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IMF 사태’ 10년 | 타릭의 Outsider’s Insight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2/4
실패한 정부 개혁

일부에선 1990년대 경제 자유화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며 IMF가 내린 처방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1998년 당시와 다른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한국인이 외환위기를 ‘IMF 위기’로 부르는 것은 이런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한 처사다. 1990년대에 경제 자유화가 다소 성급하게 이뤄졌고, 이 때문에 1997년 말 국제수지가 악화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또 IMF의 처방이 특히 금리와 관련해서는 일부 과도한 면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건전한 기업의 재무 상황이 나빠진 것도 사실이다.

부분적으로 외환위기의 상황을 더 심화한 측면도 있지만 절대로 본질적인 원인은 아니다. 한국은 이미 과거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변화를 추진해야 할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이를 위한 산고(産苦)는 피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외환위기 이후 추진한 경제 개혁은 성공적이었는가.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특히 김대중 정부의 몇몇 주목할 만한 성과는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중에서도 은행 개혁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은행은 대부분 민영화가 완료됐고 더 이상 정부 기관이나 재벌의 사금고 노릇을 하지 않는다. 또 정교하고 체계적인 대출 시스템도 정립했다. 10년 전과 비교해 금융 부문이 훨씬 공고해져 또다시 환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그러나 기업 개혁은 절반의 성공이다. 기업 개혁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아주 가혹했다.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많은 기업이 개혁의 고통을 감내했지만 소위 5대 재벌은 예외적인 대우를 받았다. 정부는 개혁의 칼자루를 그들에게 넘겨 재벌 스스로 하길 기대했다. 삼성과 LG는 외환위기 이후 적극적인 변화를 추진했지만, 현대와 대우는 이를 거부해 결국 그 대가를 치렀다.

한국의 기업 개혁은 가장 중요한 곳, 즉 변화를 선도해야 할 ‘위’부터 꽉 막혀 있다. 여전히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라. 2006년 9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 국제비교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점수를 받았다. 심지어 세계경제포럼은 외부 감사의 역할에 대해 한국을 125개국 중 86위로 평가했다.

노동 개혁과 정부 개혁은 거의 실패에 가깝다. 노동시장이 예전에 비해 유연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미한 변화에 불과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여전히 난제이며, 과도한 비용을 수반할 뿐 아니라 노사 관계도 개선의 기미가 없다.

우려할 만한 점은 한국의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다. 대기업 노조원은 한국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많이 받고 있으며, 지나칠 정도로 자리를 보호받고 있다. 그러나 비노조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는 예전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는다. 노동시장은 극도로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공정하지도 않다.

“어느 때보다 힘들다”

정부 개혁도 좋게 봐주면 제자리걸음이지 사실상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 가지 증거는 김대중 정부가 40% 가까이 규제를 철폐한 이후 정부 규제는 다시 급속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에 묶여 투자할 수 없는 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은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인은 외환위기 이후 개혁의 성과에 대해 이중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 한국이 이룩한 급속한 성장과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한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의 국민은 IMF 경제위기 이후 생활수준이 더 떨어졌다고 대답한다. 이런 현실을 보면 국민은 아직도 고통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나는 택시 기사 몇 명에게 외환위기가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물었다. 그중 한 사람은 외환위기 때 해고돼 택시 기사가 됐다고 했다. 36년간 택시를 몰고 있는 다른 한 사람은 요즘 먹고살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택시를 타는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한 달에 20일을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일하는 데도 16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나마 아이들을 다 키웠고 예전에 모아둔 재산이 있어서 덜 고생한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10년 전보다 훨씬 악화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경제 성장은 저하되고 있으며, 새해에는 더 악화될 것 같다. 소득 불평등은 외환위기 이후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가별 소득 불평등을 비교하는 데 널리 활용하는 지니 계수를 보자. 1997년 0.28에서 2005년 0.31로 상승했다.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화됐음을 뜻한다.

2/4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목록 닫기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