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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취재

‘국방개혁 2020’을 비판한다

‘큰 그림’ 없이 모아놓은 각론, 각군 이해관계에 상처투성이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국방개혁 2020’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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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자료 서두의 안보환경 전망처럼 남북간 긴장이 점차 완화되고 지역내 위협이 증가한다면 지상군 구조 또한 이에 걸맞은 형태로 설계했어야 옳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뿐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잠재위협에 두루 대응하려면 휴전선 경비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짧은 시간에 적 후방에 침투할 수 있는 지상전력을 만드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동이 자유로운 대대 규모의 부대 수십 개를 만들어 유사시 상대방 본토를 타격할 역량이 된다면 주변국의 무력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례 안 맞는 ‘주먹’과 ‘다리’

평양-원산 이남지역만 타격할 수 있는 KF-16 대신 F-15K급 차기 전투기를 주력 기종으로 삼아 한반도 전체를 정밀타격권 안에 둔다는 공군 부분을 보자. 이 경우에도 공중 급유(給油)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차기 전투기 또한 북한을 벗어날 수 없다.

중국과 갈등이 빚어질 경우 베이징 등 핵심에 출격할 수 있으려면 상당수 주력 전투기에 동시에 급유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러한 능력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하는 방안은 이번 개혁안이나 군의 무기체계 수급계획에서 찾아볼 수 없다. 차라리 주력 전투기의 수를 줄여서라도 공중 급유 능력과 균형을 맞췄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나마 해군은 KDX-3 구축함과 KSS-3 잠수함 확보 등을 통해 훨씬 먼 지역까지 활동반경을 넓히게 되지만, 이 또한 앞서 예로 든 지상군 재편과 연결해 생각해보면 한계가 있다. 지상군이 지역 내 잠재 적에 대한 억제력을 가지려면 해군이 유사시 이들 부대나 전차 등 관련장비를 적 본토로 수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지역내 잠재적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는 서두의 안보환경 전망과는 달리, 이번 개혁안에서 군은 타격능력을 강화하고 작전반경을 넓히는 등 ‘주먹’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 여전히 ‘대(對)북한용’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사시 지역내 다른 국가에 투사할 수 있게 해줄 ‘다리’를 확보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는 것이다. 혹시 실제로는 그러한 계획을 갖고 있지만, 주변국의 반응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일까? 군 전력기획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혁 마인드’가 강한 편에 속하는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혁신성’ 부족의 사례로 꼽는 대목으로는 군정(인사, 법무, 예산 등 행정 관련 분야)과 군령(작전, 지휘, 훈련 등 전쟁수행 관련 분야)의 분리에 관한 것이 있다. 이는 이번 개혁안의 주요 전제였던 ‘문민화’ 및 ‘3군의 합동성 강화’와 관련이 깊다.

개혁안이 취하는 방향은 군령 권한을 합참으로 집중하고 각군 본부는 군정 기능에 충실한 조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전투부대 지휘권은 합참의장이 통합해 맡음으로써 3군이 합동군 형태로 움직이도록 하고, 각군 참모총장은 기능부대 지휘권을 맡는 형식이다.

“참모총장을 없앤다면…”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15년 뒤라는 시점을 생각하면 군정 부분을 더 과감하게 문민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아예 참모총장제를 폐지하고 각군 청장의 형태로 민간인을 임명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다. 각군 참모부 대신 육군청, 공군청, 해군청을 만들어 국방부가 관할하는 것이다.

군령 부분에서도, 각군 참모본부가 사라지고 합참이 직접 군사령부를 통할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3군의 합동성이 대폭 증가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정 필요하면 대신 각군 총사령관을 둘 수도 있다. 국방부가 각 군청을, 합참이 개별 군사령부를 맡음으로써 군정과 군령의 분리, 군과 민간인력의 분리도 명쾌해진다. 이를 통해 군 장성이나 장교의 수를 상당수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는 이러한 군 구조는 당장은 매우 급진적으로 들리지만, 2020년 시점에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유사시 한국군과 함께 작전을 해야 하는 미군도 장기적으로 이 구조를 지향하는 데다, 적잖은 수의 고위 지휘관을 줄여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도 완성이 쉽지 않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사관학교 통합이 백지화된 까닭은?

반면 이번 개혁안에 반영된 합동성 강화는 주로 합참의 덩치를 키우고 기능을 늘리는 것에 집중됐다. 지금은 620여 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15년 뒤에는 800명이 근무하면서 전쟁기획 및 작전수행체제를 완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방부가 최근 중장 보직이던 합참차장을 대장이 맡도록 변경한 것은, 남북 군사회담을 담당하는 합참차장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합참 기능 강화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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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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