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인터뷰 | 윤덕홍 참여정부 초대 교육부총리

文정부 교육정책 1년을 돌아보니…

“큰 그림 못 보여주고 자잘한 것만 신경”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8-07-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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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곤 장관 잘한 일? “…”

    • 교육개혁은 대통령이 제대로 힘 실어줘야 성공

    • 고등학교는 단순화하고 대학은 특성화해야

    • 전교조, 자기들과 친한 정부가 들어섰으니 협조하길

    •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빼려면 국민 공감부터

    • 국가교육위원회 만들어 교육정책 일관되게 추진해야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취임 1년이 지난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70%를 상회하고 있다.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전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남북관계 해빙과 적폐청산 추진 등이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열외인 듯하다. 지난 5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5%에 달했지만, 교육 분야 국정지지도는 30%에 머물렀다.

    ‘10년의 힘’ 상임고문

    7월 6일 대구를 찾아 윤덕홍(72)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초대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윤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참여정부의 대표적 인사다. 대구대 총장을 지낸 그는 참여정부 첫 교육부총리를 지내는 등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2009년 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에는 문재인 후보 자문기구인 ‘10년의 힘’ 위원회 상임고문으로 교육정책 공약에도 관여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자리를 맡지 않고 있어,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지난 1년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허와 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를 인터뷰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자문그룹인 ‘10년의 힘’ 위원회에 참여하셨더군요. 

    “상임고문으로 있으면서, 제4분과(교육·문화·여성)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여기서 어젠다를 개발해 문재인 캠프에 제안하기도 했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는? 



    “김 장관과는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활동을 함께 했어요. 2009년 경기도교육감에 출마한다고 해서 선거사무실에 찾아가 격려도 하고, 경기도교육감을 할 때도 수차례 만났습니다. 지난 대선 때 김 장관이 문재인 후보 교육정책을 총괄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개발한 정책을 보내기도 하고, 김 장관이 찾아와 우리 이야기를 듣기도 했죠.” 

    지난 1년 김상곤 장관의 교육정책을 총평한다면. 

    “처음 출발할 때는 굵직한 계획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교육회의’를 만드는 것이었죠. 대통령을 의장으로 해서 교육부 장관은 물론 관계 부처 장관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만들어 교육개혁을 이뤄내자는 구상이었는데, 출범 후 이름이 같은 ‘국가교육회의’가 만들어지긴 했는데 위상이 많이 달라요. 의장이 대통령도 아니고, 우리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기는커녕 현실에서 제기되는 갈등을 푸는 정도의 기구로 전락했어요. 저는 그게 가장 큰 불만이에요. 미래 교육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국민의 뜻을 모으는 기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된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문 대통령의 교육 철학이 부족해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남북 문제, 적폐청산 등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교육에 관해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

    진척 없는 교육 공약 이행

    김상곤 장관이 직접 나설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교육은 대통령이 힘을 제대로 실어주지 않는 한 교육부 장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어요.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어요. 당시 대통령이 제게 ‘교육에 관한 한 당신이 책임지고 해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향후 10년, 20년 후에 어떤 직업이 필요하고, 그 직업에서 일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어떤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부와 노동부가 함께 연구하자고 제안했는데, 부처 간 칸막이가 높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군요.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 대해서는 외풍도 심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의장이 되는 거국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미래 지향적인 교육정책을 만드는 게 가능하지, 교육부 장관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국가교육회의 말고도 아직 시행이 안 되고 있는 교육 공약이 있다면. 

    “교육자치도 시행이 안 되고 있어요. 교육부로서는 자신들의 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는지 김 장관 개인 아이디어였는지는 확실치 않은데, 김 장관이 ‘10년의 힘’ 위원회를 방문해 서울대와 지방국립대를 묶은 대학연합체를 만들어 어디에서 수업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상 국립대를 통폐합하자는 것인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네요.” 

    윤 전 부총리에게 “지난 1년 김 장관이 잘한 부분은 뭐라고 보느냐”고 묻자 “뭐가 있더라” 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국정교과서를 원점으로 돌린 것은 잘 한 일”이라고 말하곤 웃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여준 김 장관의 역할에 공감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지금까지 교육개혁이 나오지 않는 건 대통령이 다른 바쁜 게 많아서 우선순위에 밀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이해할 수 있지만 집권 2년, 3년차에도 교육개혁이 보이지 않으면 그건 문제죠. 공약집을 다시 꺼내 읽어보고 교육개혁 플랜을 가동했으면 좋겠어요.”

    교육부의 갈짓자 행보

    지난 1년 김상곤 체제의 교육부는 갈짓자 행보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확대하려다 논란이 일자 백지화했는가 하면,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도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1년 유예했다. 올해 사립대 정시 확대 파동, 수능 개편안 2022학년도로 1년 유예,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란, 수시 적정비율 논란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교육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30%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 사이에 불만이 많은 듯합니다. 

