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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고민 상담소 ⑦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아요

  • 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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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아요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려면 휴식과 운동, 새로운 도전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40대 남성들이 밴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즐거운 인생’의 한 장면.

Q45세 직장인입니다. 얼마 전 동창생 한 명이 TV를 보다 갑자기 죽었습니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하더군요. 평소 건강 관리를 철저히 하고, 죽기 일주일 전에도 등산을 다녀온 친구라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저도 요새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무리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하고, 건망증도 심해졌습니다. 잠을 잘 못 잔 지도 꽤 됐어요. 누워서 자려고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찹니다. 병원에 가면 별 이상 없다고 하니 가족들은 꾀병을 부린다고 하는데, 저도 차라리 꾀병이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아파도 겁이 나고 자꾸 자신이 없어지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나이가 들고 건강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낄 때 우리는 자신의 삶이 정오를 지나 황혼으로 내달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여기저기서 암 같은 난치병에 걸린 친구들 소식, 과로로 급사한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올 때면 ‘이제 내 차례인가’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이제 겨우 인생의 반을 살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몸이 삐걱대기 시작하니 남은 반평생은 어떻게 버틸지 더럭 겁이 난다. 아직 나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가족들, 사는 것에 치여 꿈을 접은 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고 흘려보낸 지난날이 떠오르면 회한과 후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임상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만성피로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런 피로는 과로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래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피로감으로 인해 직업적, 교육적, 사회적 활동이 저하되고,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은 심각하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목이 붓고, 근육과 관절에 통증을 느끼고, 머리가 아프고, 마치 안개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오며, 자도 개운하지 않고, 조금만 일해도 피로를 느낀다고 호소한다.

이런 증상은 보통 인구 1000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유병률이 2~3배 높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스트레스에 주목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 특히 중년에 찾아오는 만성피로증후군의 경우, 몸의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중되는 스트레스가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좀먹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나이다. 직장에서는 위아래 사이에 끼여 이 눈치 저 눈치 보랴 정신이 없다. 밀려오는 업무량에 눌려 정신없이 뛰다보면 바쁘기만 했지 막상 이뤄놓은 것은 없는 듯한, 허무와 불안이 교차하는 저녁을 맞게 된다. 가정에서는 아이들 교육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때다. 부부간에도 서로 바쁘고 지치다보니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저것 생각하고 신경 쓸 일이 많아지니 머릿속은 항상 터질 듯 분주하다. 가족 간의 갈등, 해결해야 할 자질구레한 일들, 만나야 할 사람들, 직장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일, 나무라는 듯한 상사의 눈빛과 동료들과의 은근한 경쟁, 치고 올라오는 후배 직원들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 등은 항상 40대 남성의 머리를 무겁게 찍어누른다. 쉬고 있을 때조차 쉬지 못한다. 머릿속에선 항상 야간작업을 하는 공장처럼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윙윙 들린다. 집에서 쉬다가도 해결 못 한 일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입술이 바싹 마른다. 한 가지 일을 해결했나 싶으면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 날카로워진 신경은 좀체 무뎌질 줄 모른다.

몸과 마음을 좀먹는 만성피로증후군

사람이 느끼는 피로에는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다. 적당한 육체적 피로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 왕성해지는 식욕, 깊은 수면, 그리고 다가올 휴식에 대한 기대 등은 살아 있다는 생동감과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을 북돋워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적인 피로다. 노화가 시작됐다는 데 대한 두려움,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근심걱정, 이러다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초조감 등은 자는 중에도 몸을 뒤척이게 한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몸과 마음이 피로감에 지치고 병들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의 출발점은 자신이 늙고 있다는 데 대한 깨달음이다. 사람의 몸은 기계와 같다. 기계를 오래 사용하면 닳고 낡는 것처럼 인체 역시 세월이 흐르면 노화 현상을 겪게 된다. 30대부터 세포와 조직 단위에서 기능적, 구조적, 생화학적 퇴화가 시작된다. 노화가 몸에만 오는 것은 아니다. 마음과 사회적 기능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생물학적 노화는 신체 기능 저하, 호르몬의 변화, 잔여수명의 감소 등으로 나타나지만, 정신적 노화는 지능 및 감정 기능에 변화를 야기해 개인의 행동 적응력을 떨어뜨린다. 사회적인 노화는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서 기능이 축소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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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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