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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희숙의 Art 에로티시즘 ④

훔쳐보고 싶은 욕망, 목욕하는 여인

훔쳐보고 싶은 욕망, 목욕하는 여인

훔쳐보고 싶은 욕망, 목욕하는 여인

‘욕조3’, 1963년, 캔버스에 유채, 플라스틱, 다양한 물건, 213×279×45cm,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소장

여자가 목욕하는 장면만큼 남자의 호기심과 은밀한 욕망을 자극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몸매를 가졌더라도 여자는 목욕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꺼린다. 여자에게 목욕은 씻는 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씻는 모습까지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자가 목욕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은 톰 웨셀먼의 ‘욕조3’이다. 이 작품은 독신 여성이 목욕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붉은색 샤워 커튼을 열어젖힌 채 날씬한 금발 여성이 하늘색 욕조 안에 서서 수건으로 등을 닦고 있다. 푸른색 타일과 강한 대조를 이루는 실루엣으로 표현된 여인은 문에 걸려 있는 타월, 세탁 바구니, 욕실용 매트, 샤워 커튼 등의 사물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젖꼭지와 삼각형으로 그려진 음부는 성적 상징물로서 남자의 상상력을 구체화시킨다.

훔쳐보고 싶은 욕망, 목욕하는 여인

‘목욕하는 프시케’, 1889~1890년경, 캔버스에 유채, 189×62cm, 런던 테이트갤러리 소장

톰 웨셀먼(1931~)의 이 작품은 실제 사물과 그림이 결합한 것으로 욕실은 현실의 공간을, 여인은 가상의 세계를 나타낸다. 또한 흰색과 붉은색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는 여인의 자세는 평소 섹시한 포즈에 감춰진 여인의 실제 모습을 나타낸다.

여자가 사랑을 준비하며 목욕하는 것은 씻는 데 목적이 있기보다 보여주기 위함이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의 목욕 장면을 그린 작품이 프레더릭 레이턴 경의 ‘목욕하는 프시케’다. 이 작품은 2세기 로마 시인 아폴레이우스가 쓴 ‘황금나귀’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재로, 프시케가 결혼식을 앞두고 목욕하는 장면을 그렸다.

공주 프시케가 너무도 아름다워 사람들은 그녀와 미의 여신 비너스를 비교했다. 이에 화가 난 비너스 여신은 프시케가 괴물과 사랑에 빠지도록 하라고 아들 큐피드에게 명령한다. 하지만 큐피드 자신이 프시케를 본 순간 그만 사랑에 빠져 사랑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쏘고 그녀를 궁전으로 데리고 온다. 큐피드는 비너스 여신의 명령을 어긴 것이 두려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밤마다 프시케를 찾아와 사랑을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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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관례’, 1909년, 캔버스에 유채, 66×45cm, 런던 테이트갤러리 소장

그림에서 프시케는 대리석 궁전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목욕을 하려고 흰 속옷을 벗고 있다. 결혼식을 앞둔 신부답게 행복과 설렘 그리고 수줍음으로 뺨이 붉게 물들어 있다. 프레더릭 레이턴 경(1830~1896)의 이 작품에서 황금색 천은 결혼식을 상징하며 배경에 있는 검은색 커튼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밤마다 찾아오는 큐피드를 암시한다.

목욕의 즐거움은 역시 대중목욕탕에서 찾을 수 있다. 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대중목욕탕이 가장 사치스러웠던 때가 로마시대다. 로마에 수도 시설이 설치되면서 목욕문화가 발달했다. 로마시대의 목욕문화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로렌스 알마 타테마의 ‘인기 있는 관례’다. 이 작품은 사치와 쾌락의 장소였던 로마시대의 목욕탕을 재현한다.

흰색의 둥근 대리석 욕조에서 두 여인이 목욕을 하고, 계단 위엔 하녀가 수건을 들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는 마시지를 받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여인들과 하녀들이 있다. 열려 있는 출입구에서 하녀들은 커튼을 치고 있고 커튼 사이로 목욕탕에 들어오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로렌스 알마 타테마(1836~1912)의 이 작품은 종교나 역사적 사실보다는 인물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 타테마는 로마 신혼여행 중 폼페이 유적을 보고 감명을 받아 고대 로마 시대를 화폭에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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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는 달라나 지방의 소녀들’, 1908년경, 캔버스에 유채, 86×53cm,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소장

여자라면 누구나 대리석 욕조에 장미꽃잎을 띄우고 목욕하는 호사를 누리고 싶어하지만, 작은 동네에서는 대중목욕탕도 사치다. 시골 소녀들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목욕하는 장면을 담은 작품이 앤더스 소른의 ‘목욕하는 달라나 지방의 소녀들’이다. 이 작품은 스웨덴 전통 다스투를 묘사했다. 다스투는 화로에 돌을 데워 열기욕을 하고 데워진 돌에 물을 부어 증기욕하는 방식을 말한다. 겨울에는 차가운 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스웨덴의 전통 목욕법이다.

한 소녀는 풍만한 엉덩이를 보이며 나무 목욕통에 들어가 있고 서 있는 소녀는 빨간 불빛을 받으며 작은 바가지로 바닥에 물을 붓고 있다. 소녀의 물기 묻은 풍만한 엉덩이가 나무 목욕통과 대조를 이루면서 에로티즘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은 앤더스 소른(1860~1920)이 파리에서 활동을 끝내고 1896년 고향으로 돌아가 제작한 것이다. 앤더스 소른은 작품에 지역민과 지역 풍경을 주로 담았다. 빛과 물에 관심이 있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관심 대상이던 물이나 살갗에 닿은 빛의 효과를 보여준다.

신동아 2009년 4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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