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이 전화 걸어와 ‘이해하고 조심하겠다’고 말해”
- “채용 때 내부자와 공모 가능성…文 아들, 청문회 세워야”
문 전 대표의 이념·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우선 그의 ‘북한 커넥션’ 및 ‘금수저 아들’ 의혹을 파헤쳐봤다. 이번 취재를 통해 두 의혹에 관한 여러 새로운 사실과 정황들이 드러났다.
2004년 7월 제1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 문재인(당시 51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어머니 강한옥(77) 씨, 부인, 아들 문준용 씨와 함께 북한에 사는 이모 강병옥(55) 씨를 만났다. 이때 상봉 관련 북측 서류에 문 수석의 나이가 ‘74세’로 돼 있었다. 문 수석은 그 이전엔 상봉을 신청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과 상대정당측은 “누군가 고의로 나이를 실제와 다르게 적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文측 고발, ‘무혐의’ 처분돼
2012년 대선 당시 박선규 전 새누리당 대변인도 ‘북 이모’관련 의혹을 제기했는데, 문재인 후보 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면서 박 전 대변인을 고발했다. 박 전 대변인은 최근 ‘신동아’에 “2013년 서울남부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의혹 제기가 정당했다는 게 입증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변인은 “입을 막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게 개탄스럽다. 문 전 대표는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해 투명하지 않다”고 말했다.10차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 당국이 선정한 북측 상봉단 100명이 자신의 남한 거주 가족들을 상봉 대상자로 신청해 이뤄졌다. ‘신동아’가 최근 국회의원을 통해 통일부의 ‘10차 상봉단 명단’ 자료를 확인한 결과, 북한 상봉단 100명 중 50대는 강병옥 씨가 유일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게 해줘야 한다는 상식에 따라 남북한에선 고령자가 상봉단으로 선정됐다. 50대가 선정된 사례가 또 있는지 모르겠는데,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문 수석의 어머니는 1950년 12월 6·25전쟁 흥남철수 때 월남하면서 북한에 남은 동생 강병옥 씨와 헤어졌다. 문 수석의 어머니는 1953년 경남 거제에서 문 수석을 낳았다. 이후 남북 가족 간 사람과 정보의 왕래가 끊겼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평범한 주민인 강병옥 씨가 남한에서 문재인이라는 조카가 출생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내 문재인을 상봉 대상 가족으로 신청했을까. 문 전 대표는 이런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강병옥-문재인의 가족관계를 알아내 둘의 상봉을 공작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에 “북쪽에서 문재인 수석을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라 생각하고 이모를 찾아내 상봉을 주선한 것이라면 이는 대남공작의 일환이다. 만약 남쪽에서 먼저 문 수석의 가족을 찾아달라고 북쪽에 비공식 요청했다면 매우 중대한 사태이자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배려는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유 교수는 최근 ‘신동아’에 “이 말을 한 후 문 전 대표가 내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해왔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이모 상봉 사실이 꺼림칙했던지 의혹을 제기한 사람에게 무마를 시도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유 교수의 말이다.“한 30분 통화를 했어요. 문 전 대표는 ‘우려하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조심하겠다’고 말하더라고요. 당시 상봉 대상자로 선정되기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다른 상봉 대상자들과 너무 나이 차가 나니까…당시 문재인 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북한 당국이) 뭔가 주목했을 거라고 봐요. 북한과 우리 정부 안에서 문재인 수석에 대한 배려가 있었을 것 같아요. 북쪽이 남쪽 고위 인사를 그런 식으로 가족으로 하면 아무래도 북쪽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고.”
아들 의혹은 ‘신동아’(2012년 3월호)의 단독보도로 2012년 대선 이슈가 됐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수하 행정관이던 권재철 씨가 고용정보원장으로 임명돼 재임할 때인 2006년 12월 문 전 대표의 아들 준용 씨가 고용정보원 5급 일반직에 채용됐다. 일반인은 알기 어렵게 채용공고가 났고 준용 씨 한 명만 응시해 합격했다. 준용 씨는 입사원서에 양귀에 귀고리를 한 사진을 부착했고 12줄짜리의 짤막한 자기소개서를 썼다. 채용공고의 자기소개서 분량은 ‘A4 3매 이내’였다.
김상민 전 의원은 ‘신동아’에 “정유라 부정입학보다 문준용 불법 특혜채용 의혹에 젊은 층이 더 공분(公憤)할 것이다. 내부자와 공모한 혐의가 짙다. 문준용 씨 등 관련자들을 국회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의혹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원서 마감이 12월 6일이었는데 고용정보원에 제출된 준용 씨의 건국대 졸업예정증명서는 12월 11일 출력된 서류였다. 원서 마감이 지나 학력증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기업에서 이러면 서류전형 탈락이다. 2008년 9급 공무원 필기시험 합격자 4183명 중 이런 서류 미제출로 64명이나 탈락했다.
고용정보원 원서 제출 방법은 우편접수와 방문접수뿐이었다. 그러나 방문접수 대장은 서류 자체가 없었고 우편접수 대장엔 문준용이 없었다. 또한 양귀에 귀고리를 한 원서 사진은 그림 파일로 출력된 것이다. 원서가 e메일로 제출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e메일로 제출된 원서를 출력해 접수해준 내부 공모자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전에 채용이 내락된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성의 없이 원서를 써서 일사천리로 합격된 것으로 의심된다.
고용정보원 규정상 인사 서류는 영구 보존토록 하는데 2006년 입사자 채점표 원본이 없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 채점표 원본은 보존돼 있다. 몇 차례 감사도 부실하게 진행돼 문준용 씨 관련 의혹이 은폐돼왔다.
고용정보원은 5급 임용 시 공기업·준정부기관 5급 상당 재직 경험 또는 동등한 자격을 요구한다. 문준용 씨는 대학 졸업예정자였다. 자격증과 실무 경력이 전무했고 공모전에 세 번 입상한 정도였다. 문준용 씨는 취업 14개월 만에 휴직 상태로 유학을 갔다가 휴직기간 종료 직전에 퇴직하면서 37개월치 퇴직금을 받았다. 입사에서 퇴사까지 특혜 의혹의 연속이었다.”
고용정보원은 “동영상 제작 전문가여서 채용했다”고 설명하지만, 문준용 씨가 근무 당시 제작한 동영상 타이틀은 “글로버(글로벌의 오자) 경제의 리더”였다. 방송영상 전문가들은 “영상 제작을 전혀 모르고 만든 수준”이라고 말한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는 “문준용 씨의 급여가 기본급 월 150만 원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씨의 연봉은 3450만 원으로 당시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보다 높았다.
“특혜 없었음이 누차 확인돼”
‘신동아’는 문 전 대표 측에 두 의혹의 구체적 사항들에 대해 상세하게 질의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산가족 상봉 건은 북측이 보내온 상봉자 명단에 당시 문재인 수석의 나이가 잘못 기재돼 통일부가 북측에 수정 요청을 했다. 아들 건은 2007년 감사원 감사, 2010년 노동부 감사 등을 통해 어떠한 특혜도 없었음이 누차 확인된 사안”이라고 답했다.고용정보원 측은 “민감한 사안이라 답변할 시간이 부족하다. 잡지 마감 안에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