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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간척지 미래 한국의 서울 될까?

새만금 간척지 미래 한국의 서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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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고군산군도와 군산 및 변산 일대는 바다가 뭍으로 변한다는 예언의 실현화 현장이다. 고려가 풍수적으로 권력의 기운을 보충하려고 주목했던 곳이자, 삼국시대엔 미륵신앙의 핵심 근거지로서 미륵 용화(龍華)세계가 구현되는 터전으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 과연 새만금 지역은 미래 한국의 신수도가 될 수 있을까.
새만금 간척지 미래 한국의 서울 될까?

한국의 대표적 미륵 성지로 꼽히는 금산사 미륵불상. 미륵불(가운데)이 새만금 지역을 바라보게 조성돼 있다.

한반도에서 전북 군산과 변산을 포함한 새만금 지역은 우리 국토 경계선을 바꿔놓는 매우 ‘주목받는’ 지역이다. 풍수적으로도 한반도의 기운을 바꿔놓을 만큼 민감한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새만금 개발사업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간 경제협력 사례로 새만금 한중 경협단지(차이나밸리) 조성사업이 공동성명 부속서로까지 공식 발표됐다.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는 것엔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중 경협단지 개발이 단순히 양국 정상의 립서비스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양국 중앙정부의 공조로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며, 국제적으로도 새만금 사업에 대한 각국의 투자 유치 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파괴 문제로 숱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 새만금 사업은 군산, 김제, 부안 앞바다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3.9km)를 건설함으로써 4만100ha에 달하는 간척지를 확보하는 국책사업이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땅이 새로 생겨나는, 단군 이래 최대 국토 확장 사업일 것이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00만여 명의 인구가 이 지역에 거주하게 되며,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중심 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새만금 사업의 장밋빛 청사진을 보면 한 나라의 수도 기능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서해안 융기설과 ‘群倉萬里’

새만금 사업은 필자가 ‘신동아’ 7월호에 소개한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와도 연결돼 있다. 선유도를 포함한 고군산군도 일대까지가 모두 개발사업 영역으로 포함돼 뭍으로 변하게 되고, 선유도 망주봉 일대에 서린 강한 권력의 기운 역시 풍수적으로 새만금 간척지와도 불가분 연계되기 때문이다.

사실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군산과 부안 일대의 지형이 바뀐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예언돼왔다. 조선시대 때 전라감사를 두 번이나 지낸 이서구(李書九·1754~1825)는 “수저(水低) 30장(丈)이요, 지고(地高) 30장(丈)이라”는 말로 부안군 변산 앞바다의 바닷물이 30장(약 90m) 밑으로 빠지면서 땅이 30장 높이로 올라오게 된다고 예언했다. 이는 서해안에서 발생하는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어찌 보면 새만금 사업은 서해안 지각변동의 전초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해안 융기설은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여러 선지자가 자주 거론했다. 지구가 선천(先天)시대를 마무리하고 후천(後天)시대로 돌입하면서 대규모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고 예언한 김일부(金一夫· 1826~1898)는 그가 남긴 ‘정역(正易)’에서 ‘수석북지(水汐北地) 수조남천(水潮南天)’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지구의 북쪽 땅에서 물이 빠지고, 남쪽 하늘로 물이 모여든다”라는 의미다.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탄허(呑虛·1913~1983) 스님은 북극의 얼음 녹은 물이 적도 부근으로 모여들고 이는 결국 일본의 침몰과 한국 서해안의 융기로 이어지는 지각변동을 낳게 된다고 예언한 바 있다.

이뿐 아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수많은 기행 이적을 보인 강증산(姜甑山·1871~1909)과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새만금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말도 남겼다. 강증산은 ‘남통만리(南通萬里)’라는 말로 서해를 개척해 우리 민족이 살 땅이 새로 나온다고 했고, 소태산은 ‘군산 앞쪽으로 창고가 만 리나 생겨난다’는 뜻의 ‘군창만리(群倉萬里)’를 예언했다. 이 때문에 오늘날 강증산을 교조로 받드는 증산교와 소태산을 받드는 원불교 신도들은 새만금 지역이 미래의 새 땅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땅이 생길 경우, 이를 풍수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먼저 한반도 풍수를 거시적으로 조망해보기로 하자. 이에 대해 언급한 이로는 조선시대 때 천문학 교수를 지낸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1509~1571)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유학자이면서 당대 최고 풍수지리가로 평가받은 남사고는 ‘산수비경(山水秘經)’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 땅을 희롱하는 형상이며 백두산은 호랑이 코에, 호미곶(경북 포항의 영일만 동쪽)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새만금 지역은 호랑이의 자궁

한반도를 호랑이 형세론으로 이야기할 경우 군산과 부안을 포함하는 새만금 지역은 호랑이의 아랫배, 즉 자궁에 해당한다. 이곳으로 흘러내리는 만경강과 동진강은 자궁의 길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기록되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두고 풍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만금방조제가 호랑이 자궁의 입구를 막은 데다,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가 간척지로 변해 자궁의 길마저 없애버려 자손줄이 끊기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 한반도를 바다에 둘러싸인 물고기 형상으로 보는 풍수론도 있다. 이에 의하면 군산 및 변산 일대가 물고기의 배[魚腹]에 해당하며, 물고기의 내장은 금강이라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물고기의 내장이 썩어 들어가면 민중이 그리워하는 새 세상이 열리게 된다는 풍수적 예언도 유행했다. 실제로 소백산맥에서 발원해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금강은 하구에 둑이 건설됨으로써 내장이 썩어 들어가는 모양새다.

흥미롭게도 한반도를 동물 모양에 비유한 두 풍수론에선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군산과 변산 지역이 생명을 잉태하는 부위라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이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낡은 몸을 벗고 새로운 몸체로 변신하기 위해 대공사 중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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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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