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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부정 의혹에 흔들리는 국기(國技) 태권도

“단증 발급 비리? 죽은 사람에게 물어보쇼”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부정 의혹에 흔들리는 국기(國技)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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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지검 특수2부, 단증 발급 비리 수사 착수
  • 말 많고 탈 많은 승단 심사비의 비밀
  • 국기원 이사가 원장 선출 무효소송 제기
  • 이사회 녹취록, “집안식구끼리 무슨 격식을 차려…”
부정 의혹에 흔들리는 국기(國技) 태권도
건국이래 최고의 문화수출상품이라는 태권도. 현재 세계 태권도 인구는 177개국 6000만명. 한국의 고유 무술이 전세계의 대중스포츠로 발전한 것이다.

한국 태권도계는 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이하 세계연맹), 대한태권도협회(이하 대태협) 세 단체가 이끌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의 상징인 국기원은 단증 발급과 태권도 기술 연구, 지도자 연수 등을 맡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5개 대륙연맹과 연맹 소속 각국 태권도협회의 상위 단체로서 올림픽을 비롯한 태권도 국제경기를 주관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국내 경기를 총괄하는 단체로 승단심사를 관장한다.

지난 30년간 한국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온 데는 김운용씨의 공이 컸다.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김씨는 국기원장과 세계연맹총재, 대태협 회장을 겸직하거나 번갈아 맡으면서 한국 태권도계는 물론 국제 태권도계에서 절대권력을 행사해왔다.

지난해 1월 김씨는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수재, 외환거래법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공금 38억원을 횡령했고 8억여 원의 뇌물을 받았다.

김운용 체제가 몰락한 뒤 3대 태권도 단체의 수장(首長)은 모두 바뀌었다. 국기원장에는 오랫동안 부원장을 지낸 엄운규(76)씨가 취임했다. 세계연맹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조정원(58) 전 경희대 총장을 새 총재로 선출했다. 대태협의 경우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2001년 11월 김운용씨가 이른바 개혁세력의 압박으로 물러난 뒤 구천서(55) 전 의원이 2002년 2월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구 전 의원은 2003년 12월 부정선거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2월 김정길(59) 전 의원이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정길 대태협 회장은 현재 대한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다.



태권도계 비리 8가지 검찰에 진정

‘개혁대상’이던 김씨가 퇴출되고 태권도계는 한동안 평온을 되찾은 듯싶었다. 사회적으로 눈길을 끌 만한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범태권도바로세우기운동연합’(이하 범태련)을 비롯한 이른바 개혁세력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김운용 체제의 부정적 유산이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한 시비가 재연된 것이다. 균열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곳은 세계 태권도계의 구심점이자 태권도인의 정신적 지주인 국기원.

국기원은 현재 두 가지 소송에 휘말려 있다. 하나는 국기원 기술심의위원회 부의장을 지낸 범태련 상임대표 오용진씨의 진정에서 비롯된 형사사건이다. 오씨는 올초 검찰에 태권도계의 8가지 비리의혹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진정인은 엄운규 국기원장이다. 이 사건은 김운용씨의 비리를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됐는데, 그동안 진전이 없다가 최근 정식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뒤늦게 수사가 시작된 데는 지난달 오씨가 최초 진정 내용을 보강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이 영향을 끼친 듯하다. 얼마 전 검찰에서 진정인 조사를 받은 오씨는 “(검찰에) 최초 진정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는 한편 몇 가지 비리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진정인 조사에 이어 국기원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씨가 추가로 제기했다는 ‘몇 가지 비리의혹’ 중에는 해외 승단 심사비 착복혐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세계 태권도계에 파문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검찰 관계자도 “국기원 비리는 국가 위신과 관련된 문제”라며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뭔가 있는 것 같다”고 진정 내용에 신빙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또 하나는 국기원장 선출과 관련된 민사소송이다. 소송을 낸 사람은 국기원 이사인 김철오씨와 전 이사인 이승완씨. 두 사람은 지난 5월의 국기원장 선출 과정에서 이사회가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이사회 결의 원인무효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국기원장을 다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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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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