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 부의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공공기관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이 건으로 심 부의장과 문 대통령 측은 서로 맞고소했다. 최근 국회에서 심 부의장을 만나 현안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이 문제를 먼저 물어봤다.
“검찰이 벌써 고개 숙였나”
▼대선 때 문준용 씨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해 이게 맞고소로 이어졌는데요. 당시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무엇인가요?“제일 큰 문제라고 봤어요. 저쪽에서는 제 주장이 허위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외부의 힘에 의해 입사하게 됐고 그 과정에 특혜가 있었으며 불온하다고 볼 여지가 있어 문제를 제기한 것이죠.”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제보를 조작했죠.
“그 녹취록은 허위지만 의혹 자체는 별개죠.”
▼수사기관으로 넘어갔으니까 거기서 의혹의 진위가 규명되지 않을까요?
“수사를 진행해 결과를 낼 텐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그걸 얼마나 파헤치겠느냐’에 대해 전망이 잘 안 보여요. 검찰이 최근 MBC 사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죠. 전례 없이 공중파방송에 직접 들어가는 게, 이건 아니다 싶어요. ‘검찰이 벌써부터 고개를 숙인 것 아니냐’ 하는 해석이 있어요.”
▼문재인 정부의 인사(人事)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역대 정권이 인사 때문에 휘청거렸죠.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잘 할 것으로 기대했어요. 문 대통령도 ‘탕평인사’ ‘적재적소’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막상 결과를 보니 코드 인사였죠. 사람들이 대단히 실망해요.”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청와대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그 부분이, 지금 문 대통령 본인이 포획돼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그런….”
누구한테 포획됐다는?
“모르겠어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그 전대협 세대들이 지금 비서관, 행정관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죠. 중간 실무 그룹이 예전에 전대협 운동한 성향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고요 ‘이분들이 포진해 있는 게 아니냐’ 라고 보는 거죠.”▼청와대 내 전대협 출신들이 지금도 80년대 운동권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보나요? 아니면 훨씬 달라졌다고 보나요?
“사고방식은 예전의 그 방식대로 쭉 유지되겠죠. 기본적으로 학생운동의 기본적 동력이 ‘우리가 옳다. 나 하나 희생해 세상을 바꿔보자’는 것이죠. 이런 자기 확신이나 계몽주의적 의무감은 계속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고 봐요. 또한, 신(新)식민주의 지배 질서를 배척하는 전환시대의 논리가 기저에서 여전히 작동할 거라고 봐요.”
▼북한에 대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자고 하는데.
“마찬가지입니다. 이론가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정책 집행자는 대화와 제재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안 되니까요.”
청와대에 대한 평가는 학생운동을 주도한 심 부의장의 말이라 관심을 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대화와 제재 병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건 당연한 일이죠. 같이 힘을 모아 압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미·일의 한 축이 슬그머니 빠져서 바람을 빼면 일이 되겠습니까? 지금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실책을 범하고 있죠. 이 실책은 학생운동 때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봐요.”
“이벤트 통치”
심 부의장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가동 중단 논의 등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이념적 색채를 띠며 부처가 아니라 청와대가 주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반핵은 80년대 학생운동의 중요 이슈였다. ‘핵은 나쁘다’는 사고를 기저에 깔면서 ‘원전을 없애야 한다’고 접근하는 것 같다”고 했다.▼문 대통령이 탄탄대로를 갈 것이라고 보나요?
“조금 걱정되는 게, 적폐 청산이다 해서 과거를 들추지만 미래를 이야기하진 않아요.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선 전망도 내놓지 않고 좋다고만 해요. 정부가 세입 짜온 것을 보면,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아놓고 세수가 잘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해요. 복지 말고는 없어요.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한 20%나 뭉텅 잘랐어요. 그래놓고 걱정 말라고 해요.”
‘문재인 케어’의 함정?

“내년에 3만 명을 늘린다고 해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도 그 정도 늘어나나요?
‘17만 명 늘리는 게 내 공약이니까 우선 내년 3만 명 늘린다’는 논리예요. 이 월급과 연금을 누가 줍니까? 국민 세금으로, 국가재정으로 부담할 수 있는지 계산하지 않고 덜컥 하는 것 같아요. 환심만 사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일이라고 봐요.”
