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호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무소불위 사학권력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입력2014-12-23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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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용 부동산처럼 사학 운영권 매매
    • 재난안전위험시설 경고에도 ‘나 몰라라’
    • 아버지는 이사장, 아들은 행정실장, 딸은 교사
    • 시험문제 유출 교사와 학부모, 돈거래에 성관계까지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사학들이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비리를 저지르고 족벌운영을 일삼는다. 사학은 통제받지 않는 교육권력이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 2014년 9월 4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립학교 비중이 높다. 2014년 전국 사립 고등학교는 640개. 전체 고등학교(1520개)의 42%에 해당한다. 서울의 경우 110개로 공립 고등학교(72개)보다도 많다.

    사학 내 이사장, 설립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학교 운영과 교사 인사, 재단전입금 운용에서 절대적 지위를 행사한다. 사립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공립학교 수준의 예산을 지원받지만 교육청의 감시·감독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일부 사학재단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유형별로 그 사례를 살펴보자.



    ★ 학교 운영권 매매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는 조선 말기 고종황제의 계비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황귀비 뜻에 따라 지어진 학교다.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최초의 여학교답게 개교 108년 역사 동안 많은 여성 인재를 배출했다.

    2010년 설립자 후손인 변기호 전 이사장 부자(父子)는 선대로부터 넘겨받은 학교 부지 및 운영권을 류종림 전 장안대 총장(현 진명학원 이사장)에게 75억 원을 받고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류 이사장이 건넨 돈 일부가 장안대 교비에서 횡령한 돈으로 드러났다. 류 이사장은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2014년 5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출소했다.

    변 전 이사장 측은 “류 이사장이 부정한 돈으로 진명학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인수 당시 교육청에 제출한 ‘학교발전계획’도 지키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했다. 설립자 후손이자 변 전 이사장 큰누나인 변명혜 씨는 “돌아가신 어른들께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 학교를 꼭 되찾아 나라에 기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류 이사장의 학교 운영권 매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임원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법적으로 제한·금지 규정이 없고 △교육부 장관, 시·도 교육청 등 관할청 허가를 받을 것이 요구되지만 운영권 양도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없으며 △양수 목적 역시 진명학원의 설립 목적과 다르지 않다는 것.

    대법원은 사립학교 매매에 대해 잇달아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4년 1월 대법원은 강원도 영월의 한 사립학교 운영권 양도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이사장에 대해 유죄였던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득형 전 서울시교육청 시민감사관은 “사학은 단순한 부동산이나 사업권이 아닌데 대법원에서 사립학교 운영권 양도행위가 가능하다는 ‘면죄부’를 줬다”며 “이러다가 사립학교 매매 광고 전단이 동네 부동산 중개소에 나붙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신동아’는 2010년 진명여고 변 전 이사장이 학교 판매 홍보를 위해 제작한 ‘투자 제안서’를 입수했다. 부동산 광고 전단 같은 홍보 문구가 눈에 띈다.

    “예금 10억 원과 공시지가 수준 891억 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재단을 140억 원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

    “학교부지 주변은 주택가로서 목동 7단지 등 아파트와 고급 주상복합이 인접해 있음. 주변 여건상 부지 이전 후 주거 용지로 변경 가능성. 이를 환산할 경우 학교부지는 약 2100억 원의 가치 예상됨.”

    검찰이 압수한 류 이사장의 ‘수첩’에는 류 이사장이 진명여고 인수를 앞두고 여러 사학의 ‘시세’를 분석한 것과 사학 인수를 고민하며 역술가들을 찾은 사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진명여고 한 교사는 “이 수첩을 보고도 류 이사장의 진명여고 양수 목적이 학교 설립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진명을 75로 하기로 되었다 함. (변 전 이사장 측에서) 127에서 85까지 끝까지 요구했다 함”(숫자 뒤 단위는 억 원)

    “(역술인에 물어보니) 진명은 지금껏 몇 대를 이어서 심기만 하고 과실은 내가 따먹게 된다고 함”

    “(역술인에 물어보니, 내가 인수할 사학이) 총 5개가 되겠다. 대학 3개, 고교 2개. 욕심은 10개도 넘지만 5개를 인수하겠다. 상대방이 먼저 와서 인수해달라고 부탁하겠다. 아주 헐값으로 사겠다고.”

    ★ 부실 시설 방치, 공사비 유용

    서울 은평구 충암학원은 바둑과 야구 명문으로 꼽힌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소유한 이 재단 건물 5개 동은 2008년 서울시교육청 안전점검에서 최하등급(D등급)을 받았다. 재난안전위험시설로 분류돼 수리도 아닌 개축(改築) 대상이다.

