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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부실기업 대출 압력, 대출 청탁 금품수수 의혹

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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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 전 NH-CA자산운용 상임감사.

“(배씨가 경남본부장 김OO에게) ‘본부장 하고 싶다면서 내 집에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오기에 딱해서 본부장 시켜줬더니 내 삼촌과 관련된 부탁도 안 들어주느냐’며 밥상을 뒤집어엎었다. 그날 일에 대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T개발 대출은 농협중앙회의 심사를 통해 2005년 11월 이뤄졌다. 하지만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대출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업무취급 확약서’도 등장했다. 확약서에는 “이 대출과 관련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대출 신청 지점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김해 내외동지점장이었던 도OO씨는 “농협에 30년 근무하면서 업무취급 확약서라는 것을 그때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확약서가 부당대출의 대표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배 전 감사의 대출압력, 부실화가 예상되는 대출임을 알고서도 부실대출의 책임을 지점에 떠넘기기 위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괴문서라는 것이다. 내외동지점 직원 4명의 서명이 들어간 확약서는 지금도 농협중앙회에 보관돼 있다.

그러나 ‘확약서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내외동지점에 근무한 농협 직원들과 중앙회 측은 서로 “내가 만든 문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과연 이 괴문서는 누가 만든 것일까.

부실기업이던 T개발에 대출된 돈은 결국 상환되지 않았다. 농협은 이 대출을 2007년경 슬그머니 손실 처리했다. 김씨는 자신이 부실대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2006년 가을경 여러 차례에 걸쳐 배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000만원 줬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대출건은 처음부터 배씨가 주도적으로 계획, 진행했다. 배씨는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다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래서 배씨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낸 진정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T개발 등이 배씨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김씨는 T개발이 시행한 아파트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한 D건설 관계자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D건설에서 자금을 담당했던 염OO 본부장은 “T개발 측에서 여러 번에 걸쳐 배씨에게 가져다줄 돈이라며 돈을 요구했다. 인사를 해야 한다거나 접대를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충북 제천에도 공사현장이 있어서 은행 대출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1000만원을 만들어 고OO 사장에게 주면서 ‘배 감사에게 잘 좀 얘기해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돈이 건너가고 얼마 안 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배씨, 배OO 회장, 고OO사장과 만나 저녁을 함께하면서 대출 문제를 의논했다. 당시 내가 전한 돈이 배씨에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씨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씨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이런저런 구설에 시달렸다. 배씨의 딸 정민(33)씨는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2년 12월25일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36)씨와 결혼했다.

배씨 관련 의혹의 시작은 그가 사돈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CA자산운용 감사가 된 때부터였다. 2004년 초에는 CA자산운용 감사 자격으로 농협에서 받은 50평형 전세 아파트가 문제가 된 일도 있다. 이 아파트에 노건호씨 부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2004년 초 ‘주간동아’를 통해 확인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2006년에는 음주 교통사고도 터졌다.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 사건은 경찰과 청와대의 은폐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제법 큰 사건으로 비화했다. 배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위기가 많았지만 배씨는 최근까지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연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관련 의혹으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자 슬그머니 사표를 냈다. 법인등기부에서 이름이 빠진 건 올해 1월31일.

‘신동아’는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T개발 대출 의혹과 관련해 배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배씨, 배OO회장, 고OO사장 등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농협측은 배씨 의혹과 관련, “징계해직된 한 직원이 낸 악의적인 투서”라고 주장했다.

신동아 200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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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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