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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6

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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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사람 만나는 재미에 푹 빠진 농부 김광화씨. 이번엔 집을 멀리 떠나 강원도 인제의 한 가족을 만나고 왔다. 성공적인 도시 생활을 꾸려가던 양손이네 가족. 이들은 어느 날 홀연히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갔다. 좌충우돌하면서 몸과 마음이 거듭나는 경험을 했다는데…. 농부를 따라 양손이네 가족을 만나보자.
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원푸리와 초록손이가 나무를 옮겨 심고 있다. 원푸리는 아직도 일머리는 부족하고 마음은 바쁘다며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 공부’ 연재가 어느새 여섯 번째다. 이번엔 좀 재미있는 체험을 소개하고 싶다. 사실 나는 그간 사람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누구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다. 듣기보다 눈으로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그렇다. 그러니 사는 모습을 보느라고 이삼일씩 이웃집에 머무르곤 한다. 이웃이 해준 말은 나중에 다시 듣기 위해 녹음을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눈으로 본 거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 녹음한 내용을 풀면서 그 사람을 다시 이해하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방 이야기가 조금씩 귀에 들리는 거다. 아니 ‘들린다’기보다 ‘귀담아 듣는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글쓰기가 한결 쉬웠다. 녹음한 걸 풀어 참고 삼아 한 번만 더 들으면 됐다.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게 무언지를 어렴풋이 느꼈다. 글자 그대로 말을 흘려버리지 않고 귀에 담아두는 거다. 사람 공부를 하면서 나 스스로 사람이 되고 있다고나 할까.

이번에 만난 주인공은 저 멀리 강원도 인제에 사는 양손이네 가족이다. 이 가족과 만나기 전 나는 ‘가족’이라는 주제를 염두에 두었다. 요즘은 가족 사이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대가 아닐까. 점점 바쁘고 전문화한 삶을 살아가는 요즘, 가족끼리 얼굴조차 보기가 어렵다. 심지어 명절에도 온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집도 적지 않다. 가족은 세상과 소통이 어려울 때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이고,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가족 간에 소통이 잘된다면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원푸리와 초록손이’



양손이네 식구들은 별명을 짓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양손이는 열네 살 남자아이다. 왼손잡이인데 왼손만이 아니라 오른손도 함께 쓰면 좋겠다고 양손이라고 지었단다. 이름은 김정환. 양손이 누나는 김자원, 열여섯 살 여자아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워낙 좋아해 책벌레라고 별명을 지었다. 요즘은 책뿐만 아니라 사람도 좋아해 여기저기 캠프랑 여행을 자주 다녀 부모로부터 사람벌레란 말도 가끔 듣는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이 아이들의 부모는 원푸리 김영수(金永洙·49)씨와 초록손이 고현희(高賢姬·45)씨다. 아이들 별명보다 어른 별명이 더 재미있고, 사연도 많다.

원푸리. 글자보다 입말을 해보면 묘한 느낌을 받는다. 원푸리는 원풀이로 들린다. 소원을 풀리라. 본인에게 물으니 처음 만든 별명이 ‘자유를 원한다’는 뜻의 Want Free였단다. 문장 발음이 자연스럽게 원푸리가 된다. 원푸리는 중견 기업에서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며 고속승진을 하던 어느 날 삶의 방향을 바꿨다. 자신의 별명대로 자유롭게 살아보려고.

초록손이는 생명을 살리는 손이다. 초록손이는 서울 살 때 학원을 경영했다. 그런대로 학원을 잘 꾸렸지만 원장 생활 10년에 몸과 마음이 극심하게 지쳤다. 일주일에 한 번 가족들 얼굴조차 제대로 보기 어려운 삶. 살아가는 에너지가 거의 바닥날 무렵 도시를 떠났다. 이제 더 이상 돈만 밝히는 미다스(Midas)의 손이 아닌 초록손이가 되려고.

이들 가족이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인제 점봉산 자락에 둥지를 튼 지 6년째. 이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원푸리 소원대로 자유롭게 살고 있을까. 가족을 품고자 하는 초록손이의 꿈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나? 아이들은?

이들 가족을 만난 첫날 저녁,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말머리를 꺼내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가족간에 서로 바라는 점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가 오고간다. 때로는 조금 시끄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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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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