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책 향기 속으로

남자란 무엇인가 外

  • 육성철, 송홍근 기자, 황금희

    입력2017-02-10 10: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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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남자란 무엇인가
    안경환 지음
    홍익출판사, 304쪽, 1만4800원



    ● 저자는 해마다 책 한두 권을 쓴다. 일흔 살이 되기 전까지 꼭 써야 할 글이 아직 여럿인지라 서재에 머무는 시간도 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대체로 나이가 들면 이래저래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마련인데, 혼자서 읽고 쓰는 일은 그런 염려가 없어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단다. 관심 분야도 인문학, 평전, 법학, 문학, 예술 등 다방면을 꿰뚫어 어느덧 저서가 52권에 이르렀다.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도발적 제목 아래 ‘안경환’이란 이름이 낯설다. 왠지 이런 종류의 책은 인기 절정 연예인이나 감성 만점 문화평론가의 영역처럼 보인다. 요컨대 고희를 바라보는 헌법학자, 게다가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관료의 품새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의 편견은 남자의 본성을 세밀하게 조명한 1장을 넘기기 전에 사라질 듯하다. 여자만큼이나 남자도 미묘하고 복잡하다.

    남녀 공학 고등학교에서 남녀의 수다는 내용과 형식이 판이하다. 남학생들은 여배우 얘기를 시도 때도 없이 꺼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연애담은 꼭꼭 숨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학생들은 남자친구와의 적나라한 스토리를 거침없이 나눈다. 저자는 이것이 남녀의 공감 능력 격차에서 비롯한다고 말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만든다. 우뇌에 집중하는 남성이 마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데 익숙하다면, 여성은 언제 어디서든 반경 10㎞ 안팎의 소리를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한다. 운전을 하면서 화장을 고치는 동시에 전화 통화에 음악 감상까지 가능한 인체공학 시스템이다. 압도적인 CPU 성능은 부부싸움에서 절대 우위를 영구히 보장한다.



    저자는 남자의 결혼, 섹스, 사회, 눈물, 노화를 거침없이 파고든다. 시인과 소설가가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어떻게 다른지를 코믹하게 들려주는가 하면, 우울증을 앓아 자살까지 시도한 적이 있다는 현직 부장판사의 커밍아웃 과정도 소상하게 소개한다. 모두 저자가 곁에서 보고 듣고 때로 직접 개입해 도움까지 주었던 실제 상황이다.

    이 책의 키워드를 단 하나로 뽑아낸다면 아마도 ‘사랑’일 듯하다. 겉으로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 한없이 약한 남자들에게 저자는 연탄재처럼 뜨거운 ‘사랑’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남자로 태어나 남자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혼자서 잘 살 수 있어야 연애도 결혼생활도 잘 할 수 있다”는 저자의 충고가 반가울 듯하다. 사실 저자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네 살 연상인 동네 누나 손숙 씨를 보고 첫사랑을 느꼈을 만큼 조숙한 남자였다.

    저자는 첫아들이 태어났을 때 기뻐하기보다 “미안하다”는 글부터 썼다고 고백한다. 1948년생,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살아온 ‘낀 세대, 경계인’이 보기에 본격적인 여성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란 무엇인가’를 다 읽었다면 가왕 조용필의 곡 ‘귀로’에 붙인 송호근 교수의 가사가 남다를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추억을 아파하지 말라’.                                                                   

    육성철 |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ysreporter@hanmail.net |






    그림에 나를 담다
    이광표 지음, 현암사, 332쪽, 1만8000원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소개하는 글을 써온 언론인이 한국의 자화상에 천착해 집필한 책이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50년대 초까지 이 땅의 화가들이 그린 자화상을 들여다보면서 그림 안팎의 이야기를 전한다. 윤두서 강세황 채용신 고희동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장욱진 등이 그린 한국 미술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화가의 굴곡진 삶에 비추어 감상해보자.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지음, 돌베개, 386쪽, 1만5000원


    2016년 작고한 신영복의 유고 모음이다. ‘20대 청년 신영복’이 쓴 미발표 글 일곱 건을 포함해 각종 매체 기고문과 강연록 등 기존의 저서에 실리지 않은 글과 말을 한데 모았다. 신영복의 깊은 사유와 정갈하게 조탁된 언어를 반추하며 추억에 잠겨보자.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가는 먼 길에 다들 함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신영복의 말로 책은 시작된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더퀘스트, 320쪽, 1만6000원


    ● 보수(保守)가 수난이다. ‘너는 짝퉁이잖아.’ ‘너는 가짜야.’ 국정농단 사태 후 보수의 내홍이 소란스럽다.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자처하면서 보수 정당을 뛰쳐나온 이들은 ‘우리가 진짜’라면서 개혁을 외친다. 남은 이들이 데려온 비상대책위원장이 “친박은 도려내야 할 악성 종양”(인명진)이라고 지적하자 친박 좌장이라는 이는 “거짓말쟁이 성직자야말로 악성 종양”(서청원)이라고 맞받는다. 난맥도 이런 난맥이 없다.

