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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월스트리트 평정한‘얼음미녀’ 이정숙

“즐겁게 해주는데 안 넘어오는 고객 있나요?”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맨손으로 월스트리트 평정한‘얼음미녀’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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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가 들어 있습니까.

“수출 주도형 종목들이죠. 지난해와 올해 초, 원화 강세가 급하게 와서 수출기업의 주가가 떨어졌지만, 원화 강세는 정상적인 흐름이에요. 과도하게 조명을 받아서 주가는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맹추격하는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우량한 기업이 어디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현대중공업 같은 조선주가 좋다고 봐요. 어떤 분석가는 두고봐야 한다는데, 두고 보면 너무 늦어요. 국내 경기가 살아난다면 은행 같은 내수주도 좋은데, 저는 외국 친구들에게 지방은행을 권하고, 그중에서도 전북은행을 추천합니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저평가된 것 같아요.”

-월가에서 만난 사람 중에 인간적으로나, 투자자로서나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습니까.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펀드매니저가 생각나는데, 1999년 인터넷 버블이 꺼지기 전에 최고가에 회사를 매각했죠. 그렇게 모은 재산으로 지금은 남미에서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리한 투자자들은 생각이 달라요. 모든 것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다른 사람이 ‘그거 되겠나?’ 하는데도 그들은 다른 시각으로 봐요. 투자할 기업의 사업 아이디어가 창의적인지, 얼마만큼 성장성이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또 대부분은 거기서 끝납니다.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않죠. 성공하는 매니저는 실천이 빨라요. 최고의 투자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에요. 애널리스트는 분석하는 데 그치지만, 투자자는 비전을 보면 결단을 내려요. 보스턴의 한 펀드매니저는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대부분 부시가 재선될 것으로 내다보는데도 클린턴이 될 것으로 예상했어요. 그리고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올릴 것이라며, 세금을 적게 내는 버뮤다로 회사를 옮겼어요. 결국 그의 예측이 맞았지요.”



회사 속내 알아보기

-투자은행에서 근무했으니, 어떤 회사의 미래가 유망한지 나름대로 파악하는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경영진을 만나기 전에 회사를 한번 훑어봅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제 책을 펴낸 출판사를 찾아간 적이 있어요. 웅진씽크빅이란 회사인데, 회사 건물이 마치 1960년대 학교처럼 낡았더라고요. 복도는 삐걱대고요. 놀라웠어요. 최고경영자가 야무지구나, 알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회계자료를 보니까 역시 현금흐름이 좋았습니다. 이런 걸 보고 나서 경영진을 만나면 그가 진실을 얘기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어요. 저도 초기엔 CEO가 말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매끄러우면 그냥 홀딱 반해버렸어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실적은 엉망이더라고요. 독립적인 판단을 하려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돈 많이 버셨죠?

“남자였다면 세 배 이상 벌었을 거예요. 남들이 보기엔 번 돈이 모조리 지갑으로 들어갈 것 같은데, 미국에선 세금으로 50%를 뗍니다.”

-업계 평균 연봉은 얼마나 됩니까.

“돈 많이 번 것으로 알려지면 세무조사 받는 거 아니에요?(웃음) 평균 수백만달러는 되죠.”

-어디에 썼습니까.

“외모가 중요하니까, 자신을 팔아야 하니까 옷을 많이 샀어요. 패션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옷을 고를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마음에 드는 브랜드 위주로 샀습니다. 목걸이나 반지도 많이 샀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습니까.

“사무실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던 네일 숍이 있었는데, 거기 가서 한 20분쯤 매니큐어 바르며 한국말로 수다 떨면 스트레스가 잠시나마 풀렸어요.”

-운동도 스트레스 때문에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은퇴하고 나서는 선수처럼 연습했어요. 미스터 코리아 출신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처음엔 선수들만 가르친다며 받아주지 않았는데, 끈질기게 요청해서 2년 동안 집중훈련을 받았죠. 선생님은 ‘목표가 있어야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된다’면서 대회에 출전하라고 했어요. 나가면 1등 할 수 있다고. 내가 젊은 선수들과 겨뤄 1등을 하면 ‘아줌마’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려고 했죠. 근데 결국은 못 나갔어요. 집에서 난리가 났죠. 집안 망신시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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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사진·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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