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최영철 기자의 건강萬事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스텐트 시술 임상시험 대가성, 리베이트 의혹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1/4
  • 전국의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 의료기관에서 막힌 심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여기에 4개 의료기기 회사에서 총 22억 원에 달하는 연구비를 제공한다. 재료비 135억 원은 건강보험급여로 지급된다.
  • 그런데 일단의 의사, 교수 그룹이 이들 임상시험에 대가성이 크고, 연구비는 리베이트의 성격이 강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정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은 특정 회사의 매출만 올려준다는 주장.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올 1월 초순의 어느 날.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왔는데 책상에 서류 한 뭉치가 놓여 있었다. 첫 장 첫 줄 제목은 ‘관상동맥 스텐트 관련, 리베이트로 의심되는 건별 대가성 임상시험’. 둘째 줄은 ‘ 2010년 11월 추진된 스텐트 임상시험 예’였다.

리베이트, 2010년 11월, 임상시험….

2010년 11월은 정부가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가 의사와 약사, 한의사 등 의료인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제공자만 처벌하던 기존 법 조항을 수정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의료인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한 법(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이 시행된 시기다(11월 28일). 이른바 ‘리베이트 쌍벌제’라고 불리는 이 법은 그해 5월 27일 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일은 6개월 뒤인 11월로 정해졌다. 법 개정이 확정된 후 제약사와 의료기기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는 “앞으로 영업 다했다”는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제보 문건의 첫 사례를 읽는 순간, 그 서류 뭉치가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으로 각종 접대, 현금 등 직접적 리베이트 제공이 어려워진 의료기기 회사가 임상시험이라는 합법적 통로를 이용해 편법 리베이트를 주는 증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문제는 그 서류에 제보자의 이름이나 연락처가 전혀 없었다는 점.

연구비 22억 원, 매출 135억 원

한 달여의 추적 끝에 제보자 그룹과 선이 겨우 닿을 수 있었다. 단서는 제보 문건에 쓰여 있는 자문 의사들 이름이었다. 이들에 대한 취재 결과 문건을 제공한 사람은 4개 의료기관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이하 IRB)에 속한 교수들로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그룹이었다. 각 의료기관의 IRB는 병원 소속 의사들이 신청한 임상시험 계획의 적정성을 심사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곳으로, 병원 소속 의료인과 외부인사가 절반씩 섞여 있고 그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임상시험이 승인된다. 이들은 “IRB 임상시험 심사과정에서 제보문건에 나온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지했지만 번번이 승인이 나는 현실이 안타까워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보 내용을 검토한 결과, 각 임상시험은 의료기기법과 의료기기산업협회 공정경쟁규약(이하 규약)이 정한 대로 자체 의료기관 IRB의 승인절차를 밟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한 논란거리가 적지 않았다. 제보에 참여한 한 지방 대학병원의 교수는 “법과 규정이 정한 대로 형식적으로 서류를 얼마나 잘 갖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각의 임상시험이 연구비를 내는 특정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가, 그 과정에서 임상시험의 대상이 되는 환자의 권리가 얼마나 잘 보호되는가, 연구비의 규모나 쓰임새는 적정한가를 따져야 하는데 그냥 일사천리로 승인이 나는 모습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다”며 “나도 의사지만 임상시험에 있어 의사가 가진 독점적 권리는 모든 상식을 초월한다”고 지적했다.

제보 문건의 내용을 요약하면, 심혈관용 스텐트를 제조 판매하는 의료기기 회사 4곳이 수십여 곳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대학병원 포함)에 임상시험에 대한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총 22억 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이 있고, 의료기기 회사는 이 임상시험으로 135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제보 문건의 첫 사례를 그대로 소개한다.

2010년 11월 추진된 스텐트 임상시험의 예

총 20개 의료기관 총 700명의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특정 회사(A사)의 특정 스텐트를 사용하는 임상연구로서 한 건당 연구자에게 30만 원이 지급되도록 배당했다. 이 연구의 문제는, 다른 스텐트를 사용해도 연구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스텐트로 제한했다는 것이며, 일상적인 치료 이외의 추가적인 노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즉, 급성심근경색환자에서는 건당 30만 원이 의료인에게 지급되는 구조이고, 해당 스텐트 회사는 건당 보험수가로 200여 만 원에 해당되는 매출을 올리게 돼 이 경우는 리베이트를 위한 연구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가 수행되면, 의료진은 총 2억1000만 원의 금전적인 이익이 있고, 특정 스텐트 회사는 15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환자보상비 및 임상검사료는 없고, 건의 전액이 연구자의 인건비로 지급이 된다.

문건에는 같은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한 B사와 C사, D사(3개 회사 공동)의 사례가 적시돼 있었고 서류 뭉치에는 각 의료기기 회사의 임상시험 의뢰를 받은 각 병원 의사들이 자체 IRB에 올린 임상시험 심사신청서와 연구계획서 요약자료, 연구비 내역 등 각종 부대서류가 첨부돼 있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의료기관, 대상 환자의 수와 임상시험에 제공된 스텐트의 숫자, 그 대가로 지급된 연구비만 서로 달랐지 그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