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60대 스포츠 女아나운서 김선신은 가능하다!”

‘베이스볼 투나잇’ 안방마님 김선신

  •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입력2015-06-25 16: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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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한 옷? 섹시하지 않아서…
    • 내게 ‘여신’ 표현은 겉도는 기름일 뿐
    • ‘방송의 꽃’ 아닌 ‘야구 전문 방송인’
    • ‘마리화나’ 탓 1박2일 진행하기도
    “60대 스포츠 女아나운서 김선신은 가능하다!”
    “야구 지식과 깊이가 있다. 야구담당 여자 아나운서 중 가장 프로페셔널한 후배라고 생각한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MBC스포츠플러스에서 ‘베이스볼 투나잇(베투)’을 진행하는 김선신 아나운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중 11년 연속 시청률 1위를 고수하는 ‘베투’의 안방마님 김선신(28) 아나운서는 2011년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스포츠방송사에 입사했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그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아나운서를 선택한 것은 도전정신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 생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왕이면 오래전부터 꿈꾸던 아나운서 활동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런 갈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걸 느끼며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방송의 꽃’으로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야구 전문 방송인으로 거듭난 김선신 아나운서를 6월 7일 만났다.

    초등교사에서 아나운서 변신

    ▼ 아나운서 5년차다. 지금 모습에 만족하는 편인가.



    “50대 50이다.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수 있고, 선배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동료 아나운서, 다른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칭찬을 받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서 50을 남겨뒀다. 방송 진행도 진행이지만, 인터뷰를 잘하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내가 한 인터뷰가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고 화제를 모은다면 굉장히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방송 일 중 인터뷰가 가장 어렵기도 하다.

    어제(6월 6일) 넥센의 김하성 선수가 두산 전에서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인터뷰를 했는데, 지나고 생각하니 아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왜 그 질문을 안 했지?’ ‘아, 그땐 이런 내용으로 물어봤어야 하는데…’ 하는 자책과 반성이 겹치면서 퇴근 후 집에 오는 내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을 인터뷰하는 건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런 중요한 인터뷰를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이끌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방송의 길을 선택했을 때 부모님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아빠가 대전대 전자공학과 교수이시다. 할머니도 선생님이시고. 친가 쪽 대부분이 교육자로 일하는 터라 내가 교사를 계속하길 바라셨다. 가족들은 방송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아나운서는 수명이 짧고 상황에 따른 변화의 폭도 크지 않나. 엄마는 내가 아나운서 하겠다고 말했을 때 ‘너보다 예쁘고 키 큰 아나운서가 얼마나 많은데, 네가 가당키나 하겠냐’며 걱정을 많이 하셨다. 일단 말은 꺼냈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혼자 학원을 알아봤다. 엄마한테 돈을 받아 쓰는 게 부담스러워 장학금을 주는 방송 아카데미를 찾았고, 오디션을 거쳐 3위 안에 들면 장학금을 준다는 학원을 찾아내 합격했다.”

    ▼ 별다른 준비도 없이 오디션을 치른 건가.

    “면접관이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는지 어필해보라’고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평소 내가 아나운서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를 설명했다. 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휴대전화로 방송 리포트하는 상황을 연습하곤 했는데, 그 모습을 재연했다. 오디션에 참가한 후보생 중에서 학원도 안 다니고 ‘생짜’로 온 사람은 나 혼자밖에 없더라. 그런데 그게 좋은 이미지로 어필이 된 듯하다. 3위 안에 들었으니.”

    “현장에선 리포터 김선신”

    “60대 스포츠 女아나운서 김선신은 가능하다!”

    1월 15일 김선신 아나운서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SK 정우람과 인터뷰하고 있다.

    ▼ 왜 스포츠 아나운서였나.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스포츠 아나운서에 관심이 없었다. 뉴스가 하고 싶어 아나운서를 지원한 거다. 더욱이 스포츠 쪽엔 키가 큰 선수가 많아 나처럼 키가 작은 사람은 불리할 것 같더라. 그런데 아카데미의 선생님이 MBC스포츠플러스에서 여자 아나운서를 뽑으니 한번 응시해보라고 했다. 스포츠 쪽은 생각지도 않았기에 원서 내는 것도 싫다고 거절하다가 마감 마지막 날 원서를 제출했다. 면접 볼 때도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보니 마음을 비우고 들어갔다.”

