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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한국경제 위협하는 보호주의 두 얼굴

겉으론 공정·자유무역, 실제론 자국 이익 챙기기

  • 홍석빈│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sblys@dreamwiz.com│

한국경제 위협하는 보호주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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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로의 회귀는 자유무역에 대한 지난 수십년 동안의 노력을 훼손하고 세계 교역질서를 교란함으로써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UR) 출범 이래 상품에 부과되는 전세계 평균 관세율은 26%에서 지난해 상반기 8.8%까지 떨어졌다(‘그림 1’ 참조). 하지만 최근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 등을 명목으로 수입관세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WTO는 만약 153개 회원국이 서로 합의했던 현 수준의 양허관세율(Applied Tariff Rate)을 최대 허용치인 한계관세율(Bound Tariff Rate) 수준까지 인상하게 되면 교역규모 감소 폭이 전세계 무역의 8.2%, 약 1조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수십년에 걸친 각국의 자유무역을 향한 각고의 노력으로 국가 간 무역장벽은 상당부분 제거됐다. 그 결과 2000년 이래 개도국과 후진국들이 차지하는 세계 수출 비중은 이전의 2배인 42%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각국 통상정책의 보호무역주의화는 단순히 수치적 후퇴를 의미한다기보다 국가 간 합의하에 정립된 세계경제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보호무역 조치 시행 국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10대 수출대상국이 모두 포함돼 있다. 지난해 10대 수출대상국은 우리 수출의 76.6%를 차지했다. 이를 우리나라 13대 주요 품목별로 보면 선박류(2008년 수출비중 9.6%), 컴퓨터(2.6%)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품목군에서 직·간접적인 무역규제조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규제 장벽으로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대부분과 상품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주요 교역대상국들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을 국가별 정책분석을 통해 간단히 살펴보자. 

미국 - 명분은 자유주의

미국은 명분상 공정무역(Fair Trade)을 통한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고 있다지만 실제 정책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보호무역주의의 색깔이 짙다. 최근 미국은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 조항에 대해 비난이 높아지자 경기 부양안에 대한 상원 구두 표결에서 기존 국제협정을 맺은 나라들에는 적용하지 않을 것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우리 철강업계로서는 다행스러운 조치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앞으로 새로운 협정을 체결할 경우엔 보호주의적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협정이야 법을 새로 만들어 체결하면 되니까 언제든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 상원 민주당 일각에서는 각계의 우려를 뒤로하고 바이 아메리카 조항을 인프라 관련 공산품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 경우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IT, 기계류 제품 등 우리 대미 수출품목이 거의 다 영향권에 들면서 공산품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은 공정무역이라는 명분하에 ‘2008 신무역정책’을 제시하고, ‘2009 무역이행법’을 입안 중이다. 하지만 이런 명분의 이면에는 보호주의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조치가 담겨 있다. 한 예로 지난해 9월 이후 각국 수입품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품목별 무역구제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현재는 중국이 21건으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 한국산 스테인리스 철강 파이프 제품도 1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실제 ‘미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고용을 지키기 위해(Safeguarding American Industries and Jobs against unfair trade)’라는 제하의 미 상무부 수입무역국의 정책 입안 및 운영지침에 반영된 내용이다.

또 미 행정부의 신통상정책 5대 핵심 내용을 볼 때도 그렇다. 공정무역 강화, NAFTA 개정, 무역조정지원(TAA) 강화, 해외고용 증대 기업 세금우대 폐지, 국내고용 창출 기업 조세혜택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이들은 교역 상대국들에는 ‘자유’라는 말보다 ‘보호’라는 말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미국 통상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이 자유무역에 있음을 연일 강조해도 세계가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러한 미국의 공정무역을 명분으로 한 보호주의 정책은 자국의 근로자 고용 창출, 공정한 노동 및 환경 정책 확산 등을 이유로 각국에 대한 무역규제 조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불황에 처한 미국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섬유, 철강, 반도체, 가전 등 우리 주력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수입량 규제와 같은 보호주의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의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과거 전성기에 비해 줄어든 건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엄연히 국제 통상질서의 규칙 제안자(Rule-Setter)다. 미국의 통상 관련 정책과 법률은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바마 행정부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은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 키워드를 빌려 표현하자면 ‘대외협력과 공존(Cooperation and Coexistence)’보다는 ‘미국 경제 우선 회생을 위한 재건(Remaking of the US for Recovery)’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내수 중심 위한 이중잣대

중국도 미국을 견제하기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보호주의로 기우는 모습이다. 중국의 30년 개혁개방정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던 데에는 2000년대 들어 국제사회의 글로벌 임밸런스(미국과 그 교역 상대국 사이의 막대한 국제수지 불균형) 현상에 대한 용인이 큰 몫을 했다. 즉,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위안화 저평가를 수용해 값싼 중국산 제품을 사줌으로써 중국의 경제 발전을 뒷받침했다.

이에 중국도 그간의 무역수지 흑자 누적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증에서 오는 거시경제적 압력과 미국과의 환율 갈등에서 오는 무역분쟁 해소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현실적으로 아직 그럴 여유가 없다. 아직은 안정적 경제성장을 위해 8%대 성장률 사수라는 원칙에서 위안화 환율의 적정관리와 이를 통한 수출의 현상유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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