▼공무원 증원과 복지 확대가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돈을 쓰겠다는데 그 돈을 어디서 만듭니까? 세금으로 만들 수밖에 없죠. 여권이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초고소득자, 초대기업 같은 개념을 내놓아요. 그렇지 않아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고소득자들의 세수 부담 비중은 높아요. 법인세를 왕창 올릴 때 과연 기업 경쟁력이 유지가 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얼마 전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자 유명한 섬유회사가 바로 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하잖아요. 저희는 법인세를 내려야 한다고 봐요. 국민의 50% 정도가 비과세 대상인 상황이 더 문제예요. 단돈 1만 원이라도 세금을 내게 하는 게 맞아요.”
▼정부의 예산안은 그대로 받아들여지나요?
“국회에서 분명히 따질 겁니다. 잘못된 건 정정해야겠죠. 손질이 많이 될 거예요.”
▼문 대통령이 건강보험 혜택을 많이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론 이 ‘문재인 케어’가 좋은데 다른 한편으론 보험료 인상이 걱정된다고도 합니다.
“정부가 보험료를 당장 올리진 않을 거예요. 이번에 보장성을 강화한 게 있는 돈을 끌어다 쓴 거거든요. 적립금이 20조 원이 넘게 쌓여 있는데 우선 그거 털어먹자는 거죠. ‘보험료 인상 없이 혜택 주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하죠. 내후년 이후엔 어떻게 될 것이냐. 적립금이 고갈되면 보험료가 인상될 수밖에 없죠. 이 정부는 자기 임기 동안만 보험료를 안 올리면 된다고 계산하는 것 같아요. 문제는 정부 예상보다 건보 재정이 더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죠.”
“신(新)적폐 세력”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에 MRI(자기공명영상)가 건보에 새로 들어왔어요. 사람들이 ‘MRI가 보험이 되네? 찍어보자’ 할 것이고 병원도 적극 권하겠죠. MR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겁니다. 이런 사례들에 의해 건보 재정이 정부 예상보다 더 빨리 고갈될 수 있는 거죠. 오래지 않아 보험료 인상으로 메우려 할 거예요.”
심 부의장은 문 대통령의 높은 여론지지율에 대해 “기획 이벤트로 국민 이목을 끈 점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탁현민 행정관이 기획하고 문 대통령이 참여한 ‘대국민 보고대회’는 알맹이가 없었다. 당시의 최대 민생 현안인 살충제 계란 문제조차 언급하지 않는 홍보성 쇼에 그쳤다. 공중파 3사가 이를 동시에 생중계한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질보다는 환심 사기, 외양 치장에 더 공을 들이는 ‘이벤트 통치’가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경제인데 경제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 같지 않으므로 여러 정책에서 문제가 터지겠죠. 무엇보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할 것 같지 않아요. 미국과 찰떡궁합이 안 되는 상황에서 따로 대북 정책을 펴봐야 안 될 겁니다. 결국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자각하겠죠. 지지율은 순식간에 빠져요.”
▼자유한국당은 지금 사상 최저 지지율인데 왜 이렇다고 보나요?
“보수가 민심을 잃은 때문이죠. 지금 바닥으로 가라앉았는데 어떻게 합니까. 다시 잘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죠.”
▼여권은 자유한국당을 적폐 세력이라 규정합니다.
“아예 적폐 세력으로 몰아서 가둬놓으려 하겠죠. 자기들은 잘하고 있나요? 자기들은 ‘신(新)적폐 세력’ 모습을 보이고 있죠. 우리는 적폐 세력 프레임에 계속 갇혀 있지는 않을 거예요. 적어도 거의 모든 자유한국당 의원은 ‘승마’라든지 ‘재단’이라든지 최순실 국정농단을 전혀 몰랐던 게 사실입니다. 또한 국민은 지난 보수 정부가 이룩한 업적을 알게 모르게 느끼죠.”
"상생발전"
▼어떤 업적인지.“우리나라 경제를 이나마 받쳐온 중심엔 보수 정부가 있었죠.”
▼정치인 박근혜는 이제 완전히 끝난 겁니까?
“끝났다고 봐야죠.”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심 부의장은 “좌파 후보 1명에 우파 후보 2명이 나오면 당연히 우파가 진다. 합당 또는 연대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른정당 중에 누구는 안 된다’는 시각은 곤란하다. 김무성 의원이나 유승민 의원이 올 생각이 있다면 배제하는 것보다 같이 통합하는 게 조금은 낫다”고 덧붙였다.
심 부의장은 ‘상생 발전’을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제 지역구인 안양이 재도약하려면 안양교도소를 옮겨야 해요. 의왕이 이 시설을 받아 경기남부법무타운을 조성하면 일부 그린벨트가 해제돼 발전을 앞당길 수 있어요. 지방정치권도, 중앙정치권도, 상생 발전하는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