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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칩 미술가 순례 6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꿈이 현실, 가짜가 진짜 되는 행복한 위트

  • 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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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시켜주는 마법사’ 정연두

‘Memories of You’ 2007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이렇게 사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인물 또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하고 그 주변을 완벽하게 장치함으로써 그들의 꿈이 최대한 실현됐다는 느낌을 준다. 일종의 역할극이다. 이런 역할 바꾸기를 통해 자신의 꿈이 이뤄진 것처럼 느끼고, 또한 관객은 그들의 꿈이 실현된 것을 바라보면서 흐뭇해진다.

그는 이렇게 조금은 유치하지만 소박한 꿈들을 현실감 있는 현장으로 이끌어 간다. 그 비결은 그들의 꿈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섬세한 감정변화까지 읽어내는 것. 이로써 ‘호박’으로 아름다운 ‘마차’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듯하다.

빠져들기와 드러냄

1999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엘비스 궁중반점’에서 음식 퍼포먼스를 선보인 정연두는 신대방동에 있는 한 스포츠댄스 교습소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사실 사교댄스라는 것이 유럽의 격조 있는 귀족문화인데도 한국에서는 불륜 또는 바람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정연두가 사교댄스장에 간 것은 그런 의미 때문은 아니었다. 적당히 세월의 때가 끼여 배도 나오고 머리도 벗겨진 아저씨와 일자형 또는 D라인 몸매를 어찌할 수 없는 아줌마들에게도 꿈과 낭만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꿈이란 젊은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나이와 몸매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꿈은 있는 법이다.



그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꿈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의 드러내기 쉽지 않은 꿈이다. 그들은 약간은 ‘축축한’ 곳으로 인식되는 그곳에서 그들의 건강한 꿈을 드러낸다(‘보라매 댄스홀’, 2001). 볼품없는 몸이지만 그들은 댄스 교습소에서만큼은 가장 자신만만한 젊은이로 돌아간다. 비록 남루하고 꾀죄죄한 복장이지만 그들은 춤을 추면서 이내 가장 멋진 청춘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춤의 삼매경에 빠져들면 그들은 이미 현실의 그들이 아니다. 현실의 자신을 잊고 춤꾼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춤을 추면서 감춰둔 감정을 표현하고 삶을 표현한다. 정연두는 그들을 포착해 하나의 단위로 패턴화하고 그것을 벽지로 제작한다. 이렇게 단위화하고 익명화한 중년의 춤꾼들은 시각적인 미술작품으로 환생한다.

이런 일상화한 삶의 또 다른 패턴을 발견하고 작업한 것이 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상록아파트’(Evergreen Tower, 2001)다. 아파트는 획일적이고 개성 없는 주거환경이지만 편안하고 사생활이 보장되는 곳이라 한국 사람들에겐 매우 인기 있는 주거 형태다. 작가는 천편일률적인 구조의 아파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한국 중산층 32가구의 구성원이 각각 거실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작품 제작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우선 똑같은 구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집집마다 가족과 주부의 취향에 따라 가구의 구조와 모양이 다르다. 배치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살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획일화한 기본틀 속에서도 최대한 자율적으로 자유를 즐기면서 남과는 차별화한 ‘나의 다름’ 즉 개성을 구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사진을 촬영할 즈음에는 대부분의 가족들은 전통적(?)이고 통상적인 사진관의 가족사진용 포즈를 취한다. 한껏 정장을 하고 가지런히 앉거나 선 모습은 그들 가족의 행복과 화목을 과대 포장한 어색함이 느껴진다. 남이 보지 않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뜻에 따라 최대한 자유스럽게 살던 사람들이 기록하고 남에게 보여준다는 차원으로 넘어가면 일상적이고 패턴화한 똑같은 구조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판타지를 현실로

‘내 사랑 지니’(Bewitched, 2001)가 세계 각국을 돌면서 보통사람들의 소망을 실현시키는 프로젝트였다면 ‘원더랜드’(Wonderland, 2004)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꿈을 가상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시키는 작업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의 상상력을 빌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했다. ‘원더랜드’는 아이들의 그림을 토대로 그들이 지시한 원전에 최대한 가깝게 세트를 세우고 그곳에 청소년들을 분장시켜 어린이들의 판타지를 현실로 재현한다.

이 작업을 위해 작가는 4개월 가까이 서울의 유치원 네 곳에서 미술교사로 자원봉사를 했다. 5세에서 7세 사이의 어린이들을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이 그린 1200개의 드로잉을 수집했다. 그중 17개의 드로잉을 골라 그 의미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콘티를 짠 후 작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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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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