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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왜 하는데?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 khmzip@donga.com

공부, 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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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어머니가 아들을 서울대 치대에 보내는 게 목표라고 해서 제가 그랬죠. ‘서울대 치대 없어졌어요. 전문대학원으로 바뀌어서 학부에서는 신입생 안 뽑아요’라고.”

조 대표는 ‘한국의 공부벌레들’(한국경제신문)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10년 후를 설계한다’(예담프렌드)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동아일보사) 등 3권의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첫 책은 소위 우등생 벤치마킹하기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책은 장래 직업교육과 관계된 내용이다. 조 대표는 ‘한국의 공부벌레들’이 한국 시장에 먹히는 제목이라서 잘 팔릴 거라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그 책은 몇 주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저자 강연회를 열면 빈 자리 없이 학부모들이 몰려들었다. 반대로 나머지 두 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더딘 편이다. 당장 명문대가 목표인 사람들에게 10년 후 자녀의 미래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기 때문일까.

허탈한 요즘 공부 열풍

한신대 신학과 김경재 교수는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한국일보)라는 제목의 글에 이렇게 썼다.

‘대학원을 마칠 무렵, 공부의 세계는 넓고 공부하는 방법도 연구대상에 따라 다양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숲을 보지 못하고 한 그루 나무에만 집착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의 붓대롱으로 본 하늘이 ‘하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마음의 태도는 공부하는 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겸손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일정한 나의 견해를 지니면서도 독단적 편견에서 벗어나고, 부분을 통해서 전체를 이해하고, 상대적인 것을 통해서 절대적인 것을 말하고 체험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이 붓대롱으로 본 하늘이 다인 줄 알며 다음 세대에게도 그렇게 보라고 가르친다. 과거의 경험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부모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자식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 아닌가.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 주지 않는다’의 저자 멜 레빈은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내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꼭 알아야 할 내용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했다. 철자가 얼마나 정확한지, 삼각함수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기억했다가 앵무새처럼 욀 수 있는지, 운동신경이 얼마나 뛰어난지 하는 따위들은 이름을 댈 수 있는 거의 모든 직업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

대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자신의 업무수행을 스스로 모니터링하면서 정밀하게 조정하는 능력, 당당하게 의사소통하는 능력, 일을 계획하고 미리 예상해보는 능력 같은 것들은 초보 어른들로 하여금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하게 만들 수도 있고, 그러한 악순환을 끓을 수도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럼, 이런 기술들을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작금의 공부 열풍이 허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의 디즈니랜드’

올해 초 인하대 경제학부의 윤진호 교수가 ‘보스턴 일기’(한울)라는 흥미로운 책을 펴냈다. 2001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1년간 미국 MIT에 교환교수로 가 있으면서 참석한 150여 회의 세미나, 강연, 토론회 등을 일기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자가 MIT와 하버드에 있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고색창연한 건물도, 저명한 교수진도, 막강한 연구비도 아니며 캠퍼스 곳곳에서 끊임없이 열리는 각종 강연회와 세미나였다고 한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하루에 서너 군데씩 참석해 토론과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회가 무료다. 보스턴을 왜 ‘지식의 디즈니랜드’라고 부르는지 알 만한 대목이다.

윤 교수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 제안을 했다. 정부, 기업, 언론기관 등에서 미국으로 연수생을 보낼 때 대학 같은 곳에 등록할 필요도 없이 1년치 생활비만 주자. 유일한 요구 조건은 세미나든, 음악회든, 미술관이든 1년 동안 각종 행사에 100회 이상 참여하고 그 결과를 1회 행사마다 A4용지 1장씩 모두 100장을 써서 인터넷에 올리도록 하자. 100명씩 선발한다고 하면 연간 1만 장의 보고서가 쌓인다. 어마어마한 지식의 축적이며 이 과정에서 인적 교류라는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 세미나에 참가하다 보면 자연히 각국의 관료, 기업인, 정치가, 노동운동가, 교수 등과 사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지식의 즐거움을 목표로 한 진정한 공부다. 과연 우리 정부와 기업, 대학과 국민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식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지식의 디즈니랜드’를 즐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동아 200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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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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