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정현상의 사회적 가치 리포트

달라지는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친환경 경영 주도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8-08-08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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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서 100% 재생에너지

    • 사회적 가치 49조, 환경 가치는 마이너스 1조 원

    • 100대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현황 공개 요구

    • 그린피스 “(삼성이 이행하면) 다른 미래 가능할 것”

    삼성전자 임직원은 32만671명(국내 10만1951명), 1차 협력사는 2436개에 이른다. 진출 국가도 73개국이나 된다. 이런 글로벌 기업이 연간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삼성전자의 ‘2018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삼성전자가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지속가능경영 가치)는 49조1600억 원. 이는 글로벌 컨설팅그룹인 KPMG의 ‘트루 밸류’ 방법론을 활용해 계량화한 것으로, 2016년에 비해 89% 상승했다. 이 가운데 재무적 가치가 42조1900억 원, 사회·경제적 가치(투자자 가치, 협력사 지원, 지역사회 개발 등)는 8조2560억 원이다.

    핵심성과지표로 녹색경영 확인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소재단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소재단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패널. [삼성전자 제공]

    그런데 마이너스 요소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 대기환경 영향, 수계 환경 영향, 폐기물 환경 영향 등 환경적 가치는 마이너스 1조25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가 녹색경영 전략을 세우고 이런 마이너스 요인을 파악했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전략을 통해 제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잠재적 환경영향을 파악하고, 제품의 친환경 측면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녹색경영의 핵심성과지표(KPI)는 다음과 같다. 제품 사용단계 온실가스 누적 감축량(2009~2020년 목표) 2억5000만t, 재생플라스틱 등 재생 가능 소재 사용량(2009~2030년 목표) 50만t, 친환경 제품 개발률(2020년 목표) 90%, 폐제품 회수량(2009~2030년 목표) 750만t, 지속 가능 종이 포장재 사용(2020년 목표) 100% 달성 등이다. 

    삼성전자의 녹색경영은 뿌리가 깊다. 1992년 삼성환경선언에 이어 2008년 녹색경영 가치체계를 정립했고, 2014년 중장기 로드맵인 ‘에코매니지먼트2020’을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 혁신 활동을 해왔다. 

    물론 삼성전자의 친환경 경영이 기대에 못 미친 건 사실이다. 2017년 10월 국제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는 글로벌 전자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제조업체 17곳의 친환경 실태를 비교 분석한 ‘친환경 전자제품 가이드’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하위권인 D등급을 매겼다. 페어폰과 애플은 B등급으로 종합 1, 2위에 올랐다. 페어폰은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으로 원료 채굴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분쟁 광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수리나 업그레이드하기 쉽고, 제품 재생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엔 삼성·LG전자의 스마트폰 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노동자가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축구장 8개 크기 태양광·지열 발전

    최근 삼성전자의 친환경 경영이 눈에 띄는 건 6월 14일 발표된 중장기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선언 때문이다. 이는 여러 부문에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수원·화성·평택 사업장 내 주차장, 건물, 옥상 등에 약 6만3000㎡ 규모(축구장 8개 크기)의 태양광·지열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또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전 사업장(제조공장, 빌딩, 오피스 포함)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며, 국내에서도 태양광 패널 설치 외에 다양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해나간다.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확대를 지원하는 이니셔티브(단체)인 BRC와 REBP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BRC는 로키 마운틴 인스티튜트의 이니셔티브로, 200곳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 재생에너지 구입을 도와줬다. REBP에는 75개 글로벌 기업이 가입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부문은 급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재생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고,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 수요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2017년 현재 ‘포천 100대 기업’의 63%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청정 에너지를 구입하기 위한 목표를 정했다. 이는 미래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비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선언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부응하는 것이다. 삼성은 또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미국·유럽·중국 소재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20년에는 글로벌 전체로 약 3.1GW급의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되는 전력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국내 약 11만5000여 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글로벌 기업 시민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에 커다란 도전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39개 제조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기반의 재생에너지 사용과 구매 여건에 따라 추진 전략도 다양한 방법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현재 글로벌 전력 사용량의 65%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나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 시스템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 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서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환경 친화적인 회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WWF(세계자연기금) 글로벌 파트너인 요켐 베번 이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을 환영한다”며 “이것은 중요한 발걸음이며 앞으로 기후 영향력 감축을 위한 활동을 삼성전자와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도 삼성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선언을 반겼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은 “삼성전자의 이번 발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는 중대한 결정이다”라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이 계획을 이행해간다면, 기후변화의 시급성에 대응하는 혁신적 기업들의 대열에 합류하며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는 지난 1월 독일 베를린궁에 설치된 삼성전자 옥외광고판에 대형 현수막을 덧씌우는 등 100% 재생에너지 사용 약속을 촉구해왔다.

