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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짱’ 출신 스타 5인이 말하는 학교폭력

“과잉보호와 성적 제일주의에 근본 원인이 있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짱’ 출신 스타 5인이 말하는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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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생님에 대한 반항심과 왕따 문화 키운 건 미디어
  • ● 예전엔 일대일 맞짱 뜨기, 학교 명예 건 패싸움이 대세
  • ● 엉덩이가 시퍼렇게 멍들어도 사랑의 매로 여겨
  • ● 약한 아이 건드리는 건 못난 놈이나 하는 짓
‘짱’ 출신 스타 5인이 말하는 학교폭력
학교폭력의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 여럿이 무리지어 한 아이를 왕따시킨 뒤 돈과 옷을 빼앗는 것은 물론 성추행이나 고문으로 비관 자살하게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십 년 전에도 학교폭력은 존재했지만 그 양상은 지금과는 꽤 달랐다. 학교폭력이 극한으로 치닫자 정부 당국은 해결사로 경찰을 내세웠다. 하지만 신성한 학교에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창 시절 힘이 세거나 리더십이 뛰어나 친구들 사이에서 이른바 ‘짱’으로 통했던 연예계 스타들을 만나 학교폭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어봤다.

| 중앙고의 ‘지포라이터’ 최불암

“마침 오늘 드라마 촬영이 없어서 시간이 있었는데 때맞춰 전화를 줬군요.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도 할 말이 많고….”

전국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앞둔 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커피숍. 배우 최불암(72·본명 최영한)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940년 인천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중앙고를 거쳐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배우가 된 후 한국의 아버지상을 주로 연기해 근엄하면서도 푸근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싸움 잘하는 아이로 손꼽혔다고 한다.

“그때는 체격이 크고 맨 뒷 줄에 앉은 사람, 전쟁 때문에 해를 묵어 나이가 한두 살 많은 사람, 그런 아이들 중에 문제아가 좀 튀어나왔지, 지금처럼 조직을 만들진 않았어. 키 크고 덩치 좋거나 운동만 잘해도 싸움 잘한다고 인정을 받았고. 남자의 본능이 기운이거든. 기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애들이 있었고. 난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이니 연극이니 이런 것을 좋아해서 그쪽엔 끼지 않았어.”

▼ 그때도 친구 돈 뺏는 학생이 있었나요?

“있었지. 돈 없으면 ‘야 돈 좀 빌려줘’ 그랬거든. 집에 갈 차비가 없다든지 배고픈데 빵 하나 사줘 그런다든지. 지금에 비하면 강도는 약하지만 성격상 비슷했지. 당하는 쪽은 기분 나쁠 것 아니겠어.”

▼ 학창 시절 짱으로 통했다면서요?

“학교를 위해 정의감의 발로에서 죽어라 싸운 경우는 있지. 학교 대 학교로 붙는 패싸움 같은 것. 다 같이 싸울 때도 있고. 클럽끼리 싸울 때도 있었어. 지금 이 키가 중3 때 키야. 그때 다 자라서 상당히 컸어. 한 반에 60번까지 있었는데 키순으로 앉으니까 30번 이하면 말도 잘 못 걸었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지만 상대를 정신적으로까지 핍박하진 않았어.”

그는 학창 시절 추억 중 패싸움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그가 다니던 중앙고 학생이 경기여고에서 경복고 학생들과 농구시합을 했는데 반칙 때문에 옥신각신하다가 경복고 학생이 코피가 터진 게 발단이었다. 중앙고 학생이 경복고 학생들에게 잡혀가 코피를 터뜨린 사람이 최불암이라고 둘러대자 경복고의 에이스 야구선수이자 짱이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중앙고 근처 낙원상가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우린 네 명이 갔는데 그쪽에선 열 명을 데려왔어. 그 학교 짱이 차중덕이었어. 예전에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차중락의 형이야. 농구부 일을 사과하라기에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중에 보니까 중덕이 가방에 쇠파이프가 들어 있더라고. 당시에는 쇠파이프나 자전거 사슬을 책가방에 넣고 다녔어. 내가 덩치도 가장 좋고 힘도 세보이니까 바로 치진 않더라고. 사실 야구부터 기계체조까지 안 한 운동이 없어서 몸도 날랬고. 근데 중덕이가 모자를 탁 벗더니 ‘넌 내 학교의 자존심을 무시했다. 이걸 밟아라’ 하는 거야. 그걸 밟으면 친구들이 작살나게 생겼는데 어떻게 밟겠어. 모자를 탁탁 털어서 던져주고는 내 모자를 벗어서 밟으라고 했지. 근데 그 친구가 딱 밟더라고. 젊은이의 자존심과 모교를 짓밟은 거란 말이야. 털어가지고 다시 주기에 받아왔어.”

▼ 잘 끝내셨네요.

“그날은 싸움이 안 났지. 대신 다음 날 동네 조직을 데리고 중덕이 집을 찾아갔어. 우리 삼촌이 당시에 조직에 있어서 구원요청을 했지. 근데 중덕이 어머니가 참 현명하셨어. 내가 온 것을 알고 중덕이를 불러 날 방으로 데려갔어. 밖에서는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날 밥상머리에 앉아 중덕이한테서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는 밥도 안 먹고 나왔어. 근데 뒷이야기가 더 재밌어. 그 친구를 미국에서 40~50년 만에 만났는데 유명한 장로가 됐더라고. 술 한잔하면서 회포를 풀었지. 우리 땐 그런 낭만이 있었어. 어느 학교든 연극반, 문학반, 운동반 같은 동아리가 있어서 정서를 순화시키고 교내 분위기를 정화시켰어. 동아리가 많아지면 폭력은 저절로 없어져. 폭력보다 그게 재미있으니까.”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문화 체육 활동을 등한시하는 게 문제”라면서 “사복경찰관의 등장이 오히려 학생들의 분노심을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복경찰관이 총 들면 애들은 수류탄 들고 나와. 날 반추해보면 그렇다는 거야. 혈기왕성한 애들의 진로를 막으면 분노가 터지게 돼 있어. 분노하게 만들지 말아야 해. 아이들이 기운 자랑하는 건 어쩔 수 없어. 우리 때도 그랬어. 남자 교실에선 피할 수 없지. 자기를 방어하려고 상대를 때린 건 아니야. 너 잘못했으니까 반성해라, 이런 뜻이거든. 그래서 정의라는 개념을 잘 가르쳐야 해. 불의의 원인부터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국회를 봐. 애들 싸운다고 뭐라고 할 게 아니야. 정치만 잘하면 금세 바로잡을 수 있어. 아이들 싸우는 거나 정치인, 정당들이 싸우는 거나 똑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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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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