    ▼ 학원을 공짜로 다니려고 아카데미 오디션을 본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면접시험에서 어떤 질문이 나왔나.

    “키와 관련된 질문이 가장 많았다. 160㎝가 안 되는 키가 콤플렉스로 작용하지 않겠냐고 묻기에 단순하게 대답했다. ‘키가 작아서 인터뷰를 못하면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올라가서 하면 되지 않겠냐’라고. 키 크고 날씬한 아나운서들 속에서 나처럼 키 작은 아나운서가 오히려 더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남발했다. 결국 최종 합격했고 지금에 이르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가 날 뽑은 게 신기하다.”

    ▼ 공중파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A방송국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사실 공중파와 케이블방송의 차이는 대우 문제였는데, 지금은 케이블방송국 아나운서 대우가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만약 공중파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현장을 다니며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하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 나름 ‘신의 한 수’였다고 자위한다(웃음).”

    ▼ 여자 아나운서를 방송 리포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나운서와 리포터의 개념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어떤 분들은 공채 시험에 합격한 이를 아나운서로, 프로그램에서 필요로 할 때 아르바이트 식으로 일하는 이를 리포터라고 부르더라. 아나운서가 되는 과정이 무척 어렵고 빈자리가 극히 적다보니 아나운서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나운서도 현장에 오면 리포터가 되는 게 아닐까. 스튜디오의 진행자는 아나운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는 이는 리포터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 나왔을 때는 아나운서 김선신이 아닌 리포터 김선신이라고 말한다.”

    ▼ 현장을 다니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 취재하다가 겪은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지금은 SBS로 옮긴 정우영 선배와 함께 삼성 라이온즈를 취재한 적이 있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과 인사를 나눴는데, 진갑용 포수가 다가와선 정우영 선배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때 진갑용 선수에 대해 잘 몰랐다. 정 선배가 ‘김선신 아나운서! 삼성의 코치님이야. 인사드려’ 하기에 ‘아, 코치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진갑용 선수는 ‘어떻게 내 얼굴도 모르냐’며 화를 내는 척했다. 무척 당황했다.

    “거리에선 아무도 못 알아봐요”

    그때만 해도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본의 아니게 현장에서 그런 실수가 나왔다. 넥센의 손혁 코치가 우리 회사 해설위원으로 합류했을 때도 난 그분이 투수였는지도 몰랐다. 본인은 2년 연속 10승을 올린 투수 출신이라고 소개했는데, 난 처음 듣는 말처럼 받아들였다. 야구도 이런데, 배구장에 가면 더 헷갈렸다. 창피한 얘기지만, 김호철 감독을 알아보지 못한 적도 있다. 정말 방송 초기에는 한없이 ‘어리바리’ 했던 것 같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 아나운서들 간에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나.

    “아나운서 2년차 때 그 문제로 한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원래 내 성격은 스트레스를 잘 받는 타입이 아니다. 경쟁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자꾸 경쟁을 시키더라.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때 그 선배가 내게 이런 얘길 해줬다. ‘스포츠 아나운서 분야만큼 경쟁이 심한 곳도 없다. 공중파에선 프로그램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아나운서가 경쟁을 벌이는데, 그에 비하면 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거야’라고.

    그때 느낀 바가 컸다. 댓글에 상처 받고, 경쟁에 스트레스 받을 게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에 감사하자고. 내 직업이 얼마나 근사한지, 유명한 스포츠 선수를 가까이서 만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건, 야구팬들 사이에선 내가 연예인급이지만 야구장 밖에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메이크업하지 않고 거리를 다니면 아무도 못 알아본다.”

    “60대 스포츠 女아나운서 김선신은 가능하다!”

    김선신 아나운서는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야구팬의 인기를 얻었다.

    ▼ 방송사가 달라도 여자 아나운서들끼리는 친한가.

