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아파트 브랜드에 숨겨진 ‘비밀’

하이엔드 브랜드·펫네임이 ‘신의 한수’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8-12-0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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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9·13 주택시장안정 대책 발표’ 후 부동산 열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청약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이 11월 3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라 그전에 청약을 받고자 하는 이가 많다. 이때 아파트 입지나 가격 말고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게 있다. 바로 아파트 브랜드다. 

    최근 들어 ‘브랜드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아파트 네이밍(naming·이름짓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하는 데 이어, 해당 지역의 특색을 반영하는 ‘펫네임(petname)’ 등으로 네이밍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입지나 마감재와 같은 객관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와 같은 감성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 브랜드가 처음 생겨난 건 1990년대 후반이다. 그전까지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지역명과 건설사 이름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98년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아파트 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브랜드 경쟁도 이때부터 불이 붙었다.

    롯데캐슬, 성에 살며 귀한 대접 받는 느낌

    ‘브랜드 아파트’ 개념을 맨 처음 도입한 건설사는 롯데건설이다. 1999년 ‘롯데캐슬’을 출시하며 국내 주택업계 최초로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캐슬(성)’이란 이름대로 당시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유럽 성을 연상시키는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아파트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성이 갖고 있는 웅장한 이미지를 아파트에 적용한 것부터 센세이션이었다. 설계부터 외관, 조경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었다. 

    2016년에는 브랜드 론칭 17년 만에 롯데캐슬 브랜드 로고(BI)와 문주를 개편해 산뜻하고 젊은 이미지로 변신했다. 새롭게 바뀐 BI와 디자인은 그해 강원도 원주시에 분양한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2차’에 적용했다. 



    최근 롯데건설은 초고령 사회 진입에 대비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를 위한 새로운 주거 문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 입주자를 위한 맞춤형 생활편의 서비스를 개발 진행 중인 것. 또한 올 5월에는 롯데캐슬 입주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홈서비스를 제공하는 ‘캐슬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홈서비스와 세대별 제어(조명, 가스, 냉난방 등), 조회(택배, 방문자, 에너지 등), 보안 등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11월 입주를 앞둔 서울 ‘흑석뉴타운 롯데캐슬 에듀포레’는 롯데건설 내에서도 ‘브랜드 미션이 잘 표현된 단지’로 평가받는다. 롯데캐슬 브랜드 파워와 여러 강점을 바탕으로 2016년 5월 분양 당시, 같은 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평균 34.4대 1, 최고 66.5대 1)을 기록했으며, 현 분양권 시세 또한 최초 분양가보다 2배가량 올랐다. 

    해당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교통과 교육환경이다. ‘에듀포레’라는 펫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수한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중대부속초등학교와 중학교, 은로초등학교, 중앙대학교가 동서남북 4면으로 단지를 둘러싸고 있고, 인근에 서달산 자연공원, 국립현충원 등 녹지가 풍부하다. 또한 지하철 9호선 흑석역이 가까이 있는 역세권 단지로 강남과 여의도, 김포공항 등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단지 내 위치한 롯데캐슬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흑석동에 생긴 첫 롯데캐슬 단지여서 이 일대 주민들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흑석뉴타운 9구역도 시공사가 롯데건설로 정해졌다. 이 일대가 롯데캐슬 브랜드 타운으로 거듭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다음으로는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거의 동시에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0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e-편한세상’을 선보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같은 해 아파트 브랜드 BI(Brand Identity) 선포식을 갖고 ‘래미안’을 발표했다. 당시 래미안은 “저기, 저 집(래미안)에 살아요”라는 TV광고 문구가 서민들에게 열등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고급 아파트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브랜드와 브랜드의 만남, 시너지 창출

    새로운 BI가 적용된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2차’ 외관.

    새로운 BI가 적용된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2차’ 외관.

    이후 건설사들은 앞다퉈 아파트 네이밍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롯데건설-롯데캐슬, 현대건설-힐스테이트, 대우건설-푸르지오, GS건설-자이, SK건설-SK VIEW, 포스코건설-더샵, 한화건설-꿈에그린, 두산건설-위브, 금호건설-리첸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호반건설-베르디움, 코오롱건설-코오롱하늘채, 태영건설-데시앙, 한라건설-한라비발디, 반도건설-유보라 등이 있다. 

    아파트 브랜드가 강세를 띠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환영받는 분위기다. 컨소시엄 아파트의 경우 ‘고급’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공 능력도 능력이지만, 아파트 브랜드가 추후 집값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집중돼 있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는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건설사 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최근에는 2개 이상의 브랜드가 합작해 시공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늘고 있다. 청약 경쟁률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수도권에서 공급된 대형 건설사 컨소시엄 아파트는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 마감했다. 올해 3월 화제리에 분양한 서울 개포동 소재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이 연합해 지었고, 분양 당시 25.22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양천구 ‘선정뉴타운 아이파크 위브’는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의 합작품으로 6.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이 짓고 있는 강동구 상일동 ‘고덕 아르테온’은 지난해 1순위 청약 마감 후 부적격자 미계약분 잔여 가구 청약에 평균 2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 밖에도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은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이, 경기 성남시 ‘산성역 포레스티아’는 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포스코건설이·경기 ‘과천 위버필드’는 SK건설과 롯데건설이 손을 잡았고, 경기 안양시 평촌 ‘어바인퍼스트’는 포스코·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 등 무려 4개 건설사가 공사에 뛰어들었다. 