    학교 상태는 심각하다. 충암고는 옥외 비상계단에 자물쇠를 걸어 출입을 막았고 건물 벽이나 천장의 시멘트 중성화(부식) 정도가 심해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스러진다. 화장실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 두 곳밖에 없어 학생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는다.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은 “2007년 이 건물에서 유리 창틀이 떨어져 지나가던 학생 머리에 맞았다. 머리를 스물일곱 바늘 꿰맸다”고 폭로했다.

    이웃한 충암중 학생들은 본관 중앙의 정식 출입구 대신 건물 뒤편에 설치된 임시 출입구를 사용한다. 1층 중앙 로비 구역에 재단 사무실, 행정실이 있어 2층으로 연결되는 정식 계단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충암학원의 비리 32건이 적발됐다. 재단이 교육청에서 지원한 공사비를 시설 보수에 쓰지 않고 공사비를 과다 계산하는 방법으로 부정 이득을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육청은 적발된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자 교육청은 학급 수 감축, 특별교부금 지원 중단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곽노현 당시 교육감 퇴임 이후 충암고의 학급 수는 원상 회복됐다.

    2014년 12월 현재 충암학원은 공사장 분위기다. 5개 동 중 여름방학에 수리한 2개 동을 제외하고, 3개 동에 대한 수리가 겨울방학에 진행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용은 17억 원인데 전액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한다.

    교육청 안전관리담당자는 “2012년부터 예산 심의가 있었고 계획된 수리”라고 답변했다. 그는 “충암학원은 개축 대상인데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재단에서 총 공사비의 3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그간 재단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 교육청도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리를 마치면 충암학원 5개 동은 안전진단을 다시 받는다. 그는 “C등급으로 상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암고 한 교사는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벌써 공사에 들어갔다. 교실 수리로 갈 곳이 없어진 여중 3학년생들이 수능을 마친 남고 3학년 교실에서 수업하는 실정이다. 고교 1, 2학년 시험기간이고 고3 입시 지도도 해야 하는데, 학교 곳곳에 공사 장비가 널리고 학생이 뒤섞이다 보니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

    더 큰 문제는 수리를 하더라도 근원적 해결이 안 된다는 점이다. 개축하지 않는 이상 언제 또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하루는 우리 반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선생님, 건물 무너지면 우리 어디로 숨어요?’라고 묻더라. 이 학교에 배정받은 게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 이런 시설에서 공부하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 부정 입학, 이사장 전횡

    2013년 초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의 입학 비리가 드러났다. 그해 5월 20일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해 입학전형 성적조작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영훈학원에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해 12월 교육청은 한준상 연세대 명예교수를 이사장으로 한 임시 이사단을 내려보냈다.

    2014년 5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은 김하주 전 이사장과 임모 행정실장에 대해 각각 징역 3년 6개월, 1년을 선고했다. 부정 입학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은 영훈국제중을 자퇴하고, 현재 미국 동부의 명문 기숙학교에 재학 중이다. 김 전 이사장 판결문에 영훈학원의 부정 입학 실태가 그대로 담겼다.

    “2009학년도 신입생 등록마감일이 경과한 후 미등록 결원이 생기자 다수의 불합격 학생 학부모가 자녀의 추가합격을 요청했다. 2009년 2월 한 학부모가 법인실로 찾아와 ‘쌍둥이 자녀인데 1명은 떨어지고 1명은 입학했다. 다른 1명이 입학할 수 있게 기여하겠다’며 현금 2000만 원을 임 행정실장에게 건넸다.”

    “한 학생(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2012년 11월경 영훈국제중학교 비경제 사회적배려자 전형에 지원하자 김 전 이사장이 교장·교감에게 ‘학교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니 선발을 하라’고 지시했다. (…) 이 학생이 합격권 바깥에 있자 주관식 영역 점수를 모두 만점으로 높인 다음 이보다 성적이 좋은 13명 학생의 성적을 낮게 수정했다.”

