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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원세훈·신격호에 물어봐!

‘적폐 청산’ 정국, MB 운명은?

  • 소종섭|시사평론가 jongseop1@naver.com

박근혜·원세훈·신격호에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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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두언 전 의원, “MB 관련, 구체 증거 확보 어려워”
  • ● 여론조작 시초…2009년 초 ‘연쇄살인 홍보 지침’
  • ● 제2롯데월드 인허가 관련 청와대 문건의 폭발력
“이명박 정권 시기 국정원은 한마디로 정권을 보위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나치 게슈타포, 소련 KGB로 전락했다. 전 정권 책임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조사하고 단죄해야 한다.”(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8월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집권세력이 슬슬 몸을 풀고 있다.”(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9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적폐 청산’ 정국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여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정치보복 논란이 일 수 있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열되어 있는 보수 세력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즉 파편화된 보수 세력이 나름대로 전열을 정비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여권에서 이 전 대통령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그의 집권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과연 이 전 대통령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또 그의 운명을 가를 핵심 인물 3인은 누구인가.





“원세훈, MB 지시 관련 증언 가능성 없어”

이와 관련해 우선 주목되는 인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과 외곽팀을 동원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무죄(1심)-유죄(항소심)-파기환송(대법원)이라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난 8월 30일 법정 구속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원 전 원장이 구속되면서 ‘청와대 개입설’이 전면화했다. 원 전 원장이 독자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 청와대 나아가 이 전 대통령과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건이 드러난 적도 있다. 지난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가 원 전 원장 시절인 2011년 ‘SNS 장악보고서’ 등 불법적 정치 개입 내용을 담은 문건을 국정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밝힌 것이다. 법원도 비슷한 판단을 내놓았다.

그러나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관련해 청와대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아직 드러난 바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 정치권 인사는 9월 5일 통화에서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 지시 사항’ 같은 것이 나온다면 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증거로 나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 원 전 원장이 그렇게 증언할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즉,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직접 관련성이 드러날 일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9월 8일 만난 정두언 전 의원도 “이 전 대통령은 성격이 용의주도한 사람이다. 자신이 책임질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유형이다. 문제가 되면 ‘내가 언제 하라고 했느냐’라고 말하는 식이다.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한 여론조사 ‘MB 여론조작 지시·묵인’에 63%가 ‘공감’

이런 와중에 점점 드러나고 있는 국군 사이버방위사령부(사이버사)의 과거 활동은 또 다른 주목거리다. 이미 이명박 정권 당시 사이버사령부가 댓글공작 실적을 보고서로 만들어 매일 오전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 보고했다는 503 심리전단 전 간부의 폭로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9월 7일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사이버사는 2012년 2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결재를 받아 A4용지 5장 분량의 ‘2012 사이버전 작전 지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2급 군사기밀인 이 문건에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등 급변하는 정세에 맞춰 사이버심리전을 계획해야 한다’는 보고와 함께 향후 선거 개입을 암시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는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사이버사가 2012년 군무원 79명을 채용했는데 이 중 47명이 심리전단에 배치되어 인터넷상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정원과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 활동과 관련해 ‘이명박 청와대’ 관련성은 점점 불이 붙는 흐름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8월27~31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정원 정치 개입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여론조작을 직접 지시했거나 묵인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이성호 전 행정관, 용산 사태 덮으려 ‘연쇄살인 홍보 지침’ 하달

사실 이명박 청와대가 여론 흐름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2009년 초다. 당시는 이른바 ‘광우병 촛불시위’ 여파로 정권의 축이 흔들리던 상황이었다.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친노무현 세력’을 향해 사정기관들이 움직이며 수사나 세무조사 등을 진행했다. 다른 축으로는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여론관리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촛불 사태’ 이후인 2008년 6월 출범한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있었다.

공개적으로 밝혀진 이명박 정부 여론조작의 시초는 ‘연쇄살인 홍보 지침’으로 볼 수 있다. 2009년 초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이성호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철거민 농성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이 사망한)용산 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의 수사 내용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이른바 ‘연쇄살인 홍보 지침’을 내려보낸 사건이다. 이성호 행정관은 “△연쇄살인 사건 담당 형사 인터뷰 △드라마 CSI와 경찰청 과학수사팀 비교 △수사와 수색에 동원된 전의경 수기 등 계속 기삿거리를 제공해 촛불을 차단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침을 내렸다.

딩시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처음 이 내용을 폭로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e메일 내용을 입수해 공개하자,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파문이 커지면서 ‘청와대 e메일 지침’을 보낸 당사자인 이 전 행정관은 2009년 2월 15일 사표를 제출했다. 이 전 행정관의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밝혀진 것은 없다. 태광그룹 계열사에서 간부로 있다 청와대에 들어갔던 이성호 전 행정관은 고(故) 이기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장남이다.


MB, 공군참모총장 경질 후 제2롯데월드 허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명과 관련해 주목되는 두 번째 인물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다. 올해 7월 25일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이명박 정부가 작성한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의 문건을 발견했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서는 허가와 관련한 비밀을 풀 실마리가 담겨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3월, 성남공항의 활주로 각도를 3도 조정하면서까지 왜 제2롯데월드를 허가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당시에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후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제2롯데월드 초고층 빌딩 신축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20여 년에 걸쳐 전임 정권에서 번번이 좌절되어온 사업이 성취되었기에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신축에 반대하는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면서까지 허가를 내주었다.

진작부터 이 전 대통령은 롯데그룹과 남다른 관계였다. 당선자 시절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의 스위트룸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과의 친밀한 관계도 주목된다. 장 전 사장은 퇴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출연해 만든 청계재단의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급성장했는데, 자산 총액이 43조 원에서 96조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수사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의혹을 속시원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고 최측근이던 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 수사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움직임을 보인다면 롯데그룹이 제1 타깃이 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 9월 2일 이명박-박근혜 독대의 비밀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은 2012년 9월 2일 청와대에서 정오부터 오후 1시35분까지 독대했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 격이던 이정현 의원은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이후 이명박 정권 내내 사사건건 부딪쳤던 두 사람은 이날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의 독대와 ‘국정원 댓글 사건’은 아무 관계가 없을까?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이 참고가 될 것 같다.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문재인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는 5만여 건의 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은 2012년 9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다. 공교롭게도 이명박-박근혜 독대 하루 전부터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독대의 비밀’은 이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한 장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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