    “아나운서 1년차일 때 야구장에 갔다가 공서영 선배와 마주친 적이 있다. 서로 TV로만 봐 오다가 직접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아나운서들끼리 만나면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다. 지방 출장 가 모텔에서 자면서 메이크업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하고, 회식 자리에서 끝까지 자리 지켜야 하고, 악성 댓글에 눈물 흘리는 등 다들 비슷한 처지에 있다보니 말이 잘 통한다. KBSN스포츠의 윤태진 아나운서는 키와 외모가 비슷한 편이라 은근히 서로 신경 쓸 것 같지만,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낸다.”

    “셋 다 ‘공주과’와 거리 멀어”

    ▼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진행자의 의상이 화려하고 과감해졌다. 노출이 심한 의상도 많고.

    “방송국마다 시청률을 의식해서 노출이 과한 의상을 입게 하는데, 난 아무리 야한 의상을 입어도 섹시하지 않다. 회사 측에서도 나한테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청률이 진행자의 의상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진행자나 프로그램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스포츠 여자 아나운서를 ‘여신(女神)’에 비유하곤 한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프로야구 프로그램에서 전문성과 상관없는 ‘여신’이란 타이틀은 명예와 비난을 동시에 안겨주는 표현이라고 보는데.

    “나한테 ‘여신’이란 말은 겉도는 기름과 같은 것이다. 그 단어는 김민아, 최희, 공서영 선배에게 해당되는 말 아닐까(웃음). MBC스포츠플러스에는 나 외에 배지현, 박지영 아나운서가 있다. 모두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 동갑내기다. 배지현은 SBS스포츠에서 왔고, 박지영은 KBSN스포츠 출신이다. 나만 MBC스포츠플러스 출신인데,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고, 셋 다 ‘공주과’와는 거리가 멀다. 우린 ‘여신’이란 타이틀을 얻기보다 프로그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나운서로 평가받고 싶다.”

    ▼ 지난해 4월 MBC스포츠플러스의 ‘간판’이던 김민아 아나운서가 SBS스포츠로 옮겼고, SBS스포츠에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배지현 아나운서가 MBC스포츠플러스로 이동했다. 김민아 아나운서 대신 김선신 아나운서가 평일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MBC스포츠플러스의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선배의 이적이 결과적으론 좋은 영향을 미친 셈인데.

    “방송국에 입사하면서부터 김민아 선배의 직속 후배로 여러 가지 가르침을 받아왔다. 더욱이 민아 선배와 함께 S본부로 옮긴 정우영 선배는 나의 멘토나 다름없었다. 그런 두 분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났기 때문에 마치 엄마, 아빠 잃은 소녀가장처럼 두 분의 빈자리를 쓸쓸히 지켜봐야 했다. 아직 ‘가장’이 될 준비도 안 됐는데 갑자기 후배들이 들어오고, 어느 순간부터 민아 선배가 하던 일을 내가 하고 있다. 지금은 경쟁 프로그램의 진행자지만,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다.”

    모든 멘트 직접 작성

    ▼ 프로야구를 담당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하루 스케줄이 궁금하다.

    “저녁 경기가 있을 때는 오후 2시에 출근한다. 2시 30분에 PD, 작가, 편집자가 다 모이는 전체 회의가 열리고, 매치업별 관전 포인트, 프로그램 구성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4시 30분에 메이크업을 받는다. 6시에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라인업이 나온다. 오프닝 멘트를 준비하고, 경기를 보면서 해설위원들과 함께 분석에 나선다. 모든 멘트는 내가 직접 작성한다. 그러다보니 경기 결과에 따라 클로징 멘트를 수차례 썼다 지웠다 반복한 적도 있다.”

    ▼ 경기가 연장전까지 치러질 때는 매우 힘든 하루가 되겠다.

    “1박2일도 경험했다. 올 시즌 초반 11시를 넘기는 경기가 유독 많았다. 특히 한화 경기는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이는 터라 어느 팀을 만나도 가장 늦게 끝났다. 시즌 초에 우리 방송이 한화 6연전을 중계했는데 그중 3일 동안 1점차 승부를 벌이며 연장에 돌입했다. 새벽 퇴근이 당연시되면서 체력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마리화나’로 불릴 만큼 명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화나이글스’로 조롱받던 팀이 ‘마약야구’를 하는 팀으로 바뀐 것이다.

    ▼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선 진행자와 해설위원의 호흡이 중요해 보이더라.

