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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림열전 2’

우리 곁에 되살아난 대표 사림들

  •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shinby7@konkuk.ac.kr

‘사림열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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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 배향된 정여창·김굉필

‘금오신화’의 저자로 알려진 김시습에 대해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을 인용하면서 설명해나간다. ‘조종 제사가 뒤집힌 것이 한스럽고/ 지난 기대 저버린 것이 마음에 걸리는데/ 강은 언제 맑아지는지 기다린 지 오래인데/ 학이 전하는 조칙은 더디기만 하네’라는 시를 통해 김시습은 세조의 즉위가 가져온 어두운 과거를 잊지 않으려 했고,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죽은 단종의 복위를 기다렸다. 그는 자신의 인생은 어쩔 수 없게 되었지만 종묘의 제사가 바로잡혀야 한다는 점을 시로 표현하며 울분을 참지 못했던 저항의 지식인이었다. 그는 결국 화려한 관직 생활을 포기하고 은둔과 시로 일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이러한 김시습의 행적을 ‘올바른 역사는 아름다운 패자를 잊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이미 사망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세조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던 시절 남효온은 붓을 들었다. 세조의 불의에 대해 죽음으로 맞선 6명의 순절자, 역사상 사육신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행적을 기록한 ‘육신전’을 썼다.

‘누가 신하가 아닐까마는 지극하다. 육신의 신하됨이여! 누군들 죽지 않을까마는 장하다 육신의 죽음이여. 살아서는 임금 사랑의 신하 도리를 다하고, 죽어서는 임금 충성의 신하 절개를 세웠도다.’

남효온의 서사는 장렬하고 애절했다. 지금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육신의 충신 선언. 그러나 당대에는 엄청난 금기였다. 마치 1980년대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된 사람을 폭도라 하지 않고 민주화 투사라고 부르는 것이 금기시된 것과 같았다. 과거와 화해할 수 없었던 남효온은 끝내 생육신을 자처하면서 먼저 간 사육신의 정신만은 몸소 계승하고자 한 인물이었다.



정여창과 김굉필은 비슷한 사림의 길을 걸어간 인물이다. 영남 지역에서 출생해 김종직의 학문적 영향을 받았고, 16세기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가 역사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한 인물들이다. 사화의 희생자라는 점에서도 같고, 사후에 학자로서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문묘에도 배향된 점에서도 같다. 이처럼 사림의 대표로 족적을 남긴 데는 치열한 삶과 깊은 학문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김일손은 직필로 사림 정신을 구현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일손은 15세부터 20대 후반까지 세조의 치세를 은둔으로 저항한 노선비를 차례로 탐방했다. 그것은 순례의 길이었으며 우리 역사운동의 전통을 잉태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운동의 백미는 직언이 필수인 사관의 직책에 있으면서 적극적인 실천으로 구체화됐다.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는 그와 스승 김종직에게 역적의 올가미를 씌웠지만, 그의 사림 정신은 자계(紫溪)의 붉은빛처럼 훗날 사림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았다.

지나치게 시문 중심

훈구파에서 사림파로 정치세력의 이동이 점진적으로 전개되던 시절 치열한 삶을 살아간 6명의 사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는 했지만 이들은 역사의 흐름을 발전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대표 주자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행적을 지금도 역사의 거울로 삼는 이유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과거 속에만 매몰시키지 않고 현재적 의미를 적극 끌어왔다는 점이다. 저자는 ‘올바른 역사학은 한 인간의 행동과 발언, 소망과 분노, 나아가 침묵과 좌절까지도 시대의 상황과 맥락에서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단절과 배제가 아닌 계승과 전환의 궤적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노선과 분파를 넘어서 교류와 소통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이런 역사관을 사회경제적 변동이나 민란과 같은 저항의 역사에서가 아니라 사림파의 사상과 현실 대응에서 찾았다는 점은 역사 속 지식인들의 고민이 현대인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준다. 따라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진단하는 데 사림파 이야기가 좋은 거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의 역사관도 책 곳곳에 투영돼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먼저 곳곳에 배치된 도판과 친절한 설명은 역사적 현장감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도판은 책의 여백만 차지하고, 시각적으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판 설명이 너무 길어 본문의 흐름을 차단하는 역효과도 있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취해오던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지향하고 주제별로 사림들의 행적을 정리해간 점은 주제 의식을 선명히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일상적 삶의 변천 과정이 잘 포착되지 않아 역사적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는 혼란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또 시문 중심으로 인물의 현실 대응을 설명해 상소문이나 잡저(雜著) 등의 글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예컨대 김시습의 경우 대표작인 ‘금오신화’에 투영된 삶과 사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남효온에 대해서는 그의 최고 저작인 ‘육신전’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

신동아 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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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shinby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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