    아파트 브랜드에는 나름의 스토리가 녹아 있다. 대림산업은 2000년대 초 아파트 단지에 정보통신 랜선이 처음 깔리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아파트’를 표방하는 ‘e-편한세상’을 론칭했다. 당시만 해도 건설회사 하면 ‘먼지 날리는 공사판’이 연상되는 탓에 톱급 광고모델은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브랜드를 앞세워 톱 배우 채시라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임희석 대림산업 상무는 “지금은 대형 브랜드 아파트 모델을 해야 ‘빅 모델’ 소리를 듣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다. 대림산업이 처음으로 톱급 모델을 기용하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는 아파트 브랜드 네이밍과 모델 선정이었다”고 회상했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건설사들의 마케팅 활동이 한동안 주춤해졌다가 2014년부터 부동산 경기가 다시 상승하면서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아크로’(대림산업), ‘푸르지오 써밋’(대우건설), ‘디에이치’(현대건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속속 발표하며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대림산업은 주택 경기가 냉랭하던 2013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분양가를 내세우며 ‘아크로’라는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알려져 있는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가 그 주인공이다.

    평당 분양가 3500만 원 이상만 ‘디에이치’ 사용

    올해 1월 분양한 대우건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동아DB]

    올해 1월 분양한 대우건설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 [동아DB]

    사실 ‘아크로’라는 브랜드는 이미 20년 전인 1998년부터 존재했다. 서울 도곡동 주상복합·오피스텔 브랜드인 ‘대림아크로빌’에 처음 적용된 것. ‘아크로(ACRO)’는 ‘가장 높은, 넓은’이라는 의미로 국내 최초의 초고층, 최고급 주상복합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훗날 아크로빌의 ‘빌’은 빠지고 ‘아크로’에 단지 입지 특성을 붙이는 방식으로 네이밍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아크로리버뷰, 아크로리버하임,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서초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하면서 다섯째 아크로 아파트를 준비 중이다. 

    대우건설도 하이엔드 브랜드 후광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과천주공7-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써밋’은 올 1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써밋(SUMMIT)’은 정상, 꼭대기라는 뜻으로 대우건설은 기존 브랜드와의 통일성을 고려해 푸르지오에 ‘써밋’을 붙이는 것으로 브랜드 전략을 세웠다. 

    ‘푸르지오(PRUGIO)’는 깨끗함과 싱그러움, 산뜻함을 표현하는 ‘푸르다’라는 순우리말에 대지, 공간을 뜻하는 ‘GEO’를 결합한 합성으로 자연과 환경, 인간이 하나가 되는 차원 높은 생활공간을 의미한다. 푸르지오써밋 브랜드를 처음 적용한 곳은 2014년 분양한 서울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서초삼호1차아파트 재건축)’이다. 같은 해 분양한 용산 주상복합아파트 ‘용산푸르지오써밋’에 이어 2015년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까지 프리미엄 브랜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또한 대우건설은 지난해 9월 강남권 노른자위로 꼽히는 신반포15차 재건축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신반포15차는 교통, 교육 환경이 뛰어난 강남의 핵심 재건축 사업 중 하나로 사업성이 높아 가장 뛰어난 재건축사업지로 평가돼온 곳이다. 

    현대건설은 기존 힐스테이트와 별도로 2015년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선보였다. 디에이치의 ‘THE’는 단 하나뿐인 프리미엄 라이프를 의미하고, ‘H’는 현대건설의 영문 HYUNDAI의 머리글자이자 ‘HIGH-END HOUSING(고급 주거)’ ‘HIGH LIVING SOCIETY(상류 생활 사회)’를 뜻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는 차원에서 이 브랜드는 평균 분양가 3500만 원(전용면적 84㎡) 이상 단지에만 적용하고 있다. 

    ‘디에이치’ 브랜드는 2015년 4월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처음 등장했다. 디에이치 론칭 이후 현대건설은 다수의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 시공권을 확보했다. 삼호가든 3차에 이어 지난해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스(개포 주공 3단지 재건축), 방배5구역, 반포주공 1·2·4주구(반포1단지), 대치쌍용2차 등이 ‘디에이치’ 아파트로 지어진다. 

    서울 성수동 일대를 부촌으로 탈바꿈시킨 한화건설 ‘갤러리아포레’. [동아DB]

    서울 성수동 일대를 부촌으로 탈바꿈시킨 한화건설 ‘갤러리아포레’. [동아DB]

    한화건설은 최고급 주상복합 단지에 갤러리아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다. 갤러리아는 계열사인 갤러리아백화점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와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가 있다. 특히 갤러리아포레는 성수동 일대를 부촌으로 탈바꿈시킨 주역 아파트로 유명하다. 서울숲과 한강이 가까이 있고 지드래곤, 김수현 등 인기 연예인들이 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두산건설은 두산위브와 함께 하이엔드 브랜드로는 ‘더 제니스(THE ZENITH)’를 사용 중이다. 제니스는 영어로 ‘정점, 절정’을 뜻한다. 이 브랜드는 주로 지방 도시에 분포해 있다. 부산 해운대·동백, 대구 수성, 일산, 포항 장성, 김해, 울산 등에 있으며 단지 이름은 지역명 뒤에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붙이는 식으로 지었다. 분양가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마감재나 단지 규모를 보고 고급 사양 아파트에 ‘더제니스’를 붙인다.