    “선수 출신도 있고, 허구연 위원처럼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분과도 함께하는데, 나한테는 허구연 위원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분의 집중력은 아무도 못 따라간다. 경기 기록을 직접 다 한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하시는 분이다. 예순이 넘은 나이인데도 야구 기록에 대한 욕심과 열정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석에서 대화를 나눠도 야구 얘기만 하신다. 선배로서 존경한다. 야구에 대한 그분의 애정을 닮고 싶다.”

    “60대 스포츠 女아나운서 김선신은 가능하다!”

    김선신 아나운서는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 여자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스스로를 ‘방송의 꽃’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내가 이 회사에 합격했을 때가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가 불미스러운 일로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여자 아나운서와 야구선수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부정적인 시선이 쏟아졌다. 회사 측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했다. 그렇다보니 여자 아나운서의 야구장 출입 자체가 어려웠다. 1년차 때는 현장 출입은 꿈도 꾸지 못했다.

    2년차 때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 짧은 치마는 절대 안 되고, 목소리를 크게 해도 안 됐으며, 선수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눠도 안 되고, 하이힐도 금지됐다. 우리도 기자들하고 똑같이 일하러 왔는데, 그처럼 매사에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하니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다 3년차, 4년차가 되면서 현장 경험이 쌓이고, 선수들이나 야구 관계자들과 편한 관계가 되면서 현장 일이 점차 편해진 것 같다.”

    ‘넌 지금 가장 불안한 게 뭐니?’

    ▼ 최희, 공서영 등 프리랜서로 전향한 스포츠 아나운서가 늘고 있다. 프리랜서 진출에 대한 유혹을 느끼진 않나.

    “글쎄, 주위에서 그런 질문을 하긴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난 나이 먹어도 현장에 남고 싶다. 전문 아나운서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 가끔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김선신, 넌 지금 가장 불안한 게 뭐니?’ 여자 아나운서의 경쟁력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결혼해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은 후에도 방송국에서 날 필요로 할까…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 김선신 아나운서를 두고 ‘오버한다’ ‘과한 리액션을 즐긴다’는 반응이 많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한참 자존감이 낮았을 때는 그런 평가에 심하게 흔들렸다. 그래서 일부러 리액션도 안 하고 오버도 안 했다. 그랬더니 점점 방송이 재미없어지더라. 마치 시들어가는 식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방송의 특징이 오버하는 것, 과하다 싶을 정도의 리액션을 하는 건데, 그래야 내 에너지가 표출되고, 방송도 살아나는데, 그걸 못하니까 방송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 고심 끝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색깔은 잃고 싶지 않았다.”

    ▼ 여자 아나운서들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야구선수들과의 사적인 친분일 것이다. 실제로는 어떤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야구선수 번호가 5개밖에 안 된다. 선수들 번호가 없어도 홍보팀을 통해 인터뷰 요청을 하면 된다. 굳이 밤에 문자하고 메시지 보낸다고 친분이 쌓이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내게 밖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선수도 없었다. 아나운서와 선수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사적으로 친한 편이 아니다.”

    ▼ 야구 커뮤니티에선 메이저리거 류현진과의 열애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에 대해선 ‘아니다’라는 걸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소문으로는 나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직접 봤다는 교민들도 있다고 하더라. 매일 방송을 하는데 어떻게 LA까지 다녀올 수 있겠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하던데, 내 경우에는 정말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나더라.”

    반짝반짝 빛나는 ‘류 셰프’ 주방

    ▼ 2년째 계속 메이저리그 캠프를 방문했다.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캠프를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 선수의 인터뷰 스타일에 어떤 차이가 있던가.

    “먼저 류현진 선수는 워낙 마운드에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줘 성격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야구가 안 될 때는 그도 아파하고 힘들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KIA로 돌아온 윤석민 선수를 플로리다 볼티모어 캠프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야구하며 ‘멘털’이 약하다, 새가슴이다 등등의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플로리다에서 만난 윤석민 선수는 도전의식을 갖고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듯했다. 추신수 선수는 변함없이 진지했다. 늘 야구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얻고자 고된 훈련을 감당하는 베테랑이다. 강정호 선수는 추신수, 류현진을 반반씩 섞은 스타일이라고 하겠다. 재미있고 거침이 없다. 성격이 시원시원한 편이다.”

