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금융초보 대박투자 가이드

“지금이 달러로 자산 분산할 적기”

  • 입력2018-08-05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미·중 무역분쟁’ 보면서 환테크

    • 30대 회사원도, 70대 자산가도 문의

    • 달러로 예금하면 금리 높고 환차익 기대

    [뉴스1]

    [뉴스1]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나는 수학과의 거리감으로 문과를 선택했다. 대학을 거쳐 10여 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숫자와 셈은 골치 아픈 일이라 생각했고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 ‘금융증권부’로 인사 발령이 난 것이다. 금융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은행에 적금을 하거나 4~5년 전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밖에 없다. 증권은 어디선가 바람 타고 들려온 이야기를 듣고 쏜살같이 계좌를 만들어 주식을 사고 열심히 버티다 결국 상장폐지를 당한 아픈 기억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금융증권부로 발령받은 뒤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다. 생소한 용어에 수많은 수치와 표는 눈을 어지럽게 했다. 여기에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굵직한 사건이 잇따라 터져 정신없는 날을 보내야 했다.

    “큰돈은 금융에서 벌어”

    그러다 보니 옮겨온 지 석 달이 훌쩍 지났다. 혼란스러운 나날 속에 내가 절실히 느낀 게 있다. 금융 투자를 알아야 목돈을 만들고 재산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큰돈은 금융에서 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특히 상속받을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금융 투자는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자금을 마련할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투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동산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선 부동산 불패 신화가 존재해왔다. 현재도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과거와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비롯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유효 기간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돈을 먼저 투입해야 한다. 일반인이 직접 하기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은행 예·적금은 목돈을 가장 안전하게 마련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요즘 예·적금 금리가 높지 않아 목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익률에 관한 법칙 중 ‘72법칙’(수익률×기간=72)이 유명하다. 현재의 수익률로 자산을 두 배로 불리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준다. 



    예를 들어 연리 3%를 주는 정기예금에 가입한다고 할 때 원금 1000만 원을 두 배로 불리는 데엔 72를 3으로 나눈 24년이 걸린다.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지만 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연 6%의 수익을 얻는다면 같은 1000만 원을 투자해 두 배로 불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절반인 12년으로 줄어든다. 금리가 낮은 시기에 적절한 금융 투자 상품을 골라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환차익 세금 면제

    과연 지금 시점에 투자할만한 금융상품은 무엇일까. 이번에 알아보려는 투자 상품은 환율과 관련된 것이다. 이른바 ‘환테크’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설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4월 2일 1055.5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6월 28일 1124.0원까지 치솟은 뒤 7월 초 들어 1117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환율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는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최근 달러나 달러 관련 상품에 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한 은행 자산관리 부서 관계자는 “최근 상담한 사람들 가운데 달러로 자신의 자산을 분산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30대 대기업 직원에서부터 50~70대 자산가까지 다양한 사람이 달러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들 고객이 달러나 달러 관련 상품을 문의하는 이유는 우선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한 뒤 시간이 흘러 다시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해 있으면 환차익이 발생한다. 특히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은 달러 관련 투자의 매력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다만, 환전 후 원화가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보인다면 환차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우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 예금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달러 정기예금 금리가 원화 정기예금보다 높은 데다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도 이 같은 수요를 파악해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주요 은행의 달러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는 연 2% 중후반이다. KB국민은행이 연 2.22%, 신한은행이 연 2.32%, KEB하나은행이 2.26%, 우리은행이 연 2.27%, IBK기업은행이 연 2.32%다. SC제일은행은 1년제 달러화 외화정기예금에 신규 가입하면 연 2.5%(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가 연 1.3~1.9%인 점과 비교하면 1%포인트가량 높은 셈이다. 외화예금통장은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9월말까지 ‘KB글로벌 외화투자통장’ ‘KB모바일 외화예금’ ‘KB국민UP외화정기예금’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우대 혜택(최고 80%)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중 ‘KB글로벌 외화투자통장’ 하나로 외화 입출금 및 해외 주식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다. 

    ‘KB국민UP외화정기예금’은 1개월 단위로 금리를 운용하고 중도해지 시 예치 기간에 따라 약정된 이율을 받을 수 있다.

    외화예금부터 달러선물까지

    1997년 12월 3일 임창렬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IMF국제금융 합의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1997년 12월 3일 임창렬 경제부총리(가운데)와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오른쪽)가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IMF국제금융 합의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환테크 기능에 사용 편의성까지 높인 달러 전용 적립예금 신상품인 ‘달러 More 환테크 적립예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달러를 적립할 때 최고 70% 환율 우대가 적용되며 적립된 달러를 사용할 땐 체크카드로 해외가맹점에서 수수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달러에 투자하려면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도 고려해볼 만하다. 달러선물ETF는 달러 가치의 등락을 예상해 투자하는 것으로, 달러 가치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상품은 레버리지ETF, 달러 가치가 내리면 수익을 내는 상품은 인버스ETF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ETF의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월 6일 ‘KODEX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8715원으로 지난 4월 4일 최저점(7740원) 대비 12.6% 정도 상승했다. ‘KODEX 미국달러선물’도 같은 날 9485원으로, 최근 4개월간 최저점(4월 3일 8905원) 대비 6.51% 올랐다. 

    환테크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은 통화선물거래와 FX마진거래가 있다. 통화선물거래는 외환을 미래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것이고, FX마진거래는 증권사나 선물회사에 계좌를 만든 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외환을 사고파는 것이다. 이 둘은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만약의 사태 대비

    달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환차익도 기대하지만, 자신이 보유 중인 원화 자산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는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동산과 부동산 자산 대부분을 원화로 보유하고 있다. 요즘엔 자산가일수록 자산의 일부를 외화 자산으로 분산하려고 한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산가들은 단기 환율 전망보단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에 더 관심을 둔다고 한다. 경제위기나 북한과의 무력충돌 등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이 발생하면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는데, 원화 자산 중 일부를 달러 자산으로 분산해놓으면 이런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1달러에 8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동반 폭락해 국내 자산가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만약 자산을 미리 달러로 분산해놓았다면 800원에 환전한 1달러가 2.5배나 뛴 덕분에 오히려 큰 이익을 봤을 것이다. 

    달러는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기축통화다. 기축통화란 국제 간 결제나 거래의 기본이 되는 통화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7월 44개국 대표들을 브레튼우즈라는 한적한 곳에 모았다. 이어 금본위제를 폐지하는 대신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한 뒤 각국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기로 하는 국제적 합의를 이뤄냈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이 회의에서 이에 반대하면서 방코르(Bancor)라는 국제통화를 만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를 계기로 달러는 국제 기축통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닥터 둠(Doctor Doom)으로 알려진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미국이 재정적자가 심하고 대외부채도 많아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달러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미 달러 이외에 투자할 만한 통화로는 중국 위안화를 들 수 있다. 국제적 위상이 달러만 못하지만, 중국 정부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가 결제통화로 통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위안화는 2017년 초부터 달러 대비 점진적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투자 매력도는 높다.

    “원화 자산 분산은 기본”

    원화 자산 분산 목적이라면 금도 적합한 자산 중 하나다. 달러를 찾는 사람들은 금도 함께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원자재의 일종인 금은 부동산의 월세, 채권의 이자, 주식의 배당금처럼 수입이 나오진 않는다. 그러나 녹슬지 않는 희귀 금속인 데다 모든 사람이 좋아하기 때문에 달러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통용된다는 점에서 안전 자산으로 분류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투자 영역이 계속 넓어지는 요즘 원화 자산 분산은 기본”이라며 “외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위기 대비용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