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특집 | 崔·朴의 그림자

“역대급 언론 플레이 중립적 수사는 아닌 듯”

박영수 특검 스타일

  • 특별취재팀

    입력2017-01-20 1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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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 때려잡듯 험한 수사”
    • “재판 가면 뒤집힐지도”
    • “촛불민심에 100% 호응”
    • 말년 꼬였다가 특검으로…
    • 야권 집권 시 영전說
    “오로지 사실만 보고 수사하겠다.”

    특별검사로 임명된 후 박영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0기)가 밝힌 소회다. 현장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상황이라 ‘바뀐 수사 패턴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박 특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이영렬 본부장)가 확인하지 않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활기차게 움직였다.

    특검은 삼성 뇌물죄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많은 뉴스를 쏟아냈다. “촛불민심에 100% 호응하고 있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그러나 사정기관과 법조계 일각에선 이런 특검에 대해 “최순실 태블릿PC 현물 공개 등 ‘역대급’ 언론 플레이를 한다” “사안의 본류든 곁가지든 가리지 않고 구속하는 것 같다” “재판 가면 뒤집힐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들이 주의 깊게 보는 것은 박 특검의 거친 스타일이다. 박 특검은 검사 시절 선 굵은 방식을 선호했다. 수원지검 강력부장, 대검 강력과장, 서울지검 강력부장 등 강력 수사에서 이력을 쌓기도 했다. 이번에도 ‘조폭 때려잡듯 험한 수사’를 하는 것처럼 비친다. 조폭을 반(半)협박하듯 회유해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은 기업인이나 정치인 대상 수사와 사뭇 다르다. 혐의가 드러난 게 없는 폭력배들로부터 정보를 받아내야 수사가 가능한 탓에 정보를 받기 위해 특혜를 주다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장 위험한 수사로 여겨지는 게 강력수사다.

    박 특검은 물론 다른 수사 경력도 갖췄다. 서울지검 2차장검사로 재직하며 SK분식회계 수사로 최태원 회장을 구속 기소했고,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맡아 정몽구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사들은 “박영수의 수사는 이때도 강력수사 스타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재미 못 보고 다치고…”

    박 특검을 아는 한 법조인은 “박영수 특검은 위를 잘 모시고 아래를 잘 챙기는 데에 능숙하다”고 말한다. 박 특검에 대해 “과거 정상명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들이 술자리를 하는데, 너스레 떨며 정 총장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하기도 했다” “2010년 검찰을 떠난 박 특검이 변호사 말년에 꼬였다가 이번 특검을 ‘대박’의 기회로 삼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돈다. 박 특검을 아는 한 법조 관계자는 “박 특검이 변호사를 개업해서 (금전적으로) 큰 재미를 못 본 것으로 전해진다. 변호사사무실을 차렸다가 사기 같은 것을 당해 많이 까먹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기당한 사실 여부를 떠나 그의 변호사 시절이 마냥 좋았던 건 아닌 듯하다. 2015년 6월 건설업자 이모(65) 씨는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 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으나 정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자 정씨를 변호한 박영수 변호사에게 커터 칼을 휘둘렀다. 이 때문에 박 변호사는 목에 길이 15㎝, 깊이 2∼3㎝가량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건을 놓고 검찰 내에선 “한참 전에 나가신 선배가 얼마나 전관예우를 받았겠느냐. 억울하게 다치신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박영수에 대해선 “변호사로서 경쟁력이 정점을 지난 인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자연스레 박 특검이 이번에 ‘특검’에 응한 배경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박 특검이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정치 물’을 본 박 특검에게는 이번 특검이 금전이나 관운(官運), 명예 면에서 도움이 되면 도움이 되지 절대 누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검사장을 거쳐 특별검사까지 이미 다 이룬 것 아니냐. 지금 분위기로는 국회의원이나 그 이상을 노린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높은 공직 한 번 하고 나오면 성공한 법조인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검은 검찰과는 한결 다른 언론 브리핑을 구사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 역시 박영수 특검의 스타일에서 나온다고 본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은 현판식을 할 때부터 청와대 압수수색을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 내부 어디를 압수수색할지를 논하는 브리핑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미리 언론에 노출하면 압수수색이 어떻게 효과를 내는가. 이건 정말 언론 플레이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半)협박’

