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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퍼스펙티브 디자이너’ 박용후의 긴급제언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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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톡’으로 유명한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의 박용후 고문은 기자 출신으로 여러 회사의 홍보 임원을 역임했다. 최근 ‘관점 디자인(perspective design)’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와 정부 부처, 공기업, 대기업, 대학 등 41곳에서 강연을 했다. 화려한 영상과 달변으로 청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 ‘재야의 강연 고수’로 통한다. 관점 디자인의 논지는, 회사를 홍보하거나 뉴스를 만들거나 신상품을 내놓거나 입찰제안서를 쓰거나 입사면접을 보거나 이성 친구에게 말을 걸거나 여하튼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만의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며 관점을 잘 디자인하기 위해선 이러이러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편집자 주>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크리스마스 시즌 서울 홍대 앞 코카콜라 행사 장면.

삐삐, 친구에게 보내는 종이 편지, 디스켓, 공중전화!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는가? 한때 우리 주변에서 습관처럼 익숙하게 쓰이던 것들이다. 어떤 것들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언제부터인지 우리 습관의 언저리로 밀려났다. 다른 것들이 습관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 사람에게 언제부터 그렇게 바뀌었는지 질문하면 선뜻 답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습관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조금씩 ‘시나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꽤 많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 항상 얻는 것이 있다. 뜬금없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이기를 꺼내는 이유는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과 성공한 사람은 분명하게 구분되는 작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평범함과 비범함의 차이

성공한 사람들은 시나브로 흐르는 시간을 느끼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대별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이야! 언제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지?”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3개월 뒤, 6개월 뒤, 1년 뒤의 세상을 읽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뒤돌아보면서 세상이 바뀌었음을 아는 사람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면서 미래를 바꿀 준비를 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세상의 속도는 이전에 비해 엄청 빨라졌다. 미국 MIT대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가 쓴 ‘디지털이 되라(Being Digital)’라는 책에는 ‘개의 1년(Dog Year)’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개는 사람의 10분의 1밖에 못 산다. 개에게 1년이란 사람의 10년과 맞먹는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예전에 10년에 걸쳐 일어나던 일들이 이제는 1년 아니, 한 달이라는 시간에도 일어난다고 말한다.

카카오톡의 김범수 의장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 김범수는 최민식과 유지태가 주연한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도 그 영화를 봤지만 신선한 충격까진 아니었다. 김범수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바로 이 대사였다.

“당신의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유지태)은 오대수(최민식)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15년 만에 풀어줬을까?”

관점의 반전! 이것이 바로 김범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우선 마케팅과 홍보에 이 ‘관점의 법칙’을 적용해보니 꼬인 실타래가 한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후 나는 “마케팅이란 고객의 관점을 바꿔 서비스나 제품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의 경우 병 안에 들어 있는 검은색 액체의 본질이 바뀐 적은 없다. 똑같은 내용물을 가지고 100년 동안 세계 브랜드 1등을 했다(정확히 125년). 이건 사실 기적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단 하나. 관점 전환이다. 코카콜라의 마케터들은 시대에 맞춰 코카콜라를 바라보는 고객의 관점을 계속 바꿔준 것이다.

“겨울철에 콜라를 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아니! 미쳤어요? 추운데 누가 콜라를 마셔요”라고 답한다면 코카콜라에서는 바로 해고다. 이것은 당연함에 갇혀 사는 일반인의 답이다. 코카콜라의 마케터들은 사실에 기초해(based on true story) 산타클로스를 탄생시켰다. 산타클로스와 코카콜라 로고의 붉은색을 오버랩했다. 겨울철에도 콜라에 매력을 느낄 수 있게 새로운 관점을 입힌 것이다. 이 멋진 ‘당연함을 부정한 관점 바꾸기’로 인해 겨울철이면 경쟁사는 눈물을 흘린다.

‘마케팅은 짧고 서비스는 길다’라는 책에 소개된 일본의 이세탄 백화점의 사례도 바로 관점 바꾸기였다. 이 책에는 ‘고객기점’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고객을 주어로 관점을 바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매장이라면 ‘물건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세탄 백화점은 “매장이란 고객님이 물건을 사시는 곳”이라고 했다. 관점이 바뀐 것이다. 이것만으로 서비스의 혁명이 시작됐다. 단지 관점을 바꾸었을 뿐인데 말이다.

관점을 바꾸면 기적이 시작된다

창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알려진 것들을 조합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1991년 아오모리 현에 기록적인 태풍이 닥쳐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졌다. 상품가치가 있는 사과는 겨우 10% 남짓. 농부들은 간단한 관점 바꾸기로 대박을 쳤다. 10%의 사과에 ‘기록적인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대단한 사과’라며 ‘대입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10배나 높은 값을 매겼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다 팔렸다.

많은 회사는 주어의 자리에 본인을 놓는다. 만드는 사람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본다. 실패하는 사례의 대부분이 이렇다. 반대로 나는 히트 상품은 오직 고객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회사가 신제품이라고 홍보하고 광고해도 고객들이 신제품이라고 느끼지 않으면 그것은 신제품이 아니다. 발표자, 화자, 파는 사람이 아니라 수용자, 듣는 사람, 고객이 관점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제품이 사장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해석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어떻게 고객의 관점을 바꿔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해석하게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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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카카오 커뮤니케이션 전략고문 parkyongh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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