    보수라는 말을 누구나 입에 올리지만 한국적 보수의 개념은 명확하지 않다. 미국 보수주의 흐름은 ①시장경제와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는 경제적 보수 ②공산주의 팽창을 우려하는 반공적 보수 ③국가, 교회, 가족 같은 전통적 공동체 가치를 지키려는 전통적 보수 세 갈래다. 정치 이론가 러셀 커크는 △제한된 정부 △자유 기업 △강한 국방 △전통적 미국 가치를 보수주의의 4대 강령으로 꼽는다(러셀 커크 ‘보수주의 마인드’ 참조).  

    그렇다면 한국적 보수정치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보수는 ‘보전해(保) 지킨다(守)’는 뜻이다. 보존하거나 지켜내려면 굳게 선 가치와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는 확립된 철학, 가치를 갖고 있지 못했다. 보수정치라는 이름으로 기득권이나 이권만 지켜내려 했다. 보수할 가치와 철학도 없으면서 시대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면 수구(守舊)나 반동(反動)과 다름없다.

    이 책의 원제는 ‘보수주의자가 되는 법(How to be a conservative)’이다. 한국어판에는 세태를 반영해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보수주의의 근원과 참뜻을 탐구해보려는 이들이 일독해볼 만한 책이다.

    보수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보수는 쓸모 있는 것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설명하면서 “더 좋은 것을 찾는 것도 본능이기에 보수는 끊임없이 진보를 흡수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마따나 가족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이 민주공화정을 만들어냈으며 급진적 사회주의자 또한 이 같은 본능을 가졌을 것이다. 저자가 옹호하는 보수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이 선뜻 공감할 수 있는 생각, 즉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고자 하는 신념,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 굳게 선 원칙을 어기지 않는 강한 의지, 이해당사자들이 마음대로 점유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공유 자산의 보호, 대표자를 선출하고 법을 통과시키는 민주적 절차 등을 보전해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박근혜의 말
    최종희 지음, 원더박스, 286쪽, 1만5000


    ‘언어와 심리의 창으로 들여다본 한 문제적 정치인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달렸다. 무능하기 그지없던 한 정치인의 말을 통해 그 인간의 내면세계를 분석한 인문학적 사회정치서다. 다시 정치인의 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우리는 여전히 정치인의 말과 그 사람의 실체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가리라고 낙관할 수 없는 이유다.




    49가지 단서로 예측한 중국의 미래
    마르테 셰르 갈퉁·스티그 스텐슬리 지음,
    오수원 옮김, 부키, 352쪽, 1만6000원.


    중국이 강국으로 떠오르고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중국이 더 중요하다’와 ‘한·미·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를 놓고 백가(百家)가 쟁명(爭鳴)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친구인가, 적인가. 중국에 대한 애호와 혐오 사이에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중국이 세계를 사들일 것이다? 중국 경제는 붕괴한다? 전망 또한 엇갈린다. 49개 단서를 통해 중국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
    이케다 하야토 지음, 김정환 옮김,
    라이팅하우스, 264쪽, 1만2600원


    ● 서울과 도쿄는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버는 돈의 대부분을 ‘대도시에 살기 위한 경비’로 지출하고, 집 한 채 지니고 사는 사람도 30년 장기상환 은행 대출을 껴안은 채 허덕거리는 삶 말이다.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3년 정도 다니다 독립한 저자는 대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껴 가족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시코쿠 지방의 산속 마을로 이주한다. 그러고는 ‘아직도 도쿄에서 인생을 소모하고 있습니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도쿄에서보다 세 배나 많은 소득을 올리고 사계절 풍요로운 환경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한다.

    그렇다. 꼭 대도시에서 대기업에 다녀야 안정적이고 괜찮은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리고 다 그럴 수도 없다. 저자는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해. 이런 모습이어야 해’라는 쓸데없는 속박을 자신에게 가하기 때문에 삶이 불행해지고 범죄가, 자살이, 전쟁이 일어난다고 본다. 그래서 ‘환경을 바꿀’ 자유에 발을 들이고 유동적인 삶을 살라고 권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도시에서 살 건 시골에서 살 건 삶이 도무지 피곤하기만 하고 활력이 없다면 지금 있는 곳을 떠날 용기를 내야 한다. 수백 장의 이력서를 쓰고 수십 번 탈락의 고통을 겪는 취직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면 ‘대기업에 다니는 괜찮은 내 모습’을 버려야 한다. 인문학자 고미숙 선생도 얘기하지 않던가. 대기업이, 온갖 스펙을 쌓으며 몇 년씩 준비해 갈 만한 곳이냐고. 청춘을 바쳐 일할 만한 곳이냐고.

    대도시는 확실히 시뻘건 레드 오션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피눈물 흘리며 좌절의 상처를 곱씹기 십상이며 설령 괜찮은 직장에 다니고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해도 피로 속에서 소진하는 삶에 지쳐간다. 그렇다면 시골로 눈을 돌려볼 일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미개척지’ 지방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라고 한다. 지방은 서로 짓밟으려 하는 경쟁 상대가 없는 블루 오션인 덕분에 속도감 있게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고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주의할 것은 ‘일은 누군가가 주는 것’이라는 생각, 즉 ‘고용’을 찾으면 답이 없다는 얘기다. 일자리를 스스로 찾아내 만들어가기엔 시골만큼 좋은 곳이 없단다.

