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설’ 뉴욕 강서회관은 반기문 단골 식당”
- “강서회관 공동 사장이 반씨” 〈종업원〉
- 동생 반기호, 미얀마에서 ‘유엔 동행’ 구설
- ‘사기로 돈 떼먹은 혐의’ 조카 반주현, 호화주택 살며 고급차 굴려
- 수많은 의혹에서 반기문도 자유롭지 않아
SKT는 원래 미국 법인이 있는데 2010년 4월 뉴욕사무소를 따로 만들었다.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 있던 우현 씨를 공개채용이 아닌 특별 채용했으며 우현 씨를 위해 취업비자(H-1B) 보증까지 서줬다. 우현 씨의 업무(인수·합병 기회 발굴 등: SKT의 설명)는 다소 모호하고 매출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이 채용 덕분에 반 총장 부부와 아들 부부는 같은 도시(뉴욕)에 살게 됐다. 우현 씨가 채용되기 불과 두 달 전인 2010년 11월 13일 반기문 당시 총장은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초청으로 방한해 이 협회 상임이사이던 최태원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우현 씨의 연봉은 15만 달러(1억7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들이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신동아 보도 후 ‘시사저널’은 “뉴욕사무소가 실제로는 최 회장의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사 활동을 돕는 업무를 봤는데, (우현 씨가 입사한) 2011년부터 반 총장 일가를 돕는 업무를 했다”는, 한인 사회에 나도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특혜로 취업해 놀면서 돈 받는…”
신동아 취재진은 우현 씨의 ‘근태’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평일 일과시간에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부근 한 고급 빌딩을 방문했다. 이 빌딩 1층에서 미국인 건물관리인에게 확인한 결과, SKT 뉴욕사무소는 이 빌딩에 입주해 있었고 우현 씨는 직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취재진의 부탁으로 이 관리인은 내선 번호로 우현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우현 씨는 사무실에 부재 중인 것으로 보였다. 취재진은 모 TV에 보도된 중년으로 보이는 최근 우현 씨의 정면 얼굴을 선명하게 따와서 이 관리인에게 보여줬는데, 이 관리인은 “이 사람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SK 로고가 새겨진 SKT 뉴욕사무소 입구에서 상당 기간 머물렀지만 사무실 안에 아무도 없는 듯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취재진은 현지에서 우현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렵게 입수해 그와 통화했다. 우현 씨는 언론사에서 온 전화임을 알고는 바로 끊어버렸다. 다음은 대화 내용이다.
▼ Is Mr. Ban there?
“Yes, speaking.”
▼ 안녕하세요. 반우현 씨. 한국 ‘신동아’인데요.
“…(전화 끊음)”
며칠 뒤 취재진은 우현 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번엔 바로 끊지 않았다. 그는 취업 특혜나 근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본인 문제이므로 본인이 직접 대답하면 될 터인데 구체적 질문들에 대한 해명을 SK에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문자메시지를 통한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근태를 입증하는 자료의 공개나 설명을 거부했다. 다음은 우현 씨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평일에도 사무실 부재 중
▼ 반우현 씨세요?“…(한참 있다) 네.”
▼ 신동아인데요.
“네. 무슨 일이시죠?”
▼ 아버님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몇 가지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떤 일 때문에 그러시죠?”
▼ 반우현 씨와 관련해 SKT 취업 특혜 의혹이 있지 않으냐는….
“죄송하지만 그건 본사의 PR(홍보팀) 통해 확인하시면 될 것 같고요. 제가 따로 특별하게 말씀드릴 건 없을 것 같습니다.”
▼ 나오는 이야기가 총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금 말씀드린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국내 SKT 본사를 이미 취재했고요. 두 번째는 취업하신 후 출근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일상적으로 출근하시나요?
“그거는 제가 말씀드렸듯이, 본사에 확인하시면 분명하게 말씀을 해드릴 겁니다. 일단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다, 그렇게밖에.”
▼ 이런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말씀이시죠?
“네네. 말씀드렸다시피, 부탁드리겠는데 본사 통해 확인하시면 될 것 같고요. 전화를 끊겠습니다.”
▼ 하나 더 물어볼게요. SKT에서 말하는 부분은 뉴욕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총 4명인데 거기에서 비자 보증을 받은 직원은 우현 씨뿐이죠?
“일단 그것도 본사 통해 확인하시면 분명하게 이야기를 해줄 거고요. 이제 따로 말씀을 드리는 게 좀 그래서요. 본사 통하시면 분명하게 확인을 하실 수가…. 제가 지금 미팅이 있어가지고요, 가봐야 하거든요. 전화 끊겠습니다.”