    수도권 꽉 잡고 있는 호반베르디움

    반도건설은 ‘유보라’라는 브랜드 외 프리미엄 브랜드는 별도로 없다. 건물의 특징을 살려 펫네임을 붙이는 식으로 트렌드에 부응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일산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에는 ‘반도유보라 더 스마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 아파트보다 더 가볍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고자 만든 이름이다. 반도건설 홍보 담당자는 “아파트에도 ‘아이비파크’와 ‘메이플타운’ 등의 펫네임을 붙여 단지의 특성을 살렸다. 아이비파크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별동학습관이 있는 반도건설의 교육특화 아파트에 적용했고, 메이플타운은 자연친화적인 단지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였다”고 설명했다. 

    ‘유보라’라는 브랜드는 기존 반도건설 브랜드네임인 ‘보라빌’과의 연속성에서 탄생했다. 또한 ‘보라’는 반도건설 창립자인 권홍사 회장의 첫째 딸 이름이기도 하다. 홍보 담당자는 “‘딸의 이름을 걸고, 딸을 키우는 아파트를 짓는다’는 반도건설의 건설 철학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유보라의 이니셜인 ‘U’는 Ubiquitous(만능), Universe(우주), Youth(젊음), Upper class(상류층) 등 유보라가 제공하는 주거공간의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담고 있다고 한다. 

    호반건설은 2005년 론칭한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과 2010년 나온 주상복합 브랜드 ‘써밋플레이스’로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다. 베르디움은 푸른 숲(Vert)과 대지(Imperium)가 합쳐진 말로, 사람과 자연이 숨 쉬는 주거 공간을 의미한다. 1989년 광주에서 창사한 호반건설은 2003년 수도권에 처음 진출한 이후 경기 광교를 시작으로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시흥 배곧신도시 등 수도권 신도시마다 호반 브랜드타운을 조성하며 인지도를 쌓아 올리고 있다. 2013년 판교에서 개장한 ‘판교 아브뉴프랑’과 2015년 문을 연 ‘광교 아브뉴프랑’도 호반건설의 야심작이다. 

    올 초에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에 뛰어들어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비유와 함께 ‘호반’이라는 이름을 톡톡히 알렸다. 물론 중간 과정에서 인수 의사를 철회하긴 했지만, 이 일로 호반건설은 몸집이 열 배나 큰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한 건실한 회사로 각인됐다. 한편 호반건설은 너무 화려한 펫네임은 지양하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아직 서울 지역에서는 호반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가 완벽하게 정착하지 못한 만큼 기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없다”

    삼성물산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GS건설 ‘반포 센트럴자이’. [동아DB]

    삼성물산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GS건설 ‘반포 센트럴자이’. [동아DB]

    전략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건설사들도 있다.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그렇다. 이들 건설사는 간판 브랜드인 ‘래미안’과 ‘자이’ 브랜드를 지켜가면서 단지별 차별화와 고급화를 꾀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들은 같은 브랜드의 아파트들로 대단지를 조성하면서 강남 일대를 ‘래미안 타운’ ‘자이타운’으로 바꿔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2009년 서울 반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하면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라는 단지명을 붙여 브랜드 인지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래미안 신반포팰리스, 래미안 신반포리오센터, 래미안 대치팰리스, 래미안 서초에스티지, 개포 래미안 블레스티지, 래미안 루체하임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GS건설은 2002년 론칭한 자이 브랜드로 서울의 랜드마크를 차례로 접수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반포 센트럴자이, 신촌 그랑자이, 목동 파크자이, 서울숲 리버뷰자이, 방배 아트자이 등 지역 특색에 맡는 펫네임을 붙이고 있다. 한편 GS건설은 올해 초부터 ‘그랑자이’라는 펫네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랑은 ‘거대한’ ‘위대한’이란 뜻의 라틴어 ‘grandis’를 어원으로 하는 프랑스 발음이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 GS건설 본사 사옥 이름을 ‘그랑서울’로 지은 뒤, 2015년 말 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단지명을 ‘서초그랑자이’로 붙이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 안산 ‘그랑시티자이’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이름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재건축 시장 과열에 따른 건설사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조합원 등 일부 수요자가 그랑자이를 타 건설사 프리미엄 브랜드에 맞설 신규 고급 브랜드로 인식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GS건설이 수주한 단지는 물론이고 시공사 선정을 앞둔 단지의 경우에도 조합에서 단지명을 그랑자이로 붙여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은 것. 결국 GS건설은 그랑자이를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고, 타 단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 그랑자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자이 브랜드 자체가 고급 브랜드라 더 이상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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