    “바뀐 게 없으니까 그렇겠죠.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일상의 자잘한 것에만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 그건 현실의 갈등을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정도지 교육개혁이 아니에요. 김 장관이 하루빨리 미래 교육을 위한 어젠다를 만들고 제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비난받는 게 대입제도에 대한 교육부의 대처 행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교육부가 결정해야 할 대입제도 개혁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겼고,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또다시 공론화위원회에 맡겼습니다. 학생부 기재 개선 문제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 떠넘겼고요. 

    “그것도 갈등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여론을 존중하는 것과 여론에 결과를 맡기는 것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시끄러우니까 그런 건데, 그렇게 해서는 해결이 안 되죠.” 

    원래 김 장관 스타일이 그런가요. 


    “장관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옮겨지려면 실국장급 관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장관이 아무리 하라고 재촉해도 힘이 실리지 않아요. 김 장관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은 아니니까, 좋게 보면 민주적 리더십을 가지고 서서히 진행하려 하는 것 아닐까 하고 믿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이재정 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이었으면 지금보다는 더 강력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했을 것이란 말도 나옵니다. 

    “어느 리더십이 더 좋은지는 단정하기 힘듭니다. 위에서 지시하고 막 밀어붙이는 게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정책은 장관이 바뀌면 금방 중단됩니다. 실국장급들이 이해하고 공감해야 장관이 바뀌어도,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될 수 있습니다.”

    대입제도, 대통령이 나서 설득해야

    윤덕흥 전 부총리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 초 구상한 교육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홍중식 기자]

    윤덕흥 전 부총리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 초 구상한 교육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홍중식 기자]

    자사고·외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 공약이기도 한데, 학부모들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등학교 종류가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등 너무 많아요. 예체능은 예외로 하더라도 초등학교, 중학교처럼 고등학교도 단순화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지금 고등학교는 사실상 의무교육이나 마찬가지예요. 고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본다면 고등학교 교육의 목표를 대학 진학보다는 민주시민 양성, 인생 진로교육에 더 중점을 둬야 합니다.” 

    마이스터고, 인터넷고 등 상고와 공고도 나눌 필요가 없다? 

    “예전엔 공고나 상고 졸업하면 곧바로 회사에 취직했지만, 지금은 이곳을 나와도 다들 대학에 가려고 합니다. 고등학교를 특성화할 게 아니라, 오히려 대학을 특성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특히 2년제 대학을 활성화시켜서 빨리 졸업해 취직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자기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 좋은 곳에 취직하기를 바랍니다. 그런 현실에서 고등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입시 경쟁이 해소될까요. 

    “우리는 예부터 교육이 신분 상승의 도구가 되어왔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일류대에 가도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처럼 전 국민이 입시에 매몰되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엔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모두가 서울 법대를 가려고 경쟁했지만, 로스쿨이 생기면서 서울대 법대에 가기 위해 목숨 걸고 공부하지 않습니다. 대학을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국립대학을 하나로 통합하면 입시 판도가 바뀔 겁니다. 국립대가 변하면 사립대도 따라서 변할 수밖에 없어요. 취업 중심의 대학, 연구 중심의 대학 등 대학을 다양화해서 각자 적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초·중·고교 학생들이 학원 다니고 과외 공부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김상곤 장관이 지난해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윤 전 부총리도 과거 ‘수능을 대학입학자격 정도로만 삼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도 ‘정시 확대’와 ‘수시 확대’를 놓고 국민 여론이 팽팽하게 갈립니다. 

    “수학능력시험의 의미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테스트한다는 건데, 이게 점수화돼 당락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 가서 공부할 능력이 있는지만 테스트하면 됩니다. 운전면허시험이나 토익 시험처럼 문제은행에서 추출한 문제로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도록 해서 통과 여부만 따지면 됩니다. 대신 학생이 초·중·고교 12년 동안 학교생활을 참고자료로 해서 가고 싶은 대학에 수시로 입학지원서를 보내면 대학에서 심사해 입학 여부를 알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지금처럼 수능 공부에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수시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도 학교생활부의 공정성이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교사가 써준 학교생활부를 아무도 불신하지 않는데, 우리는 왜 불신하는 걸까요. 갖가지 편법과 불법이 입시에 작용하고 있어 신뢰를 못 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이 치열한 경쟁을 계속할 겁니까. 적어도 지금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이 국민을 설득해야 해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을 수 없지만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문제점을 최대한 줄여나가겠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 교육에 미래가 있다’고 설득해야 합니다. 입시 문제가 해결되면 지금 초·중·고교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저절로 해결됩니다.”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국정교과서 관련 행정실무를 맡았던 교육부 공무원을 ‘적폐 세력’이라며 징계를 내리려 했습니다. 비록 취소하긴 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정권이 바뀌면 자신도 적폐로 몰릴지 모르니까요. 