    ▼ 피츠버그 캠프를 찾아가 조시 해리슨 등에게 강정호의 별명이 ‘나훈아’란 사실을 알려줬더라. 나중에 강정호 선수가 이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선수들이 친근감을 느끼도록 나훈아 사진과 강정호 사진을 비교해 보여줬다. 별명 부르면서 친해지라고. 강정호 선수는 내가 다른 별명을 안 가르쳐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웃음).”

    ▼ 한국 선수가 뛰고 있는 캠프를 방문할 때마다 빈손으로 가지 않고 뭔가 잔뜩 챙겨 가는 걸 봤다. 선수들 선물은 물론 소속팀 감독의 선물까지 준비하던데.

    “환심을 사서 좋은 인터뷰를 따기 위한 ‘뇌물’이나 마찬가지다. 클레이튼 커쇼, 맷 캠프, 후안 유리베도 처음에는 인터뷰하기를 꺼렸는데, 초콜릿을 내밀자 바로 응해주더라. 지난 시즌 돈 매팅리 감독에겐 홍삼을 선물했다. 올 시즌에 다시 갔더니 ‘내가 홍삼 먹고 늦둥이 얻었다’고 농담하는 바람에 한참 웃었다. 피츠버그의 허들 감독한테도 홍삼을 선물하면서 매팅리 감독의 늦둥이 얘기를 전했다. 허들 감독 왈, ‘난 늦둥이를 낳을 만큼 힘이 남아 있지 않다’(웃음). 다저스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류현진 선수가 팀에서 어느 정도의 대우와 인정을 받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취재차 류현진 선수가 묵는 숙소를 방문했다. 류 선수가 직접 끓여준 김치찌개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류 셰프’의 주방은 거실과는 달리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이 정돈돼 있었다. 미국 생활에 녹아든 류현진 선수의 일상을 살짝 엿본 시간이었다.”

    ▼ 지금은 샌디에이고 소속인 맷 캠프가 다저스에 있을 때 직접 인터뷰하면서 ‘치어리더’라는 표현을 썼다. 맷 캠프에게 ‘치어리더’는 금기어였다. 포스트 시즌에도 경기 출전 대신 벤치만 달구고 있다고 해서 생긴 별명인데, 과감하게 별명에 대한 질문을 하더라. 그로 인해 비난이 들끓었고.

    “악플에 흔들리지 말자고!”

    “이전까지만 해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맷 캠프 인터뷰로 인해 ‘개념이 없다’ ‘예의가 없다’면서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만약 내가 정말 무례했다면 현장의 PD나 스태프들이 그 방송을 내보냈을 리가 있겠나. 재미있게 편집하려다보니 그 부분이 돋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댓글을 접할 때마다 상처를 입는 건 사실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욕을 먹어야 하는 이 일이, 여전히 아프게 다가온다. 왜 이렇게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악플에 흔들리지 말자고!”

    ▼ 겨울에는 농구와 배구를 맡던데, 종목별로 선수의 특징을 꼽는다면.

    “배구 선수들은 정말 착하다. 남자친구로 빗대 표현한다면, 연애를 한 번도 안 한 순수 청년처럼 곤란한 질문을 던져도 빼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한다. 농구 선수들은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내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질문을 하면 ‘왜 우리 오빠를 곤란하게 만드느냐’며 악플을 다는 팬들도 있다. 야구 선수들은 가장 인기 많은 종목인 만큼 인터뷰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웬만한 유도 질문에는 잘 넘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반대로 당할 때도 있다(웃음).”

    ▼ 아나운서 생활의 만족도가 어느 정도인가.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나.

    “한 85점 정도? 100점이 안 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라면 100점을 주고도 남는다.”

    ▼ 허구연 해설위원은 김선신 아나운서의 빠른 판단 능력과 감각적인 현장 대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프로그램을 위해선 자신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선수들 앞에서 자존심을 접고 적극적으로 섭외하는 것은 물론 영어를 잘하는 덕분에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원활한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젠 스포츠 여자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으로 보지 않는다. 야구에 대한 지식이 깊고 이해도가 높은 아나운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계속 프로그램을 맡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50세, 60세에도 스포츠 방송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나와야 한다. 김선신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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