    내부고발자 쫓아내고 교육청 돈으로 재벌 행세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0일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은평구 충암고교를 방문, 노후 건물의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2014년 12월 8일 서울시교육청은 영훈학원 신임 이사장으로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를 임명했다. 교육청은 “(관선이사 취임 이후) 이사장 개인 횡령 금액(5억여 원)을 전액 환수했고 법인 정관을 개정했으며 비리 관계자 9명을 징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년이 돼 학교를 떠났거나 법원에서 금고 이상형을 선고받아 당연면직된 교사 등을 제외한 3명에 대해서만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서울시교육청이 각각 해임, 정직, 감봉을 권고한 사람들에 대해 영훈학원은 정직 1개월, 감봉 2개월, 견책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견책을 받은 행정실장은 현재 법인 사무국장으로 승진했고,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서울시교육청이 정직을 권고한 법인 담당 직원은 행정실장으로 승진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퇴직했다.

    반면 정경영 전 영훈고 교감은 ‘내부고발자’로 몰려 해임됐다. 이사회 회의록에 나타난 해임 사유는 ‘리더십이 없고 교사와 동창회의 불만이 극심하다’는 것이었다. 자녀의 영훈국제중 부정 입학을 양심 고백한 학부모 홍진희 씨는 “전임 관선 이사장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다면 공익제보자인 나부터 만나지 않았겠나. 그런데 한 전 이사장을 단 한 번도 못 만났다”고 말했다.

    구속 수감 중인 김 전 이사장은 지금도 영훈학원 운영에 관여한다. 영훈학원이 최근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2013~2014년)’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이 대리인으로 지목한 이모 영훈학원 사무국장이 이사회에 참여해 김 전 이사장의 뜻을 전달한다. 다음은 2013년 12월 31일 회의록 일부다.

    사무국장 토지보상금 사용계획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원금은 4억1900만 원인데 관련 규정상 법인 수익 중 30%만 법인 운영비로 쓸 수 있습니다. (…) 영훈국제중학교 김 교감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학교장으로 치를 때 장례비로 4900만 원이 나왔는데 학교비로 집행했으므로 법정부담금을 전출해 보전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사장 장례비 보전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사무국장 김 교감 장례에 대해 유족들의 항의가 있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학교장으로 하는 것을 김 전 이사장님이 지시하셨기 때문에 영훈국제중에서 학교비에서 이미 집행했습니다.

    언급된 김 교감은 입시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6월 학교에서 자살한 인물. 당시 그는 “오직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전직 영훈학원 관계자는 “사실 김 교감은 학교 입시 비리의 주역이나 마찬가진데 그를 위해 학교장을 치르고 법인이 장례비를 치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게다가 구속 상태인 전 이사장이 ‘지시’했다며 꼼짝없이 그의 말을 따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시험문제 유출

    2014년 6월, 서울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학부모에게 2000만 원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서울 모 여고 국어교사 A씨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한 학부모로부터 국어, 영어, 수학 시험문제(중간·기말고사)를 과목당 수백만 원을 받고 유출했다. 구속된 A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범죄 수법은 단순한 듯 치밀하다. 학생과 학부모가 A교사 차에 타면 교사는 국어, 영어, 수학 시험지를 건넸다. 한정된 시간에 시험 문제와 답안을 모두 적을 수 없어 학생이 녹음기에 문제와 답을 불러 녹음했다. 하지만 A교사는 재판에서 “이 파일은 해당 학생이 차 안에서 ‘아나운싱’ 연습을 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재판 과정에 교사와 학생 어머니의 ‘부적절한 관계’도 드러났다. 한 교사는 “학생 어머니는 재판에서 ‘옷, 지갑, 벨트 등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줬고 성관계도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 역시 해당 부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재판장에서 “(학생 어머니와) ‘부부관계 유사한 관계’가 있었던 건 맞다. 돈을 주고받은 것은 ‘사적 관계’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가족 경영

    2012년 서울시교육청은 충암학원 이모 전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사장님’으로 불린다. 2014년 2월 졸업생들에게 배부된 졸업앨범에도 ‘이사장’ 란에 그의 사진이 있다. 공식 이사장직은 그의 차녀가 맡고 있고, 큰아들은 행정실장이다.

    사학 내 가족경영은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전국 861개 초·중등 사학법인 중 554개(64.3%)에 설립자나 이사장의 가족, 친인척이 이사나 학교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으로 확장하면 훨씬 많다. 가족이 교사로 임용되는 경우도 많다. 앞서 문제를 지적한 진명학원, 영훈학원 역시 가족이 운영하는 세습 사학이었다.

    ★ 무정년 교장

    서울 양천구 K고 교장은 국내 초·중·고교 교장 중 최고령이다. 새해 78세가 된다. 교육공무원법에는 교장 임기가 62세로 규정됐지만 사립학교법에는 교장 임기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다. 4년 중임으로 제한되긴 하지만 설립자 본인이 교장이거나 ‘교육청 승인’을 받은 경우 나이 제한 없이 교장을 할 수 있다.

