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거 우즈(오른쪽)가 지난 1월 PGA 투어를 하루 앞두고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GC에서 열린 프로암대회에서 2번 홀(남코스) 티박스에서 티샷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왼쪽은 우즈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
우리 조 앞에는 3팀이 대기 중이었다. 모두 일본인 골퍼들로 보였다. 나바타니 골프장 회원 중 80%가 일본인이라더니,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골퍼들은 거의 다 일본사람이었다. 한국 골퍼들이 동남아 일대를 주름잡고 다닌다지만, 나바타니에서는 아직 한국 골퍼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주말에는 더욱 그렇다. 나바타니가 상대적으로 폐쇄적이라 한국에 그리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앞 팀이 티샷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타터가 “밀리고 있으니 인코스부터 플레이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다.
나바타니 골프장의 티잉그라운드는 블루티, 화이트티, 골드티, 레드티 4가지로 나뉜다. 전장은 블루티를 기준으로 하면 6902야드이고, 화이트티로는 6315야드다. 18홀에 규정 타수는 72인데, 스코어카드에 의하면 블루티에서의 코스 레이팅은 72.5, 화이트티에서는 69.4이다. 445야드 파4 6번 홀이 핸디캡 1번 홀이고, 580야드 파5 13번 홀이 핸디캡 2번 홀이다. 427야드 파4 10번 홀은 핸디캡 4번 홀이다.
골프장 출입은 아직도 사치?
특히 핸디캡 1번 홀인 6번 홀은 코스가 길 뿐 아니라 페어웨이 좌측에 호수 같은 연못이 퍼팅그린 앞을 가로지르며 9번 홀까지 큰 호수와 연결돼 장관을 이룬다. 페어웨이 우측엔 열대우림이 우거져 있고, 티잉그라운드 주변에는 나바타니를 특징짓는 꽃들이 활짝 피어 있다. 10번 홀에 도착한 우리는 잠시 어느 티를 사용할 것인지 망설이다 긴 여정의 첫날임을 감안해 나는 화이트티에서, 아내는 레드티에서 플레이하기로 했다.
한국엔 골프장과 관련된 특별법으로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시법)이 있다. 당초 골프장에 관한 법률은 관광사업법(후에 개정되어 관광진흥법)이었다. 골프장시설을 관광시설로 보고 법을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카지노 시설과 마찬가지로 골프장을 드나드는 것이 사치로 인식됐고 특별소비세법도 생겼다. 그러다 1989년 국민체육진흥법을 모법으로 체시법이 제정됐고,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직접 조성하는 대신 골프장 또는 스키장 사업을 권장했다. 체시법이 제정됨으로써 골프장은 비로소 관광시설이 아닌 체육시설이 됐다. 그럼에도 골프장 출입을 사치성 소비행위로 보는 시각은 그대로 남아 특별소비세법은 존치되고 있다. 다만 특별소비세법의 정당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의가 제기되자 조세당국은 지난해 말 특별소비세라는 말 대신 ‘개별소비세’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다.
체시법은 법 제정 당시와 달리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골프 금지령에 동조하기 위해 1994년경 전면 개정됐다. 법이 개정되면서 골프장 조성을 장려하기는커녕 체시법이 온통 골프장 규제법으로 변질됐다. 더욱이 체시법은 공청회 한번 거치지 않아 관계공무원들이 통치자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졸속으로 제정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령 체시법 11조 제1항은 ‘체육시설업자는 체육시설업의 종류별로 문화관광부령이 정하는 시설기준에 적합한 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체시법 시행규칙 제8조는 골프장시설기준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① 운동시설 : 회원제 골프장업은 3홀 이상, 정규대중 골프장업은 18홀 이상, 일반대중 골프장업은 9홀 이상 18홀 미만, 간이 골프장업은 3홀 이상 9홀 미만의 골프코스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