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시마당

북항

  • 안도현

    입력2017-02-13 16: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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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항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맹서를 저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신하기 좋은 북항,
    불 꺼진 삼십 촉 알전구처럼 어두운 북항,
    포구에 어선과 여객선을 골고루 슬어놓은 북항,
    이 해안 도시는 따뜻해서 싫어 싫어야 돌아누운 북항,
    탕아의 눈 밑의 그늘 같은 북항,
    겨울이 파도에 입을 대면 칼날처럼 얼음이
    해변의 허리에 백여 빛날 것 같아서
    북항, 하면 아직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이
    있을 것 같아서 나를 버린 것은 너였으나
    내가 울기 전에 나를 위해 뱃고동이 대신 울어준
    북항, 나는 서러워져서 그리운 곳을 북항이라
    하였는데 너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였다


    안 도 현
    ●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그대에게 가고 싶다’ ‘간절하게 참 철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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