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에너지

홀대받는 고효율·친환경 열병합발전

‘원가 회수 어려운 구조 바꿔야’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18-08-0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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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사업자 65%(24개) 적자

    • 선진국은 다양한 인센티브 지원

    • 남북 에너지 경협의 현실적 대안 주장도

    • 발전량 일정치 않은 신재생에너지 보완

    독일 미테 열병합발전소. [한국집단에너지협회 제공]

    독일 미테 열병합발전소. [한국집단에너지협회 제공]

    효율 좋은 친환경 에너지인데, 관련 사업 환경은 점점 어려워지는 곳이 있다. 바로 열병합발전(Combined Heat and Power Generation) 분야다. 원가 회수가 어려운 구조에서 사업자의 65%가 경영난에 처해 있다. 열병합발전은 남북한 에너지 경협의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도 떠오르고 있고, 국내와 달리 선진국에선 그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전력 당국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열병합발전은 하나의 연료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일반 발전보다 에너지 이용 효율이 30%가량 높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도 개별 난방보다 23% 적다. 

    열병합발전은 주로 집단에너지 사업에 활용된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열병합발전이나 열전용보일러 등 1개 이상의 집중된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에너지(열 또는 열과 전기)를 주거·상업 지역 또는 산업단지 내 다수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은 1978년 제2차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논의되다 1983년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2018년 5월 기준 국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총 설비 용량은 약 11GW 규모로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의 9.4%를 차지한다. 

    특히 수도권 발전설비 중 25%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이다. 수도권에 들어서는 열병합발전소는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하기 때문에 정부의 온실가스 저감정책에도 부합하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열병합발전은 또 송전선로 확충 없이 수요처 인근에 건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송전망 건설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장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송전망 10km 건설에 약 1200억 원(345kV 지중송전선 기준)이 필요하다. 경과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걸리는 시간도 1년이나 된다. 한전은 2017년 송전·변전·배전 설비 건설에 6조8742억 원을 썼고, 올해도 6조1706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신재생에너지 허점 메울 에너지원

    세계적으로 환경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그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추세다. 다만 신재생에너지원은 외부 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태양광발전은 날씨가 흐릴 때나 밤에,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이 신재생에너지원의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설비는 설비 특성상 설비 가동을 시작해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8시간 이내로, 모든 발전 방식 중 가장 빠르게 실시간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외부 환경에 의해 발전량이 줄어들면, 열병합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을 즉시 가동해 실시간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식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환경과 안전을 모두 고려한 방식으로 검토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일반 천연가스발전 방식보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에너지 선진국이 가장 선호하는 발전 방식으로 꼽힌다. 독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남북경협이 구체화될 경우 에너지 협력이 가장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한은 전력계통이 달라 직접적인 전력 공급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특정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거나,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 시설을 활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역난방공사와 형평성 문제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에서 판매하는 열과 전기 모두 원가 회수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한다. 

    현재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열 판매 가격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의 판매가를 기준으로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난은 업계의 선두 기업이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요금체계 등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여타 집단에너지 기업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2017년 집단에너지사업편람에 따르면 △한난은 전체 지역난방공급 261만 가구 가운데 52%인 135만 가구에 열을 공급하고 △지역난방사업자가 생산하는 열의 58%를 생산하며 △지역난방사업자 전체 매출액 중 44%를 점유하고 있다. 

    더욱이 한난은 열(난방) 원가 경쟁력에 결정적 요인이 되는 소각열, 발전소 폐열 등에 대한 점유율도 60%에 달한다. 이런 저가 열원을 거의 독식하고 있어 천연가스로 열을 생산하는 다른 후발 기업보다 30% 이상 원가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다. 

    또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 사업자들은 전기를 생산할 때 열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력거래소로부터 급전 지시를 받지 못해도 난방 및 온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비를 가동해야 한다. 이를 ‘열제약발전’이라고 하는데, 이때 생산된 전기는 전력거래소로부터 대부분 원가 이하로 정산돼 기업에는 큰 부담이 된다. 

