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시선집중

트럼프 덕에 인종차별 항의 ‘한쪽 무릎 꿇기’ 유행시키다

미식축구선수 콜린 캐퍼닉

  •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 turtle@donga.com

    입력2017-10-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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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샌프란시스코(SF) 포티나이너스(49ers)에서 쿼터백으로 활약한 콜린 캐퍼닉(30). 그는 적어도 유명세에서만큼은 팀 출신 쿼터백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조 몬태나와 스티브 영에 뒤처지지 않는다.

    여러 차례의 슈퍼볼 우승으로 유명해진 몬태나나 영과 달리 캐퍼닉은 남다른 제스처로 유명해졌다. 과거엔 터치다운 득점을 성공시켰을 때 이두박근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이름을 따 ‘캐퍼니킹(Kaepernicking)’으로 불렸다. 그런데 올해 들어 여기에 또 다른 의미가 추가됐다. ‘미국 국가 연주 때 한쪽 무릎 꿇기’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은 지난해 시범경기 때 미국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취지로 한쪽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미국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자 이에 항의하는 표시였다.

    국기와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국 사회에서 캐퍼닉의 행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기름을 부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9월 22일(현지시간) 그는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저 개자식을 당장 끌어내. 넌 해고야!’라고 말할 수 있는 NFL 구단주를 보고 싶지 않나?”라고 외쳤다. 이틀 뒤 NFL 경기에서 백인 포함 200여 명의 선수가 무릎을 꿇으며 트럼프 발언에 항의했다. 10월 8일엔 인디애나 주지사 출신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가 상대 팀 49ers 선수 20여 명이 국가 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자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다.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상에선 캐퍼니킹을 지지하는 #kaepernicking 해시태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캐퍼닉은 현재 백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선수가 됐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없어서다. 이에 대해서도 정치 논란이 부담스러워 기피한다는 음모론과 ‘지난 시즌 선발 출장한 12경기 중 승리한 경기는 1경기뿐’이란 실력론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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