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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誤診소동

誤診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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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죽거나 혹은 불구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단다. 친구들은 사찰 탐방을 포기한 채 우리집에 연락을 취하고 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내가 의식을 되찾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와 주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담당 의사가 다가왔다.

“천만 다행입니다. 뇌파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호자격인 친구들을 따로 불러냈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당시 의사는 내 병증을 간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그랬냐 싶게 멀쩡하게 깨어났고 날씨도 궂어 비가 오락가락했으므로 내가 ‘지랄병’을 한바탕 치른 것으로 오진한 것이다.

며칠 후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각종 검진을 받았으나 아무런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의료진의 오진으로 나는 심근경색증과는 거리가 먼 간질 환자가 돼버렸다.

내 지병인 어지럼 증세는 5~6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는데 어지러워 바로 설 수가 없었다. 생리 현상도 네 발로 기면서 처리했다. 체증(滯症) 비슷한 것이, 배가 살살 아프고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런데 누워만 있으면 괜찮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버티고 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증세가 사라졌다.



신경외과에 몇 차례 가봤으나 의사는 딱히 내 병을 짚어내지 못하고 “과로이므로 며칠만 푹 쉬면 나을 거라”고 진단할 뿐이었다. 심장에 관해서 언급한 의사는 여태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런 증세는 간헐적으로 1년이면 대여섯 차례 발생했다. 그때마다 병원에 가면 과로라는 둥 대수롭잖게 진단했다.

그런 곤욕을 치르고도 아무런 대비 없이 허송하던 2005년 봄 어느 날이었다. 야트막한 뒷산을 오르는데 숨이 차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날이 갈수록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벅찼다. 그뿐이 아니었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만 감아도 힘이 달리고 숨이 찼다.

보통 일이 아니어서 내과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심장 계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심장센터가 있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말했다. 심장관계 질환을 언급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심장센터에서는 각종 검사를 했다. 마침내 심근경색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의사는 내가 돌연사할 위험이 크므로 급히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혜부(鼠蹊部)의 혈관을 절단, 약물을 투여하는 심혈관조영술을 시행했다. 세 갈래의 관상동맥 중 가운뎃부분이 콱 막혀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제가 누명을 벗겨드렸습니다.”

담당 의사는 내가 간질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자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휴게소 졸도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드시고 매월 한 차례 병원에 들러야 하며 시술 6개월 후에는 다시 입원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퇴원하는 날 의사가 당부한 말이었다. 수술 결과를 확인하고 재발 여부를 검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며칠 전, 검사 날짜에 심장센터를 찾았더니 재발 위험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퇴원 후, 되도록 육류 섭취를 피하고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을 보살핀 결과였다.

誤診소동
申東珪
●1940년 전남 장흥 출생
●제34회 ‘신동아’ 논픽션 공모 당선, 계간 ‘문예연구’ 신인상 중편소설 당선
●소설가, 수필가
●작품 : 소설집 ‘운명에 관하여’, 장편소설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으리’ 등


한 달 전쯤, 교직에서 정년을 맞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등산을 오르다가 숨이 차 도중하차했다는 사연이었다. 나는 그 친구의 병세가 나와 흡사한 점이 많아 조언을 서슴지 않았다. 친구도 나를 시술한 심장 센터를 찾았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관상동맥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친구 잘 둔 덕분에 고통 없이 병인(病因)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요즘 식생활의 서구화로 심혈관계 질환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한다. 윤택한 생활 덕분에 잘 먹고 편해서 생긴 현대병이라고 하니 인간이 자초한 업보가 아닌가도 싶다.

나와 비슷한 증세의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새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시길 바란다.

신동아 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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