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호

고려대의료원 | 2부 4차 산업혁명 의료 선도

“의료진 목소리로 차트 자동기록” ‘환자 중심’ 병원 도약

지능형 의료원

  • 기획|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취재|강지남 기자, 김건희 객원기자

    입력2017-10-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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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의료원과 SK텔레콤의 ‘협업’
    • 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술로 新의료 서비스 개발
    • 올해 11월 안암·구로·안산병원에 ‘지능형 의료원’ 서비스 개시 목표
    애니메이션 영화 ‘빅 히어로’(2014)의 주인공 베이멕스는 최첨단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로봇이다. 환자에게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고, 통증 정도를 확인하며, 스캐닝을 통해 신체의 모든 증상을 파악한다. 응급환자도 치료한다. 베이멕스의 손에 장착된 제세동기(심폐소생이 필요한 응급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박동을 되살리는 의료장비)와 치료용 스프레이가 환자의 응급 상황을 해결해준다. 심리치료 또한 가능하다. 피곤해 보이는 환자에게 “따뜻한 우유와 잠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슬픔에 빠진 이에게 ‘포옹치료’를 처방하는 식이다. 심지어 베이멕스는 자신의 몸을 데워서 환자에게 따뜻한 난로 혹은 이불이 되어준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샌프란시스코와 도쿄가 결합한 가상도시 샌프란소쿄(San Fran Sokyo).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베이멕스와 같은 로봇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날이 오게 될까.



    ‘빅 히어로’가 온다

    현대 의학의 도전에는 한계가 없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5월 미래지향적 ‘지능형 병원(Intelligent Medical Center)’을 구축하기 위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SK텔레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능형 병원이란 AI, 사물인터넷(IoT) 등 ICT를 활용해 전에 없던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가리킨다.

    이번 협약 체결로 고려대의료원과 SK텔레콤은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의미 있는 사례를 남기게 됐다. 양측이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과 인프라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의료계와 ICT 산업이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 고려대의료원 측은 “이번 협력은 양측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두 가지 분야에서 협력한다. AI와  IoT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11월까지 AI 부문의 ‘진료음성인식 시스템 연구개발(R&D)’, IoT 부문의 ‘통합진료안내 도입’ 등 단기 과제를 마무리한 후 3개 병원(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에서 지능형 병원 서비스를 본격 개시할 계획이다.

    AI 기반 진료음성인식 시스템은 의료진의 목소리로 차트를 자동 기록하는 것이다. 그간은 의료진이 직접 차트를 작성, 입력하느라 업무가 지연되는 불편함이 있었다. 진료음성인식 시스템이 도입되면 의료진은 차트 기록에서 ‘해방’되기 때문에, 환자 진료에 보다 집중하고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의 또 다른 효과는 환자에 대한 정확한 진료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는 점. 의료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고려대의료원은 SK텔레콤의 ‘음성인식 엔진’을 활용해 이 시스템을 구축한다.

    음성인식 엔진을 활용하면 AI 기반 진료음성인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AI가 복잡하고 어려운 의료용어를 반복적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컴퓨터가 스스로 요령을 찾아내는 학습 방법)하다보면 차트 기록의 완성도가 한결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진료음성인식 시스템은 의료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게 고려대의료원 측의 전망이다.

    IoT 기술을 활용해 개발하는 통합진료안내 서비스는 환자의 내원부터 퇴원, 귀가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고객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병원 방문객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된다. 원내 목적지와 정확한 진료 대기 및 검사 시간 등을 안내해 환자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최소화한다. 향후에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안암병원에서 착공한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에는 이들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IoT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 적용할 계획이다.

    2017년 9월 현재 고려대의료원과 SK텔레콤은 AI 기반 지능형 병원 서비스 구축을 위한 실무진 회의를 한창 진행 중이다. 그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것은 IoT 기반 통합진료안내 시스템 구축 작업. 내원 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입원 혹은 진료 일정을 안내받고, 진료를 예약·접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적 핵심 사항이다. 환자가 더는 순번표를 뽑지 않아도 되고, 자신에 해당하는 투약 정보도 직접 조회해볼 수 있다. 진료비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지능형 의료원의 ‘표준’ 될 것

    향후에는 이 시스템을 개인건강기록(PHR·Personal Health Record) 서비스와 연계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환자가 PHR 서비스에 가입하면 자신과 관련한 건강정보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IoT 기반 VR 병원 안내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환자나 방문객이 VR로 안내받으며 가고자 하는 곳까지 찾아가는 것이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현재 IoT 기반의 길 안내 서비스가 시중에 나와 있지만, 여기에 VR 기술을 더한 것은 의료기관 최초”라고 설명했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이번 협력은 AI, IoT, MR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을 이용해 지능형 의료 서비스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의료계에 환자 중심 지능형 의료기관의 표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은 최첨단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국내 최고의 메디컬센터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인혁 SK텔레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Digital Transformation) 추진단장은 “SK텔레콤이 가진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고려대의료원이 의료 서비스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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