    ‘전력시장운영규칙’에 따르면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생산한 전기는 생산에 투입된 원가(발전원가)와 실시간 전력도매단가(SMP) 중 더 낮은 값을 적용해 정산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열제약발전은 시장의 필요가 아닌 사업자의 요청에 의한 가동으로 분류돼 발전 단가에서 일종의 페널티를 부과받는 것이다. 

    더욱이 열병합발전은 도심 주거지 인근에 건설해야 해 건설 투자비와 부지 구입비가 높은 단점이 있다. 일반 천연가스 복합발전의 경우 ㎾당 82만7000원이 들어가는데, 지역난방 열병합발전은 1.4~2.7배 수준인 ㎾당 116만1000~219만7000원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시름 깊어지는 집단에너지 업계

    열병합발전의 사업자별 경영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36개 사업자 중 23개 사업자가, 2016년에는 36개 사업자 중 24개 사업자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전체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67%에 해당한다. 2017년에도 한난, GS파워 등 일부 대형 사업자를 제외하고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24개 사업자가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이들의 총 적자금액은 1334억 원에 달한다. 

    의정부 일대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는 대륜발전은 5년 이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5년 누계 손실이 1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 밖에 청라에너지, 별내에너지도 같은 기간 누계 손실이 각각 688억 원, 597억 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산하거나 사업권을 반납하겠다는 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매물이 나와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5년 4월 우여곡절 끝에 맥쿼리에 매각된 대전열병합을 마지막으로 집단에너지업계에서 인수계약은 전무한 상태다. 

    2015년 초 모기업인 한진중공업의 경영 악화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륜발전·별내에너지에 대해 매각 추진 1년여 만에 미래엔이 단독협상자로 나섰지만 결국 자산평가액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별내에너지는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륜발전은 경기의정부, 양주옥정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는 데에는 제도적 지원책 미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발전 시장이 한전 독점체제에서 경쟁시장으로 전환됐는데, 이때 한전과 계약을 통해 열 생산과정에서 남은 잉여 전력을 판매하던 집단에너지사업도 전력 시장에 편입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집단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집단에너지가 정책 자원에서 시장 자원으로 전환됐다는 이유였다.

    전력 시장에서 ‘찬밥 신세’

    하지만 2008년 정부가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난을 민영화 대상 기관으로 분류하고, 지분 매각과 신규 사업 참여를 제한하면서 민간사업자의 신규 집단에너지사업 참여가 대폭 확대됐다. 실제 2008~2012년 총 26개 신규 사업 허가 중 21개 사업에 민간 자본이 투입됐다. 

    민간의 참여가 대폭 확대된 2008년 바로 그해 이명박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 정책을 펴면서, 열요금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과거에는 열요금연동제에 의해 연료 가격이 오르면 열요금을 함께 올릴 수 있었는데, 이때부터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은 열을 판매해도 연료비도 못 버는 상황에 처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열병합발전은 애초 난방용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기 위한 설비인데 전기만 생산하기 위한 발전설비와 똑같은 조건에서 원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전력 시장 구조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큰 열병합발전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열병합발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는 20MW보다 규모가 큰 발전소를 지을 때, 열병합발전을 고려하라고 권고한다. 현재 유럽 전역에 공급되는 전기 중 11%가 열병합발전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전체 전기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2030년에 연간 1714TWh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같은 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억8600만t 감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 각국이 열병합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원제도는 보조금 지급, 인증서 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2016년 유럽연합 28개국의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조세 감면이 가장 많았고, FIP(발전차액보조금), 투자보조, 인증서 제도 순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독일 열병합발전 21%로 높일 계획

    유럽연합에서 열병합발전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025년 발전량의 21%를 열병합발전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2017년 현재 독일 전체 전력공급에서 열병합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7%다. 지원제도는 국민이 전기요금에 추가로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열병합발전 지원금을 내는 것으로 재원을 마련해 이를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벨기에는 열병합발전을 사실상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고, 영국도 세금감면 송전망이용요금 차감 등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친환경 분산형 전원의 대표주자로 송전 편익, 환경 편익 등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에너지원인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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