    “당연히 실무 공무원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죠.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문제였지.” 

    국정교과서와 비슷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고 되어 있던 것을 ‘자유’를 빼고 ‘민주주의’로만 표기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겠다고도 하고요. 이게 또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먼저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왜 빼야 하느냐면 자유민주주는 신자유주의로 해석돼 자유방임주의로 오인될 수 있으니까 더불어 사는 민주주의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해 자유를 빼는 게 좋지 않겠냐고 누군가 제안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그냥 민주주의가 뭐가 다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없이 빼겠다고 하니까 ‘그럼 공산주의를 하자는 거냐’는 오해가 생기는 거죠. ‘건국’과 ‘정부 수립’도 마찬가지예요. 건국은 나라를 만드는 거고, 정부 수립은 정부를 만드는 건데, 그러면 상해임시정부는 건국이냐 정부 수립이냐의 문제도 토론해야 합니다. 그런 논쟁은 학자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임기 내에 완성하고 싶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돌아가야 합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교육을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역시 또 다른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려 한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글쎄요. 전 문재인 정부를 무슨 근거로 좌파 정권이라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봐도 좌파적인 정책이 하나도 없어요.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요. 어떤 게 진보인가요. 지금처럼 무조건 외우고 시험 치는 학교교육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어요. 진보, 보수와 상관없이 교사들에게 재량권을 줘서 자기가 주도해서 강의하고 그 내용에 대해 평가받는, 창조적인 교육을 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전교조 법외 노조 갈등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도 교육부가 당면한 쟁점인데요. 

    “절차라는 게 있는 거 아닌가요.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거잖아요. 물론 저도 대법원 판결에 정치적 판단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도 법원에서 다시 판결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지 법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전교조는 이름 그대로 교직원노동조합이잖아요. 근로조건 개선, 임금, 그런 것에 대해서 뭔가 조건을 제시하는 건 좋은데 교육정책에 대해 조건을 제시하는 건….” 

    참교육을 하기 위해서라고 하니까. 

    “그럼 대안을 제시해야죠. 반대만 하면 국민 호응을 얻기 힘들어요. 전교조도 방향을 바꿨으면 좋겠어요. 자기들하고 친한 정부가 들어섰으니 도와주고 협조하면서 얻을 건 얻고. 초창기 전교조에 비해 지금 전교조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특히 민노총에 가입하고부터는 교육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노동운동만 하는 거 같아요.”

    국가교육위원회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임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윤덕홍 교육부총리를 임명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윤 전 부총리도 재임 중에 전교조로 고생하셨죠. 

    “전교조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했어요. 당시 제가 전교조 위원장에게 그랬어요. 역대 정부 중에 이번 정부가 당신네와 가장 친한 정부 아니냐, 역대 장관 중에 내가 그래도 당신들하고 친하지 않으냐, 한꺼번에 다 가져가려 하지 말고 협조하면서 같이 가자, 그러면 차츰차츰 전교조에도 여러 이익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전교조 위원장도 제 앞에선 ‘알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 부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러곤 별로 중요치 않은 교육 외적인 거 가지고 실랑이하고, 저를 흔들어댔죠.” 

    당시 나이스(NEIS)가 문제였죠. 


    “김대중 정부 때 정부종합행정전산망을 만들었는데, 그 일환으로 교육부에선 초·중·고교 각종 행정 처리를 전산화하고 있었어요. 전교조에서 나이스에 학생 사생활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문제 제기를 해서 확인해보니까 실제 일부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고 운영하겠다고 했는데, 전교조는 나이스 자체를 거부하더군요. 지금 나이스는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어요. 제 생각엔 당시 전교조의 본심은 나이스 전면 백지화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정부에 자기들 힘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각에선 교육부를 없애고 정부와 별도의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서 10년, 20년의 중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세워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게 우리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제안한 아이디어예요. 다양한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 임기도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일할 수 있게 한 10년으로 하고, 합의체로 운영하면서 위원장도 위원들 안에서 선출해 독립성을 갖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위원들이 교육에 대해 안정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발표하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자는 것이었죠. 그런데 김 장관 이야기가 국가교육회의란 걸 구상하고 있는데 그게 의장이 대통령이 되고 관계부처 장관들도 들어가고 전문가도 들어간다고 하기에 그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만들어지지 못했죠.”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폐합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런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그래서 교육부, 산자부, 노동부가 함께 국가인적자원회의라는 걸 만들어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개혁을 하자는 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됐어요.”

    교육은 긴 호흡으로 가야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 장관에게도, 문 대통령에게도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교육은 긴 호흡으로 가야 합니다. 눈앞의 자잘한 문제에 매달리면 안 됩니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는 팀을 만들고, 이게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해요. 사법부처럼 교육에 관한 한 정부와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법적으로 보장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국민이 신뢰하고 교육 문제로 사회 갈등이 더는 일어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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