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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논쟁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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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악용해 의료계를 뒤흔든 ‘제2의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인가, 아니면 ‘한의학의 현대화, 세계화’를 해보려는 젊은 여성 한의사에 대한 의학계의 ‘이지메’인가. 최근 의료계의 이슈로 주목받는 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의 고소·고발전을 추적했다.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태로 몇 달째 전국이 시끄럽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의 눈길을 끄는 발언이 있었다. 2016년 1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료정책에도 특정인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한의사인 최주리(44)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의료계의 최순실’로 지목한 것.

12월 14일엔 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축소판 사건이 있다”며 역시 최 이사장에 대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후보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인연 등으로 현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한의사 쪽에 유리한 정책들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최 이사장은 이 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 소장도 최 이사장 관련 의혹들을 정리해 특검에 제출하고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이 소장이 제기한 최 이사장의 행보가 평범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는 2012년까지 울산의 대형 한의원 소속 한의사였을 뿐 내세울 이력이 없었다. 그런 그가 2012년 8월 30일 박 대통령 후보 시절 중소기업 대표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를 불러 눈도장을 받는다.  



‘빙고’ 불러 눈도장

이후 그는 2013년 7월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 김상헌 NHN 대표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중소기업중앙회 창조경제확산위원회 위원에 포함된다. 또한 같은 해 10월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오찬에 참여한 데 이어, 2014년 1월 박 대통령의 인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고, 2014년 8월 열린 청와대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도 잇따라 참석한다. 한국관광공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으로부터 2년에 걸쳐 의료관광객 유치 명목으로 매번 수천만 원씩 지원도 받았다.

이에 대해 최주리 이사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전부터 한의학의 현대화, 과학화에 관심을 갖고 같은 생각을 하는 한의사, 한약 관련 업체들과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해왔다. 중소기업중앙회 활동도 한의사 개인이 아니라 한의산업 관련 기업들의 연합체인 한의산업협동조합 대표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의료 관련 협동조합은 우리가 유일했다. 나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의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 제2의 한류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고, 한의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안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여야 후보가 중소기업인들과 만나는 자리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주도했다. 나는 박 대통령 후보가 오는 자리에 배정이 된 것뿐이고, 젊은 여성 대표라는 이유로 그 노래를 불러달라 제안을 받아 그대로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행사 참석,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을 두고 제기된 ‘뒷배경’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그런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관련 행사를 할 때마다 무조건 자청해서 의료 지원을 나갔다. 한의원을 하루 쉬고 간호사들까지 데리고 나가면 손실이 컸지만 그래도 한의학을 홍보한다는 사명감으로 했다. 그런 노력이 인정을 받았고, 담당자들이 보기에도 한의약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세계화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런 자리에 참여시켜준 것이다.”

그는 박 대통령의 인도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동행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참여하고 싶은 기업과 단체는 신청하라고 공문이 왔고, 당시 인도에 사업차 갈 일도 있어서 신청서를 낸 것이다. 단순히 대통령이랑 같이 갔다는 이유만으로 특혜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혈액검사 허용 결정적 역할

‘의료계 최순실’이  의료정책 농단〈이용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vs ‘근거 없는  악의적 주장일 뿐’〈최주리 한국한의산업협동조합 이사장〉

2013년 10월 청와대 오찬 모임에 참석한 최주리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가까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소장은 최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한의산업협동조합이 별다른 실적도 없던 상태에서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 참가했는가 하면, 산청군이 수십억 원을 들여 건설한 동의본가 운영권을 위탁받은 것에도 지역 실세들의 비호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나를 음해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의 이름까지 들먹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동의본가 운영권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평가위원들의 선정으로 결정된 것이다.”

의료계에서 최 이사장의 권력유착을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의사의 혈액검사 허용 여부와 관련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기존 ‘금지’에서 ‘허용’으로 바뀌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 이사장은 2013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오찬회의에서 “혈액검사를 실시하려고 해도 한의사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채혈조차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정부에서도 갈등을 잘 조정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언급 후 복지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의견 대립만 계속됐다. 그런데 2014년 1월 최 이사장이 대통령 인도 순방에 동행한 후인 2014년 3월 19일 보건복지부는 ‘채혈을 통해 검사결과가 자동적으로 수치화돼 추출되는 혈액검사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대한한의사협회에 보냈다. 복지부는 유권해석의 근거로 2013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들이 안압자동측정기 등을 사용하는 게 합법이라고 결정한 판례를 들었다.

당시 헌재는 “안압측정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 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의협은 “헌재가 인정한 의료기기는 안과용으로 찌르는 등의 침습적 의료행위가 아니다. 반면 채혈은 침습적 의료행위로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의협은 또한 유권해석이 바뀌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밀실에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의협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관련 회의자료 및 회의록도 없으며 의료 및 법률전문가 자문 결과 또한 없었다”고 주장했다. 의료 및 법률전문가 의견을 듣지도 않았고 관련 분야 및 전문가 단체의 자문도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가 한의사협회에만 이 사실을 알렸을 뿐, 복지부 홈페이지에도 올리지 않는 등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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