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평등 성장 전략의 거점
이 거대한 도시 개발은 1990년대 후반, 인천시가 바닷물을 막아 370만평의 부지를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김대중 정부 말기이던 2002년 12월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노무현 정부 초기에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다. 포스코건설과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 게일이 30대 70의 지분 비율로 합작했다. 조용경 사장은 지난해 9월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 CEO로 영입됐다.
바다를 메워 세운 한국의 관문으로, 개발이 완료되는 2014년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송도의 밑그림이 완성되는 요즘 조 사장의 얼굴은 예상했던 것만큼 밝지 않았다. 인터뷰를 끝내놓고도 기사가 나가는 시점을 연기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인터뷰하는 내내 송도국제도시 건설의 문제점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없이 토로한 그답지 않았다. 아무래도 정부와 국회에 대놓고 쓴소리를 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인터뷰하면서 그가 던진 문제들은 묵직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민주주의와 국가의 이익이 엇갈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초 ‘불평등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태어난 경제자유구역 프로젝트에 평등과 균형을 강조하는 것은 타당한가, 한국의 교육주권은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지켜져야 하는가, 경제자유구역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우린 정말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하기 곤혹스러운 질문 대신 그가 그리는 도시의 미래상을 이야기해달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8년 뒤 완공될 새로운 도시의 한켠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첨단시설의 쾌적함을 만끽하면서 노후를 근사하게 보내는 것쯤으로 예상했지만, 그의 대답은 뜻밖에 소박했다.
“그때면 내 나이가 63세인데요. 골프는 안 치니까 골프장엔 없을 것이고, 경기도나 강원도 어디쯤에 전원주택을 지어 꽃을 가꾸고 살 것 같은데요. 아니면 야생화 사진 찍으러 어느 산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르죠.”
조 사장은 야생화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다. 아니, 취미 정도가 아니라 전문 사진작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6년 전 디지털 카메라를 손에 쥔 이후 야생화 촬영에 푹 빠졌고,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ilovehansong.co.kr)에 그간 찍어놓은 사진을 빼곡히 올려놨다.
-국제도시 개발은 2002년부터 시작됐지만, 올해가 개발 원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개발 일정이 빡빡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공사가 올해부터 시작됩니다. 1500억원을 들여 짓는 국제학교,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진이 진료하는 국제병원, 12만평의 중앙공원 시설 공사가 올해 착공됩니다. 명품 백화점과 할인점, 아시아 트레이드 타워, 국제박물관, 호텔도 함께 건설되죠.
완공되면 깜짝 놀랄 정도로 규모가 크고 다양한 생물을 구경할 수 있는 생태관도 올해 말 설계가 끝납니다. 생태관 건립을 위해 미국 IDEA사와 1억2000만달러 양해각서를 체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