    또 다른 법조인도 “요란한 언론 홍보는 박영수 특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 아니겠느냐. 특검은 뭔가 의미 있는 진술이나 증거를 찾았다고 매일 발표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채택돼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 뇌물죄 수사는 특검의 ‘공격성’을 잘 보여준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대가로 삼성이 최순실 씨 측에 거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 특검팀은 합병을 전후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승마 지원 문제가 거론됐다는 유력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검팀은 삼성 뇌물죄 입증에 자신감을 보여왔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순실 씨와 삼성 사이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있는 제2의 태블릿PC를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로부터 제출받아 확보했다”며 실물을 공개했다.  

    “태블릿PC의 e메일 계정에는 최씨의 측근이자 최씨와 삼성의 다리 노릇을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독일 코레스포츠 설립을 대리한 박승관 변호사, 최씨의 독일 조력자인 데이비드 윤,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과 주고받은 e메일이 들어 있는 만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뇌물죄를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본다.” (특검팀 관계자)

    하지만 이를 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처벌하기 위해 삼성을 무리하게 잡고 가는 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을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하려면 무조건 삼성 수뇌(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검이 언론 플레이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검이 최순실 것이라고 제시한 태블릿PC에 대해 최씨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e메일을 주고 받은 시점은 이 태블릿PC가 출시되기 전이었다고 한다. 친박근혜 진영은 “특검이 야당에 지극히 편향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앞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런데 소환을 앞두고 특검은 참고인 신분인 이들에 대해 “필요하면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半)협박’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삼성의 ‘핵심들’에게 “이재용 부회장 관여 여부를 인정하는 진술을 가지고 오라”고 압박한 셈인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참고인 신분을 유지시켰다. 그러면서도 “필요하면 삼성의 핵심 관계자인 최지성 부회장 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칠 수 있다”며 압박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구속하는 그림 만들어…”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를 오래전부터 검토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부회장으로부터 ‘박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받고 최순실과 딸 정유라에게 말 구입 비용 명목 등으로 80억 원 이상의 특혜를 줬고, 대가로 합병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받아내려면 구속밖에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부장검사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처벌을 기정사실화하고 진행하는 상황에선 이재용은 꼭 잡아넣어야 하는 인물이 된다. 이재용의 관여 정도와 관계없이 특검은 재계의 상징인 삼성 이재용을 구속하는 그림을 만들어 특검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 효과도 누리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배경과 관련해 특검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체부 전·현직 간부들을 회유하기 위해 입막음용 인사를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또한 특검은 청와대가 이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을 확인해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특검팀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기춘에서 이병기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 것이 드러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본질과 관계없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여권 인사는 “이 특검은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특검인데, 최순실 비리와 무관한 것을 많이 뒤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특검도 사법기관인데 사법기관으로서 중립적이진 않은 듯하다. 박근혜와 관련해선 전부 들춰내겠다는 태세다. ‘특검 수사 때문에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 하는 걱정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 불법 시술 의혹 관련 수사도 본질과 무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 특검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언론이 의문을 갖는 것은 다 들여다보는 ‘척’하고 있지 않으냐. 마치 최순실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다 잡아들여서 죄인을 만드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중대 혐의 새로 밝혀내”

    또 다른 대법원 관계자도 “특검은 기간을 30일 더 연장해도 3월에 끝나지만 우리 법원은 3, 4년 동안 관련 사건들을 재판으로 다뤄야 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삼성 관련 제3자 뇌물죄와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는 증거 여부를 떠나 법리 적용 자체가 가능할지도 의문스럽다. 향후 재판에서 무죄가 났을 때 후폭풍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은 기소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애매한 사안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당수 헌법·형법 전문가들은 “박영수 특검이 새로 제기한 혐의들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인 데다 증거들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 같다. 구속영장 대부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며 특검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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