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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시론

‘GNP 2만달러’ 신기루를 넘어, ‘인류 공동생존’을 향해

희망찬 국가·기업을 위한 새 경영 패러다임

  • 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GNP 2만달러’ 신기루를 넘어, ‘인류 공동생존’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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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쩍 그 폐해로 인해 주목을 받는 황사현상도 심각하다.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인체와 농축산업, 의료 및 경제분야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연간 12~97일에 달하는 황사일수의 증가로 조기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310명이나 되고, 호흡기계통 질환 환자 수는 연간 18만60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황사피해액도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이다. 2003년 크리스마스 무렵, 서울의 대기오염도 지표 가운데 인체에 치명적인 미세먼지 수준은 300ug/㎥을 돌파했다. 2004년 4월에는 황사현상까지 겹쳐 중화학물질로 코팅된 미세먼지 대기오염도가 유난히 심해서 미세먼지 농도가 500을 돌파했다. 선진국 주요도시의 미세먼지 농도수준이 대개 연평균 20∼30이고, 정부 허용기준이 70, 인체 유해허용한도가 150 수준임을 감안할 때 2004년 4월의 미세먼지 농도는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농도도 문제지만 빈도는 더 큰 문제다. 서울의 경우 사흘에 하루꼴로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하기로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는 3년 전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150~300 수준을 넘으면 자동차 2부제 운행 또는 전면 운행중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과 서울대 연구팀의 2004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급격히 악화되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수도권에서만 연간 1만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고 그 피해액이 최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2004년 분석한 수치를 보면, 서울역 도로변과 정동 창덕여중에서 측정한 대기 중 다이옥신 농도가 울산, 안산 등 공단지역보다 높은 0.671pg(피코그램·1조분의 1그램)과 0.557pg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는 시흥시 정왕동(1.946pg)과 인천시 논현동(0.699pg)이 가장 높았다. 또한 2000년까지만 해도 연간 52회 정도 발령되던 오존주의보는 올 들어 100회를 넘어섰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던 경보발령은 이젠 부산, 대구, 울산, 전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모두가 자동차, 특히 경유차량 증가 및 생활폐기물의 방기(放棄), 공장오염, 농약과용, 환경생태계 파괴 때문에 생겨난 일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9위인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은 지난 9월 러시아의 가입으로 교토의정서가 2005년부터 발효될 만큼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졌는데도 으레 그러려니 하며 무감각하다. 환경생태계 지구시계에 나타난 우리나라 환경시계 바늘은 2004년 현재 ‘밤 9시29분’을 가리키고 있다. 파국의 시간(밤 12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위험수위 다다른 ‘지속가능성’

지난 30여 년 동안의 고속압축 경제성장으로 우리나라는 외형상 세계 140여 국가 중 GNP로는 11위, 무역액으로는 1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환경생태계 지속가능성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 면에서 살펴본 국민의 ‘삶의 질’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동의하기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지수를 살펴보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나라별 환경지속가능성지수(sustainability index)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36위(2002년)로 최하위권이다. 얼마나 부끄러웠으면 뜻있는 한국 지성인 136인이 ‘136 포럼’을 결성했겠는가. 뿐만 아니라 국제투명기구가 발표하는 우리나라의 국가투명도지수는 매년 떨어져 현재는 133개국 중 50위에 올라 있다. 국제사회에서 부정부패의 소지가 아주 높은 나라로 낙인찍힌 것이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 증가율이 가장 높고(하루 30명),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세계 최고(하루 10명꼴) 수준이다. 이혼율과 청소년 범죄율 역시 최고 수준이며, 교통사고율과 음주사고율도 가장 높은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갈등과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 및 가치혼란 현상도 심각해서 정치부패와 함께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세계 29위로 떨어뜨리는 쌍두마차 노릇을 맡았다. 기득권층과 지도층일수록 윤리의식이 퇴화하여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실종됨에 따라 상당수 중상층과 보수기득권층은 해외탈출에 나서고 있다.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는 보수층과 기업이 양산된 결과다.

우리 경제가 8년 전 1인당 1만달러 소득을 달성한 이래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렇듯 지역간 계층간 빈부격차와 사회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불가역적인 환경생태계 파괴현상으로 국민의 일상적인 먹을거리(식량자급률 세계 최하위권인 27%)와 마실 물(오염도 20~40%), 숨쉬는 공기(서울의 대기오염도 세계 1위), 농약과 화학비료의 남용(세계 1위) 등도 삶의 질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국토의 난개발과 산천 오염의 심화를 부채질하는 개발시대의 국가경영 패러다임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여성 경제학자 조운 로빈슨은 “20세기가 지나기 전에 세계 각국은 무분별한 경제개발정책의 부작용으로 혹심한 빈부격차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환경생태계 오염과 자원고갈 현상에 부딪힐 것”이라며 이른바 ‘시장실패와 정책실패 현상’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 바 있다. 그 예언대로 지금 우리 사회 도처에선 인류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체제의 부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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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성훈 중앙대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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