    협력사의 지속가능성 매우 중요

    삼성전자는 또 2018년부터 CDP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 프로그램에 가입해 구매 금액기준 상위 100위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현황 공개와 목표 수립을 권고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이끌 계획이다. CDP 서플라이 체인은 협력사의 기후변화 리스크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해외에서는 협력사 이슈를 대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협력사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해당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자기기 공급업체 폭스콘이 노동 착취 논란을 빚으면서 원청업체인 애플이 곤욕을 치른 것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공급망 리스크는 평판 리스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환경이나 기타 사회 이슈에도 해당한다”며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의 환경 법규 위반으로 부품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사의 지속가능성 향상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비상장인 경우가 많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의 문제에 대해 외부의 감시가 어렵고, 법규 준수 이상의 사회책임 활동을 요구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하도급업체인 중소기업에 환경, 사회 요소의 개선을 요구할 경우 중소기업이 즉각적으로 따를 수 있다. 이것은 중소기업의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는 것이기도 해 우리 사회의 좋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가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기울이는 노력은 적지 않다.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축해 에너지 및 자원 사용을 줄이고, 부품과 원자재를 구매할 때 유해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 사용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업그레이드 서비스 제공, 국가별 폐제품 회수 프로그램 운영 등 자원 채취에서부터 제조, 유통, 재사용까지 단계별 친환경 활동을 펴오고 있다.

    갤럭시 업사이클링과 자원 재활용

    예컨대 ‘갤럭시 업사이클링’은 소비자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갤럭시 전화기를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데스크톱 PC, IoT(사물인터넷) 기기 등 새로운 스마트 기기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삼성전자는 2018년 CES 라스베이거스에서 ‘커팅 에지 챔피언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312만t의 폐제품을 회수했고, 2020년까지 380만t의 폐제품을 회수할 계획이다. 

    자원 재활용을 위한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활동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모니터, 휴대전화 충전기 등에 재생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한 뒤 버려진 생수병이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플라스틱을 3만5000t 활용했다. 이는 신규 원료 채굴을 줄이고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환경영향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원료(코발트)도 폐제품에서 수거해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친환경 경영으로 삼성전자는 한국 미국 독일 등 10개국의 환경마크와 미국 UL 등 다양한 규격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취득했다. 2017년 말 기준 1632개의 모델이 환경마크 인증을 취득했다. 또 2017년에만 미국의 ‘환경 리더 어워드’, 한국의 ‘올해의 에너지 위너상’(소비자시민모임) 등 6개의 친환경 상을 수상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가 녹색경영을 제대로 한다면 세상도 크게 바뀔 것이다. 일찍이 이건희 회장도 1997년 발간된 ‘이건희 에세이-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앞으로는 공해 없는 기업, 지구와 자연을 해치지 않는 기업, 인류에 해가 되지 않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공해를 배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후손에 대한 범죄행위다”라고 썼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좀 더 깊이 뿌리내려 달라진 삼성을 눈 비비고 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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