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
- ‘경제통일’ 원칙은 비핵화와 경제영역 확대
- “친문패권? 문재인 공격 프레임일 뿐”
- “정경 유착 반시장 범죄행위는 사면권 제한”
- “기업준조세금지법 만들겠다”
-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통령과 특수관계 모두 포함”
검증이 필요한 이유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정치의 발견’이란 책에서 ‘통치자에 대한 시민적 통제의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통치자 선발 과정이 곧 그런 효과를 갖게 하는 데 있다’고 했다. 대통령을 뽑은 뒤 후회할 게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치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주변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집중 질문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문 전 대표는 ‘신동아’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비선의 ‘비’자도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1월 5일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인사추천 실명제로 밀실 정실인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한 뒤 다시금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의 대북관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민주정부가 안보에도 유능하다.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시절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하게 만든 것만큼 큰 안보는 없다”고 했다. 중국을 중시하는 안보관에 대해선 “미국이 우리의 안보와 외교를 위해 중요하다면, 중국은 우리의 경제를 위해 중요하다”면서도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밝혀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발언도 내놓았다.
“정직, 청렴은 반대자도 인정”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율 31%를 얻어 처음 30% 벽을 돌파하면서 2위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0%)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본선에서 이기려면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많다. 시사평론가 5명에게 문 전 대표 앞에 도사린 큰 장벽들이 무엇인지 묻자 ‘확장성, 대북·안보관, 문고리 권력과 친문패권주의, 리더로서의 신뢰성, 재벌개혁, 호남 민심’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답을 들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26.8%(1월 9일 리얼미터, 10일 한국갤럽은 31%)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확장성’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스스로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는지요. (지난해 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이 될까’라는 무크지 필진은 ‘정치성 구축 실패, 당 내에서 배타적이라고 비판받는 참모들, 협소해 보이는 정책 조언자 그룹’ 등을 확장성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저는 우리 당(黨)의 확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확장은 성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을 통해 좋은 분들이 영입됐고 전국정당의 기틀을 확실하게 다졌습니다. 지금 호남의 지지도도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당 대선주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힘을 모은다면 확장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먼저, 본선 경쟁력은 새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달려 있을 겁니다. 저는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부터 인권변호사 활동, 정치에 들어온 이후에도 일관되게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 촛불 민심이 그런 저의 모습을 선택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둘째, 검증과 준비된 정도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될 것입니다. 정직, 청렴에 있어서는 저를 반대하는 분들도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부정부패 척결과 정경 유착 청산에는 제가 가장 적임자입니다. 또한 저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국정 전반에 관여했고 지난 대선 출마부터 국가 미래비전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 주변의 친문(親문재인) 세력이 하나의 ‘패권’ 형태로 존재해 당의 민주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민주연구원의 편파적인 개헌보고서에 발끈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저는 민주당조차 기득권 해체를 요구받는 그런 당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의 낡은 기득권과 독단의 적폐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역대 대통령 국가발전 기여’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35.5%로 1위를 했습니다. 좀 더 나라다운 나라를 바라는 국민의 생각이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친노(親노무현), 친문은 패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다수의 염원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코 패권적 행보를 한 적이 없습니다. 당 대표 때도 오직 당의 단합을 위해 탕평인사를 했고, 당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었습니다. 오히려 저와 가까우면 역차별을 받는다는 말까지 있었고, 실제 그렇기도 했습니다. 친문패권이라는 말은 결국 문재인을 공격하는 프레임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친노·친문은 패권 아니라 염원”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불분명한 행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의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해 애초에 비선과의 접촉이 있을 수 없는 구조로 만들겠습니다. 대통령 인사를 시스템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사추천 실명제’로 추천부터 인사 결정의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국민께 공개하겠습니다. 밀실 정실 인사를 막아내야 비선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제 임기 중 비선의 ‘비’자도 나오지 않게 만들겠습니다.
국가권력 사유화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문제였습니다. 권력 사유화의 도구가 됐던 정치검찰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게 해야 합니다. 권력의 병풍 뒤에 숨어 부정부패에 가담할 수 없도록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도 신설하겠습니다.”
공산체제 싫어 피난 온 집안 아들
▼ 집권 뒤 가족과 측근들이 경제세력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데, 이를 근원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저는 6·25전쟁통, 흥남철수 때 피난 온 집안의 아들이라 가까운 친인척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의 수사 대상에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 등 특수 관계자도 포함시키겠습니다. 정경 유착에 의한 중대한 반시장 범죄행위자에 대해서는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습니다. 동시에 기업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이 준조세에 시달리지 않도록 기업을 보호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지도자의 기본적인 가치와 도덕성, 국민적 요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상탁하불청(上濁下不淸),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입니다.”