    인터넷으로 세상이 연결된 시대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아졌다. 집값이 말도 안 되게 싸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시골에서 눈높이를 낮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탐색기를 가져보는 것, ‘다지역 거주’라는 미래적인 선택지를 염두에 두는 것 등 소소한 팁이 책에 수록돼 있다.

    머리가 말랑말랑한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애면글면하지 말고 시골에 가 ‘창직’의 세계를 열어나가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인 사교육, 입시 지옥, 취업난 같은 것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황금희 | 독서인 hmidong604@hanmail.net |






    명리
    강헌 지음, 돌베개, 452쪽, 2만 원


    선택의 순간,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명리(命理)는 인간의 욕망과 시대의 운명을 읽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은 확신의 포로가 되기 십상이나 맹신을 부르는 이 확신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다. 저자는 “명리학은 예언하지 않는다. 다만 최선의 결정을 도울 뿐”이라고 말한다. 명(命)이 사람의 본질이라면 운(運)은 현실의 조건이다. 운명은 결정된 게 아니다.




    미래는 더 나아질 것인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지음,
    RHK, 364쪽, 1만7000원


    미래는 얼마나 열려 있고 또 닫혀 있는지는 미래학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화두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각계 전문가 28명이 머리를 맞댔다. 포스트휴먼 플랫폼, 가상현실, 인공지능, 재난대응, 기술혁신, 지식혁명의 6가지 주제로 나눠 미래를 내다본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
    마크 블라이스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543쪽, 2만2000원


    ● 인류는 전례 없이 풍요로운 시대를 산다. 자본주의가 생산력을 폭발적으로 늘려놓은 덕분이다. 19세기 유럽에서 꽃펴 압도적 효율성을 과시하면서 세계를 석권한 자본주의를 들여다보는 학문 사조의 위상에서 주류(主流)의 지위에 오른 신고전학파(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가정(假定)은 차갑다. ①인간은 이기적이다 ②쾌락과 성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존재면서 경제적 이익에 몰두한다. ③합리성은 완전하다.

    주류 경제학의 복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동체의 부(富)는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에서 비롯한다. 부는 교환을 통해 실현된다. 따라서 정부는 사적 이익 추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면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줄어들며 자원 배분이 교란된다. 요컨대 사적 소유에 근거한 시장 경쟁에 맡겨야만 개인과 사회의 이익이 증대한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회의감이 확산되며 위상에 흠집이 나는 듯했으나 또다시 ‘긴축’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고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복음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장하준이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at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주류 경제학 탓에) 세계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장하준처럼 신고전학파에서 비켜서 있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자유시장)보다 제도(산업정책, 산업금융 등)와 민간-국가의 협력을 강조한다.

    ‘긴축,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의 한국어판을 출간한 부키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낸 곳이다. ‘긴축’의 책날개에는 제도학파 장하준과 케인시언인 폴 크루그먼의 추천사가 적혀 있다. 두 사람이 추천사를 쓴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긴축’은 이데올로기로 격상돼 경제를 ‘망치고 있는’ 신고전학파의 처방을 비판한 책이다.

    책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그들이 옳을 때나 그를 때나 흔히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사실 세상은 소수가 지배한다. 실용주의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의 지적인 영향도 받지 않았다고 믿지만 그들은 대개 이미 죽은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다.”

    저자는 유럽의 경제위기는 은행의 탐욕이 빚은 것인데, 민간 은행을 살리느라 재정이 투입돼 ‘국가 문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프리드리히 하이예크, 루드비히 폰 미제스, 밀턴 프리드먼의 ‘노예’들은 방만한 재정과 복지 지출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호도한 후 복지 지출 축소,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 개혁 등을 처방으로 내놓았으나 결과는 ‘이익의 개인화, 손실의 사회화’였으며 경제는 더욱 엉망진창이 됐다.  

    유럽을 배회하는 신고전학파의 유령들은 실제로는 문제를 해결한 적조차 없는 ‘죽은 경제학자’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1%대 99%의 병리적 현상의 기저도 비슷할 것이다. 신고전학파가 부관참시한 케인스가 저자의 바람처럼 되살아날 수 있을까.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호기심의 과학
    유재준 지음, 계단, 416쪽, 2만 원


    많은 이가 물리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수학 공식 뒤에 숨은 물리적 개념을 끄집어내 살아 있는 과학 지식으로 만드는 과정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개념과 현상을 묶어주는 연결 고리를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면 과학이 흥미로워진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인 저자가 비(非)이공계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설명한 과학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7일 만에 끝내는 스피치
    이서영 지음, 원앤원북스, 383쪽, 1만5000원


    말 잘하는 게 경쟁력이 아닌 시대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까. 어떻게 하면 마음을 상대에게 잘 전달할까. 어떻게 하면 상대를 잘 설득할까. 저자는 대중을 단박에 휘어잡을 줄 아는 스피치 전문가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방법을 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겪는 커뮤니케이션 상황마다 방법론을 제시해 곧바로 대화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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