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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위기의 한국 축구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인터뷰 |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의 직설(直說)

  • 기영노 | 스포츠평론가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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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축구계 적폐(積弊)가 문제의 본질
  • ● 조광래 전격 경질부터 잘못됐다
  • ● 홍명보는 월드컵을 쉽게 봤다
  • ●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부작용
“축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축구계 망쳤다”
김호 전 감독은 2011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 도중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은 대한축구협회 회장선거를 앞두고 반대파를 제거하려 한 것과 관련이 있고, 최강희 감독이 “아시아 최종 예선까지만 맡겠다”고 말한 것은 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월드컵 참패 이후 애초 홍명보 감독을 유임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대회 기간 중 전격 경질한 차범근 감독의 사례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차 감독이 축구협회와 껄끄러운 관계였다면, 지금의 홍 감독은 축구협회 실세 중의 실세가 아끼는 인물. 그러니 들이대는 잣대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의 감독 교체

김 전 감독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강호 스페인과 2대 2로 비기는 등 2무1패의 성적으로 2002 한일월드컵 직전까지 최고의 성적을 올렸고, 축구감독으로 ‘13번 반’이나 우승을 차지해 명장(名將) 반열에 올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2010년 ‘아시아 감독의 해’로 정하면서 김 감독을 ‘한국 감독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김호 감독을 7월 5일 잠실롯데호텔에서 만나 4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이어 7월 10일 홍명보 감독이 사퇴한 후 전화로 이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추가했다.

▼ 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참패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조광래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감독에 선임됐는데, 조 감독이 2011년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있었던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0대 3으로 패하고,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 도중 약체 레바논에 패(1대 2)하는 등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위원회도 열지 않고 경질한 것은 말이 안 된다. 조 감독의 1차 목표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통과, 2차 목표는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원정 월드컵 3라운드(8강이라고도 한다)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중도에 경질되고 말았다. 이후 최강희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최 감독은 아시아 최종 예선까지만 맡는다는 이상한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국 축구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올랐고, 마치 각본처럼 월드컵 대표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에게는 1년밖에 시간이 없었다.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더구나 홍 감독은 클럽감독 경험이 없었고, 국가대표팀 감독도 처음이었다.”

▼ 홍 감독은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와 런던 올림픽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아시아경기대회와 올림픽은 만 23세 이하의 선수에 와일드카드로 3명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뛰는 월드컵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월드컵에도 20대 초반의 선수가 뛰기는 하지만 한 팀에 3~4명에 지나지 않는다. 홍 감독이 월드컵을 너무 경시(輕視)한 것으로 보인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이번에 오히려 악재(惡材)가 된 것 같다.”

▼ 최강희 감독은 왜 아시아 예선까지만 맡는다고 했을까.

“내 추측인데 당시 올림픽 대표 감독이던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 간에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니까 월드컵 본선은 당시 올림픽 감독이던 홍명보 감독이 맡는 것으로 내정돼 있고,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최강희 감독은 아시아지역 예선까지만 맡는 것으로….”

▼ 축구협회도 월드컵 같은 큰 대회는 한 감독이 최소한 3~4년은 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조 감독을 경질할 때 기술위원회도 열지 않고 황보관 기술위원회 위원장이 통고하는 형식을 취했다. 기술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축구에 관한 한 최고의 실력파가 모여야 하고, 가능한 한 회장으로부터 독립되어 소신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기술위원회를 보면, 과연 한국 최고의 축구 실력파가 모였는지 의문이 든다. 기술위원회 자체도 과거에 비해 위상이 많이 떨어져 있다. 기술위원회뿐 아니라 상벌위원회, 심판위원회, 국제축구행정 등 대한축구협회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군인 축구팀이 잇따라 해체돼 프로축구 선수의 병역 문제가 시급하고, 한국 축구의 성지(聖地)인 동대문축구장과 국가대표 훈련장이던 미사리축구장이 사라져도 별로 따지는 사람도 없다. 특히 동대문운동장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해서 그리고 스포츠문화 유산을 위해서 반드시 남겨놨어야 했다. 거기에 프로축구 드래프트 제도의 난맥상까지…. 대한축구협회가 축구인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축구인 위에 군림하려고 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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