▼ 보수진영은 특히 문 전 대표의 대북관과 중국을 중시하는 안보관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우리의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남북 간 평화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일 뿐만 아니라 남북 간 평화를 넘어서서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균형과 영내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한미동맹은 변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미국 다음으로 중요합니다. 미국이 우리의 안보와 외교를 위해 중요하다면, 중국은 우리의 경제를 위해 중요합니다. 그러니 미국 다음으로 중국을 중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보수라 하여 생각이 다를 리 없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안보정책에 얼마나 무능했는지는 이미 드러났습니다. 북핵 문제도 전혀 해결하지 못했고, 북핵이 고도화·무기화하는 것도 막지 못했습니다. 정권 연장을 위해 안보 장사를 해왔을 뿐입니다. 그에 비해 참여정부 때는 한 번의 분쟁도 없었습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해 우리 경제,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고,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시켰으며, 우리 체제가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에게 인식시켰습니다. 북한을 우리에게 의존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큰 안보는 없습니다. 이제는 민주정부가 안보에도 유능하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북한 공산 체제가 싫어 피난 온 집안의 아들이며, 특전사 공수부대에서 당당하게 군복무를 한 제가 진짜 안보입니다.”
非文 제3지대와 반기문의 압박
▼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향후 대북 정책에서도 협상을 위한 퍼주기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노무현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국민 혈세 1000만 달러를 국정원에서 북한에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북정책의 인식을 경제로 넓히면 퍼주기가 아니라 퍼오기로 바뀝니다. 단순히 평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도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기업과 경제단체들도 남북경협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한 경협입니다. ‘경제통일’이라는 대북정책을 내놓고 국민의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경제통일’의 원칙은 한반도 비핵화와 경제영역의 확대입니다. 경제영역이 확대되면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5%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이 북한으로 진출하고 청년일자리도 늘릴 수 있습니다. 우리 주도로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넘어 경제협력 시대를 열 것입니다. 외교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입니다.”
정권교체냐, 정치교체냐
▼ 다당제 연합정치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제3지대 등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요.“먼저 헌법유린, 국정농단 세력과 그를 비판한 탄핵주도 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당제 연합정치와 제3지대의 기준도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기준과 원칙 없이 연합한다면 촛불을 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한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 지지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당 대선주자 전체의 합계가 커져 50%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당 주자들끼리만 제대로 힘을 모아도 새누리당을 비롯한 어떤 이합집단 세력도 이길 수 있습니다. 어떤 정계개편, 제3지대가 만들어져도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문 전 대표의 바람과 달리 물밑에선 정계개편과 연합정치가 동력을 얻고 있는 듯하다. 그 중심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있다. 개헌을 매개로 비문(非문재인)이 세력을 갖춰갈 경우,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고립시킨 DJP연합(1997년)이나 노무현·정몽준 연합(2002년)에 비견될 수도 있다.
1월 12일 영구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국민통합을 위해선 친노·친박 패권주의와 기득권 청산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라는 반 전 총장의 공격(槍)에 문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이명박·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연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호남 지지 없으면 정권교체 어려워”
▼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며 고향입니다. 제게는 운명공동체이며 정권교체의 동반자입니다. 호남은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국면마다 올바른 길을 선택해왔습니다. 호남에서 지지받지 않고서는 정권교체가 어렵습니다. 지금 호남에서 민주당과 저에 대한 지지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저와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마음을 열고 믿어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더 낮은 자세로 호남민께 다가가겠습니다.
이번 대선 이후 다음 정권은 인수위 과정 없이 곧바로 정부를 이끌어야 합니다. 연습할 시간도 준비할 겨를도 없습니다. 이미 검증되고 잘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저 문재인은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취임과 함께 곧바로 국정 안정을 이뤄낼 수 있는 경험을 갖췄습니다.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 대개조를 위해 누구보다 절실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꼭 정권교체 하여 호남이 실망하지 않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1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역의 지지율은 39%였다. 2016년 총선 당시 문 전 대표의 민주당은 호남에서 참패했으나, 새해 들어 이곳에서 우세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밴드 왜건 효과’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호남 민심을 모두 진보나 민주당 편으로만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합리 중도 투표 성향이 내재돼 있다”며 자신의 호남 지역구(순천) 당선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문 전 대표는 1월 8일 경주를 방문해 “우리 대구 경북 지역은 보수의 가치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새누리당을 지지했다”고 발언했다. 이 또한 대구 경북 지역의 합리적 중도표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여겨질 수 있다. 지역정서에 기댄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대한민국에 희망을 불어넣을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국민의 통제권’ 안에 들어갈 의지를 제대로 보이는 것이고,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가 대개조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