    많은 사학이 ‘후자’ 조건을 이용해 ‘고령의 교장’을 자유롭게 고용한다. 2013년 유은혜 의원은 “법정 정년을 넘은 사립학교 교장은 전국에 99명이다. 그중 6명은 40년째 교장직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청, 관료계에서 퇴직한 후 사립학교 교장으로 옮겨가는 ‘올드 보이’가 많아졌다.

    각 시·도 교육청은 별도 예산을 편성해 사립학교 교원 인건비를 보조 지원하지만 정년이 지난 사립학교 교장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 대부분이 재단에 재정결함보조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지원한다.

    세금만으로는 100% 충당할 수 없는 ‘고령의 교장’ 임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사학에서는 교육비 빼돌리기도 서슴지 않는다. 2012년 한 사학재단이 지원받은 방과후 학교 운영비 예산 중 일부를 빼돌린 사실이 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당시 이 비용은 70대 교장의 임금 보조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 법정부담금 납부 안해

    사학재단은 교직원의 국민연금·건강보험·재해보상보험·고용보험 등 학교 운영을 위해 법적으로 일부 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사학재단 법정부담금 납부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2013년 서울 시내 사학재단 134곳의 법정부담금 평균 부담률은 29%. 100% 납부한 곳은 26곳(19%)밖에 없고 7곳은 한 푼도 안 냈다. 법정부담금 납부 비율이 낮은 이유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사립재단이 납부하지 않은 법정부담금은 교육청 재정결함보조금 명목으로 충당된다.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교육청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사학 살림을 꾸리는 실제 운영비 중 재단에서 부담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정진후 의원이 2014년 9월 공개한 ‘전국 945개 사립학교 지난해 법인전입금·회계자료’에 따르면, 사립고 학교운영비 중 재단이 부담한 전입금 비율은 평균 1.7%에 그쳤다. 반면 교육청 지원금 비율이 52.8%, 학부모 부담금 비율이 37.8%에 달했다. 다음은 한 사립학교 교사의 말이다.

    “우리 이사장이 한 해 내는 법정전입금이 500만 원도 안 되더라. 나도 1년에 500만 원은 낼 수 있다.

    그 사람, 타고 다니는 외제차만 3대다. 부동산 재산도 상당하다. 의무도 지키지 않으면서 설립자의 자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것도 아닌 돈을 펑펑 쓰고 다닌다. 코흘리개들 돈 받아 로열패밀리 행세를 하는 이사장이 너무 아니꼽다.”

    ★ 비리 제보자 해고·탄압

    2012년 서울 성북구 동구마케팅고 국어교사 안종훈 씨는 서울시교육청에 학원 내부 비리를 제보했다. 이에 교육청은 동구마케팅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인사·회계·시설 분야에서 모두 17개 비위를 찾아내 관련자 12명을 징계했다.

    1년 반 뒤인 2014년 9월, 안씨는 학교로부터 갑작스러운 ‘파면’ 통보를 받았다. 파면 사유는 학생 등교지도 불이행, 학급운영계획서 기록 거부 등 7가지였다. 안씨는 “내부고발자로 지목된 후부터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정상적인 교육지도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교육청에 대한 불만이 컸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내 신분을 노출한 것 같다. 사학비리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내부고발이 아니고서는 밝혀지기 어렵다. 고발자를 보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안타깝다.”

    안씨는 2014년 12월 한국투명성기구의 ‘투명사회상’을 수상했고 호루라기재단은 ‘올해의 내부고발자’로 선정했다.

    영훈국제중 부정 입학을 처음 알린 학부모 홍진희 씨는 “양심고백 이후 영훈고에 다니던 딸은 쫓겨나듯 경남의 한 고등학교로 전학 갔다. 비리 척결을 바라고 용기를 냈지만 정작 바뀐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2014년 여름 내내 서울 종로구 내수동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하루 한 시간 피켓 시위를 했다. 그는 “양심고백 이후 사업에도 신경을 많이 못 쓴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홍씨와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의원, 김문수 서울시의회 의원 등 90여 명이 모여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 모임(사바모)’를 창립했다. 공동대표를 맡은 홍씨는 “사학비리를 척결하고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교사의 잘못, 학교의 비리는 다음 세대를 망치는 일입니다. 비리 사학에서 교사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보고 자란 학생들에게 어떻게 윤리와 도덕을 지키길 바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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