SKT 홍보 담당자는 우현 씨 관련 의혹에 대한 신동아의 답변 요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카타르 도하 소재 도하뱅크에 근무하던 우현 씨를 특채했다. 그러나 추천인의 실명을 말해줄 수 없다. 최태원 회장은 반기문 총장과 우현 씨 채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우현 씨의 업무에서 매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 우현 씨의 연봉은 15만 달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뉴욕사무소는 반 총장 일가를 돕는 업무를 하지 않았다. 우현 씨가 지인들과 골프를 쳤다고 하지만 뉴욕사무소가 부킹해주지 않았다. 우현 씨의 사무실 출퇴근 기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고 해도 수사기관의 요구가 없는 이상 공개하기 어렵다 (※ 나중에 ‘뉴욕사무소는 디지털카드로 출입하지만 출퇴근 기록이 남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알려옴). 뉴욕사무소의 근무 형태가 사무실에 들어오지 않는 외부 업무가 많다고 한다.”
해명은 본사에 떠넘겨
우현 씨 의혹은 SKT의 이 정도 해명으로는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우현 씨는 본인이 설명해도 될 일을 마치 모든 책임이 회사에 있는 것처럼 떠넘기는 태도를 취했다.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될 때, 우현 씨와 SKT는 우현 씨를 소개한 추천인의 실명, 우현 씨의 출퇴근 전산기록이나 영상, 우현 씨가 상시적으로 업무를 봤다는 점을 보여주는 업무일지와 서류, 골프장 이용 내역 등 의혹이 해소될 만한 근거들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취재진은 최근 SKT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뉴욕사무소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지만 사용되지 않는 번호여서 통화가 되지 않았다. SKT 측은 통화가 가능한 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는 ‘미스터리에 휩싸인 사무소’로 비친다.
취재진은 아들 특혜 논란 이외 반 총장의 의혹 사안들도 알아봤다. ‘반 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23만 달러를 받았고 그중 3만 달러는 박 회장이 잘 아는 뉴욕의 한 식당 사장을 통해 반 총장에게 전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취재진은 뇌물 수수 장소로 지목된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부근 한식당인 ‘강서회관’을 찾았다.
이 식당의 곽모 사장은 박 회장과 절친한 관계였는데 박연차 게이트 이후 곽 사장의 사촌누나로 사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식당은 반기문-박연차 의혹 외에 박연차 게이트의 돈 전달 장소로 자주 거론됐다. 그런데 신동아가 취재한 바로는 이 식당은 반 전 총장의 단골집이었고 이 식당 공동사장이 ‘반씨’였다고 한다.
‘강서회관’ 종업원의 증언
반 총장의 동생 반기상 씨와 조카 반주현 씨는 미국 당국에 의해 ‘뇌물 공여’ 혐의로 체포됐거나 추적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남부검찰청은 1월 10일 주현 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검찰은 한국에 있는 기상 씨에 대해선 “도피 중”이라고 했다. 미국 검찰의 공소장은 “거래가 성사된다면 그것은 순전히 우리 ‘가족의 명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반주현 씨의 e메일을 공개했다. 대선 과정에서 반 전 총장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주현 씨는 사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2016년 10월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랜드마크72빌딩 매각과 관련해 경남기업을 상대로 한 반주현 씨의 사기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 경남기업에 6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재미언론인 안치용 씨는 신동아에 “반씨는 손해배상 판결 직전 부부 공동 소유의 미국 주택을 매도해 돈을 빼돌린 뒤 호화주택을 구입하고 벤츠 승용차를 굴리면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미국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에 있는 반주현 씨의 주택과 승용차 사진을 신동아에 제공했다. 안씨는 “반 총장이 반주현 씨의 뉴욕 결혼식(2012년 4월)에 참석했고 주례자를 직접 물색했으며 주위 인사들에게 조카를 잘 봐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돈 빼돌려 떵떵거리며 살아”
반 전 총장의 또 다른 동생인 반기호 씨는 유엔과 관련해 구설에 휘말렸다. 이 구설은 이번 신동아 취재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다. 유엔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 인터넷 미디어인 ‘이너시티프레스(Inner City Press)’는 2016년 12월 28일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유엔 대표단과 함께 외국에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미디어에 따르면, 유엔 대변인은 이 의혹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재임하는 동안 반기호 씨는 몇몇 회사의 부회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증권가 일각에선 반기호 씨가 기업체의 동남아 지역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너시티프레스’ 기사에 따라 미얀마 정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본 결과, 이 홈페이지는 모 회사 부회장인 반기호 씨, 유엔 대표단이 같은 날 버마를 방문했다는 2015년 1월 28일자 미얀마 지역 뉴스를 게시해 두고 있었다. 신동아 취재진은 최근 반기호 씨와 유엔 측에 반기호 씨의 유엔 대표단 동행 여부를 질의했으나 양측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안치용 씨는 신동아에 “반기문 전 총장 일가는 참으로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며 반 전 총장도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 반기상 당시 경남기업 고문과 반주현 씨가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빌딩을 팔아줄 것으로 믿었다. (반기상-주현 씨는) 치밀한 사기를 모의하고 실행하면서 한 기업인을 감쪽같이 속였다”고 말했다.
정책 측면에서 반 총장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외교역량일 것이다. 그러나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은 잘나가는 사교 집단에 불과하다’고 말하면서 유엔을 극도로 불신한다. 트럼프는 반기문 총장의 면담도 거절했다.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이 되면 대미외교가 힘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