 공천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23년 지역구의 한 성당에서 개최한 당구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수준급 당구 실력을 갖고 있다. 관련해 B씨는 기자의 연락에 “아는 게 없어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 씨는 2022년 여의도·동작구 일대 식당에서 조진희 당시 동작구의회 부의장 법인카드로 159만1500원의 식대를 결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동작경찰서는 2024년 8월 27일 “법인카드 유용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해당 사건을 입건 전 조사 종결 처리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불입건 결정 통지서’에 따르면 동작서는 “오래전 일로 CCTV 등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 점” “2022년 9월 20일 동작구 소재에서 법인카드가 사용됐으나 당시 인근에서 ‘한가족 장애인 예술제’가 진행된 점” “해당 시각 국회의원 배우자가 피부과 진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구의회 일정상 조 전 부의장이 식당 결제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음에도, 동작서는 “부의장 외에도 다른 의원들이 의정 활동 등의 목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례와 관련 규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 조사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의문은 남는다. “경찰이 식당 CCTV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식당 주인의 진술이 나왔고, 이 씨 역시 앞선 예술제에 참석한 사실이 확인돼 조사의 신빙성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의 설명과 달리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기준 및 공개에 관한 조례에는 ‘법인카드를 부의장 외 다른 의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었다. 여기에 “김 의원이 경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의 도움으로 당시 동작서장과 통화했고, 보좌관을 통해 내사 관련 서류를 전달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오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을 더하고 있다.
“가장 문제적 집단 정치인…부패에 브레이크 없어”
당초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출발했던 이번 사태는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 간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당 녹취록은 김 의원이 혹시 모를 분쟁 상황에 대비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록에는 강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김 의원이 “어쩌자고 나한테 상의하느냐”며 질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그는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다.
2025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병기·강선우 의원이 대화를 나누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스템 에러라기보다 휴먼 에러”라고 평가했다.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닌, 의원 개인의 일탈로 한정한 것이다. 그러나 공천과 선거자금을 둘러싼 의혹이 당내에서 연쇄적으로 불거진 만큼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그간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강조해 왔으면서도, 정작 문제가 발생하자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며 “전형적 공천 비리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안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각종 비리와 관련한 내부 검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황이 잇따랐다. 우선 김 의원은 동료 의원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인 탓에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아야 했던 김경 시의원은, 강 의원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단수공천됐다. 김 의원 관련 의혹에서도 유사한 양태가 반복됐다. 지역구 구의원들의 탄원서가 김현지 보좌관(현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지만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해당 탄원서가 김 의원 측으로 전달됐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여러 차례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책임을 묻기보다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한 대응이 반복되면서 “국회에 자정능력이 있느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적 집단은 정치인 집단”이라는 냉소와 함께 “정치인 부패는 브레이크가 없다”는 자조가 공공연하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만 말할 뿐,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뇌물 수수 의혹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 여럿 있고, 당대표실까지 관여된 사안인 만큼 단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월 14일 서울 동작구 김병기 의원의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들이 압수 물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합법·불법 넘나든 부탁에 지역구 구의원 ‘전원’ 비리 의혹
기초의원은 지역구 의원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지역구 의원이 사실상 기초의원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만큼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김 의원의 지역구인 동작갑에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이 3명이 있었는데, 2명은 “김 의원 측에 공천헌금을 전달했다”는 탄원서를 쓴 이들이고, 나머지 1명은 배우자 이 씨에게 법인카드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이다. 사실상 지역구 구의원 전원이 비리 의혹에 연루된 셈이다. 이들 3명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모두 연임에 실패했다. 지역 정계에서는 “공천헌금 문제로 눈 밖에 난 상황에서, 탄원서 제출이 쐐기를 박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기초의원은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느 날 김병기 의원실에서 민주당 시·구의원들에게 지역 주민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아오라고 지시했다”며 “후원금은 의원 본인이 의정 활동을 통해 신뢰를 쌓아 모아야 하는 것인데, 이를 기초의원들에게 시키는 게 옳으냐”고 되물었다. 이어 “주민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오면 그 자체가 빚이 된다. 나중에 후원자들의 민원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천 시스템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우영 교수는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계속된다면, 선거관리위원회나 민간 위탁 방식으로 정당 외부의 독립기구가 공천 과정을 관리하도록 입법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는 공천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정당을 더는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공인하는 셈”이라며 “이런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사의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월 14일 김 의원의 서울 동작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튿날에는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당시 동작경찰서 수사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밖에도 김경 시의원이 자수서에서 “돈을 건넬 당시 강 의원이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며 “보고를 받기 전까지 1억 원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강 의원의 해명을 반박한 만큼 관련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기자는 김 의원에게 지역구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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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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