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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정권 따라 춤추는 방산(防産) 인사·정책 난맥…컨트롤타워가 없다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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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손으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추진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방’의 상징과도 같았다. 모두가 장밋빛 전망에 부풀었던 이 사업은 왜 고배를 마셨는가. 무엇이 문제였는가. 그러나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실패 원인을 명확히 짚어 치유하고 2라운드에서 역전승을 노려야 한다.
T-50 해외수출 좌절 내막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T-50 조립라인.

미국발 경제위기에 이은 동유럽발 경제위기로 마음이 우중충해지던 2월26일, 도하 신문이 더욱 우울한 뉴스를 던져주었다. 제목부터 씁쓸했다. ‘4년 공들인 T-50 수출, 결국 물거품’(서울신문), ‘국산 훈련기 T-50, UAE 수출 좌절’(한국일보), ‘T-50의 눈물…13년간 2조 들여 개발 고등훈련기 첫 수출 실패’(동아일보)….

전완기 롤스로이스사 한국지사장은 지난해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로 T-50 수출을 진두지휘하다 퇴사한 사람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T-50이 이탈리아의 M-346에 고배를 마셨다는 소식이 날아온 2월25일 밤 그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너무 억울해서’였다.

이탈리아의 M-346 고등훈련기는 아직 시제기도 나오지 못했다. 초음속 비행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T-50은 지금까지 34대가 생산돼 한국 공군이 ‘쌩쌩’하게 날리고 있다. 마하 1.5까지의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다. 지금은 무장을 탑재해 경(輕)공격기로 만드는 개량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UAE는 아직 얼굴도 볼 수 없는, 태어난다고 해도 T-50보다는 성능이 떨어질 게 분명한 M-346을 선택했으니 야속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항공기 절반, 산업협력 절반

왜 우리의 ‘옥동자’는 고배를 마셔야 했는가.

기종 선정 발표로부터 한 달여 전인 1월21일, 김형오 국회의장은 UAE 순방길에 고등훈련기 도입사업의 책임자인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빈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를 만났다. UAE의 마음이 이탈리아로 기울었음을 확인한 김 의장과 대표단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작성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이 서한은 T-50이 고배를 마시게 된 일련의 과정과 원인이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본문 뒤 상자기사 참조).

서한에 등장하듯 모하메드 왕세자는 성능 측면에서는 T-50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이는 지난 수년간 진행되어온 수출 추진과정에서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UAE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국방전시회(IDEX) T-50 부스를 찾아 장시간을 보내거나 2006년 6월에는 경남 사천의 KAI 공장을 직접 방문해 시뮬레이션에 탑승하는 등 도입사업 결정권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T-50에 노골적인 애정을 과시해왔다.

UAE의 요구조건과 T-50의 성능 및 개발계획을 살펴보면 UAE가 애초부터 T-50을 염두에 두고 고등훈련기 사업계획을 작성했음을 알 수 있다. UAE 공군이 T-50을 선호했다는 점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T-50의 UAE 수출에 대해 장밋빛 기대감을 갖게 만든 이유였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UAE는 기종선정 과정에서 항공기의 가격이나 성능에 대한 평가비중을 50%로 두고, 산업협력 프로젝트에 관한 평가비중에 나머지 50%를 두었다. 각 부문은 평가의 주체도 달랐다. 항공기 부분은 UAE 공군이 평가를 담당했지만, 산업협력 부분은 모하메드 왕세자가 소유한 투자 전문회사 무바달라 사가 맡았다.

T-50이 채점에서 밀려난 것은 KAI가 제시할 수 있었던 산업협력 규모가 M-346을 만드는 알레니아 아에르마키(Alenia Aermacchi)보다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KAI는 2억달러 규모의 산업협력을 제의했으나, 아에르마키는 무려 20억달러 규모를 내놓았다. 아에르마키가 이렇게 큰 당근을 던져줄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가 속한 ‘그룹의 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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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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