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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실수로 모든 것 잃지 말라”

강동희 승부조작 파문 후 최초 인터뷰

  • 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한순간 실수로 모든 것 잃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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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공기처럼 스며든 유혹…“농구인, 팬에게 상처 드려 죄송”
  • ● “‘승부 조작한 것 아니니 괜찮다’…합리화가 禍 자초”
  • ● “이런 게 조폭의 협박이구나…하루하루가 지옥”
  • ● “모든 것을 잃으니 새로운 것이 채워졌다”
“한순간 실수로 모든 것 잃지 말라”

[이영미]

승부조작 혐의로 실형을 산 강동희(50) 전 프로농구 감독이 2년 7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부정방지 교육 프로그램. 맨 처음엔 KBO리그 kt 위즈 선수단을 대상으로 했고, 최근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에 연루된 악몽 같던 순간과 예방법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감독이던 2011-2012 시즌에 4차례에 걸쳐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2013년 3월 구속돼 10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KBL(한국프로농구연맹)에서도 영구 제명됐다. 한국 프로농구의 레전드이자 ‘코트의 마법사’로 불리던 그가 부정방지 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선수들 앞에 서기까지엔 숱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강 전 감독을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최근 그를 만나 승부조작 관련 상황과 구치소 수감 생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요즘 얘기를 들었다.



 “농구는 그런 게 안 돼”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많은 이가 궁금해한 것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 감독이 왜 겨우 4700만 원에 자신의 농구 인생을 저당잡혔을까 하는 점이었다. 도대체 왜? 뭐가 아쉬워서? 

강 전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모든 의혹과 의구심이 일시에 풀렸다. 유혹은 ‘대놓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으로 스며들었고, 가장 믿고 좋아하던 후배가 총대를 메고 그를 끌어들였다. 강 전 감독이 오랫동안 마음에 묵혀둔 사건 전후의 사연을 일문일답 식으로 정리해본다.

▼ 후배이자 브로커로 알려진 C씨가 처음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

“그 후배는 나 외에도 많은 농구인과 무척 친밀한 사이였다. 나와는 1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라 평소 서울로 원정경기를 가면 자주 숙소를 찾아왔고 식사도 함께 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했던 걸로 안다. 그 사업들이 잘 안 풀렸다고 들었다. 그래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연루된 게 아닌가 싶다. 그때만 해도 농구는 ‘청정지대’였다. 축구는 간간이 승부조작 소문이 돌았지만 농구는 경기 운영 특성상 승부조작이 끼어들기 어렵다. 그러니 내가 승부조작에 연루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2011년 1월 어느 날, 그 후배가 날 찾아왔다. SK와의 5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저녁을 먹자고 해서 원정 숙소 주변에서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 후배의 입에서 스포츠 베팅과 관련해 처음 나온 말은 ‘언더’와 ‘오버’였다. 아직도 난 그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후배 말로는 70점 밑이면 언더고, 70점 위면 오버라고 한다는데 그걸 두고 베팅한다는 얘기였다. 그때 내가 ‘농구는 그런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돼’라고 했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특정 점수를 내도록 경기하라고 지시하라는 얘긴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날 식사는 그렇게 정리됐다.”



“형, 1쿼터만 부탁드려요”

“한순간 실수로 모든 것 잃지 말라”

2013년 3월 6일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 대 원주 동부 경기에서 강동희 당시 원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동아]

▼ 그 얘기가 승부조작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스포츠토토와 관련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사석에서 지인들을 만나면 농구의 승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대화할 때가 많다. 그런 대화 중 하나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농구 자체가 베팅을 하기 어렵다고 말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 후배는 오랫동안 나와 인연을 맺으며 내 스타일을 훤히 파악했을 게 분명하다. ‘저 형은 계속 찌르면 분명히 유혹에 넘어올 것’이라고. 돈 빌리는 사람은 아무리 찔러도 안 빌려줄 것 같은 사람한테는 절대 돈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아쉬운 소리를 해도 빌려줄 것 같은 사람에게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려간다. 그러고 나선 갚지 않고. 그 후배 처지에선 사람 좋다고 소문난 내게 접근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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